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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생활정보]전기장판 온도를 올리며

올겨울에 전기장판을 하나 장만했다. 아파트라 훈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뜨끈뜨끈한 온돌이 그리워졌다. 나이를 먹으니 지나온 날들이 다 그리워지는가 보다.

 

소죽을 끓이는 작은 방은 방바닥이 까맣게 탈 정도로 뜨거워서 한겨울을 나기엔 더없이 좋았다. 집집마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라 동네를 휘감아 돌고 골목마다 개구쟁이들의 구슬치기, 딱지치기, 자치기 소리로 가득찼다.

 

어디 그것뿐이랴? 어김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계절은 또 어떤가? 봄이면 온 산은 진달래로 물들었고 여름이면 시원스레 울어대는 매미소리 들으며 마루에서 스르르 낮잠이 들기도 했다. 가을이면 들판엔 곡식이 노랗게 익어 황금들판이 펼쳐지고 겨울이면 밤새도록 내린 눈이 마당이며 지붕, 장독대 위에도 하얗게 쌓여 있었다.

 

벌써 사십여 년 전의 일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길도 넓어지고 마을 집들도 뿔뿔이 흩어졌지만 어렸을 때의 추억은 빛도 바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심심할 때 한 번씩 꺼내 보는 비밀일기장처럼 아무 때나 슬쩍슬쩍 꺼내 보며 그 시절에 젖어 본다. 생각해보니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뛰어놀았던 일들이 삶을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김해시에서 만든 우리 동네 걷기 좋은 길탁상 달력을 하나 얻었다. 율하천, 분성산길, 화포천길 등 알지만 잘 알지 못하는 길을 산책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걷기코스와 사진까지 곁들여져 있다

도시에 살지만 가까운 곳에서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감상에 젖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새해엔 길을 거닐면서 흙과 나무도 한 번 쳐다보고 하늘도 한 번 올려다보면서 살아야겠다. 마음 따뜻한 친구와 함께 거닌다면 더없이 좋은 추억이 되리라. 따뜻하게 데워진 전기장판에 누워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김덕자 명예기자(김해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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