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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남역사

[아하! 경남역사]가야유산 기획⓬ 의령도 가야의 땅이었다

 


가야는 6가야가 전부인가? 

지금까지 가야지역에 대한 연구와 조사는 김해, 고령, 함안 등 특정지역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변 지역의 가야집단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의령도 마찬가지다. “의령도 가야인가?” 하는 의문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가야인이 남긴 유적과 유물은 6가야가 전부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의령지역은 경남의 중앙부이자 낙동강과 남강 수계와 접하고 있어 고대로부터 교통의 요충지였다.

또한 삼국시대 대가야와 아라가야, 비화가야, 소가야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주변 세력과 시대상을 살피는 데 매우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당시 가야의 지리적 중심에 서서 작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의령지역의 가야문화를 살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령은 아라가야?

의령지역의 가야문화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무했다. 역사적 사료나 고고학적 증거 없이 함안과 가깝다는 이유로 막연히 아라가야의 한 지방쯤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1990년대에 의령지역 가야문화권 조명 차원에서 정곡면 예둔리 고분군의 조사가 시작됐다. 이어 의령읍 중동리 고분군, 대의면 천곡리 고분군, 용덕면 운곡리 고분군, 부림면 경산리 고분군, 정곡면 죽전리 고분군, 지정면 오천리 고분군, 그리고 최근에 들어 지정면 유곡리 고분군 등의 고고학적 조사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출토유물의 계통의 다양성과 일부 묘제의 구조적 특징 등이 확인되어 의령지역 가야문화의 실체가 어느 정도 규명되기에 이르렀다.

의령지역에 분포하는 가야시대의 유적은 낙서면 전화리와 율산리 토기가마터, 여의리 야철지 등 생산유적과 중리 고분군, 유곡리 고분군 등 고분유적, 그리고 정곡면 호미산성, 지정면 유곡산성 등의 관방유적을 비롯한 다양한 유적이 분포한다.

그동안 지표조사와 발굴조사 등을 통해 가야유적으로 확인된 곳만 40여 개소에 이른다. 이는 가야중심지로 언급되는 김해나 고령, 함안 등과 비교해 보아도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령지역의 가야집단이 강력한 정치기반을 바탕으로 지역색을 가진 가야의 중심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한 까닭에 그동안 가야사 연구에 있어 주목받지 못한 채 아라가야에 속했을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교역의 중심지 의령, 독립된 가야국이었다.

지금까지 고고학적 조사를 종합하면 의령지역에는 두 개의 정치집단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의령읍 중리 고분군, 중동리 고분군을 중심으로 하는 서남부 집단과 부림면 경산리 고분군, 유곡리 고분군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부 집단의 존재다. 역사학계에서도 의령읍과 부림면 지역을 각각의 집단으로 비정하고 있는데, 임례국과 사이기국(김태식 교수의 학설) 또는 탁순국과 탁기탄국(이희준 교수의 학설)이 그것이다.

일부 학자들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국명이 실체와 부합되는지는 좀 더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적어도 고고학 자료로 볼 때 의령의 서남부와 동북부지역에 서로 별개의 독립된 정치체가 존재했던 것은 분명해 보 인다.

이들 양 집단은 고령, 함안, 고성, 창녕의 가야세력은 물론 백제, 신라, 왜 등 여러 나라와 교류하며 중립적인 외교로 주변 강대세력들의 상호견제 속에서 완충지대로서의 전략적 기능을 수행했던 것이다. 다만 지리적인 위치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서남부 집단은 함안, 고성 세력과 동북부 집단은 고령, 창녕 세력과의 교류에 우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양 집단이 뚜렷한 지역색을 가진 강력한 정치집단으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주변의 강대세력들을 적절히 이용하는 중립적인 외교자세로 교역의 중심지로서 그들의 세력을 유지했던 것이다. 하나의 고분 안에서 다양한 계통의 유물이 한꺼번에 출토되는 특징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즉 의령 가야는 함안의 아라가야가 아니었다. 고령의 대가야에 예속된 집단도 아니었다. 주변의 가야세력들을 넘어 백제, 신라, 왜와도 교역을 했던 독립된 가야국이었던 것이다.

온전한 가야사 복원을 위해서는 주변 가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상철 의병박물관장  사진 의령군 의병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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