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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문화의 향기]솥탑, 도민이 함께 세웠다

팬데믹 극복 소망 '인류세2020'

 

 

201411,

배냇저고리

와 속싸개, 수건을 폭폭 삶았던 솥.

한 달 후에 태어날 너를 생각하며 아빠엄마는

하루하루가 설레고 행복했어.

수납장 한 곳에 있는 이 솥을 볼 때마다

너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키워야지라고

다짐했단다. 이사를 할 때도 차마 버리지 못했어.

행복했던 그 기억들도 함께 사라질까봐 걱정됐거든.

 

20207,

기다림, 바람, 사랑, 기쁨을 담고 있는 이 솥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할게. 그리고 기억할게. 그림아, 사랑해.

 

                                                           - 창원 원지현

 

경남도립미술관 광장에 높다란 기념비가 섰다. 가까이서 보니 솥이다. 그릇이다. 다양한 사연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묘한 조화를 이룬다.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자는 도민들의 소망 탑이다.

지난 7, 경남도립미술관에는 낡은 냄비, 플라스틱 바구니를 손에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미술관 측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모아모아(Gather Together)’에 동참한 도민 617명으로부터 할머니 유품, 신혼살림, 첫 아들 이유식 그릇783개가 모였다.

최정화 작가의 손을 거친 220개는 솥탑 1)인류세(Anthropocene, 2020)’로 새롭게 거듭났다.

 

인류세솥탑은 맨 아래 녹슨 대형 무쇠 솥을 시작으로 갖가지 냄비와 그릇을 뚫어 파이프에 꿰듯 크기별로 쌓았다. 식당에서 쓰였던 양동이, 찌그러진 냄비, 새까맣게 탄 프라이팬 등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주방 식기 220개가 아파트 8층 높이까지 올라갔다.

24m 높이의 경남의 거대한 기록을 설치하는 데는 3일이나 걸렸다. 크레인이 동원되고 땅속 깊이 탑의 기둥인 파이프를 박고 와이어로 당겨 균형을 잡았다. 내 삶의 일부였던 그릇이 다른 삶과 만나 우리가 되고 함께 쌓으니 상징적 조형물이 되었다.

 

탑은 땅으로부터 하늘로 이어짐을 의미한다. 작품 인류세는 코로나 팬데믹을 하루빨리 이겨내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

일상에 널려 있는 물건인데 쌓다 보니까 사람들이 정말로 마음의 탑으로 생각하더라. 모든 종교에는 탑이 있다. 동서고금 저마다의 방식이 있지만 의미는 하나다라고 최정화 작가는 말한다.

 

경남도립미술관 특별기획전 10. 22 ~ 2021. 2. 14

살어리 살어리랏다

  최정화     1, 2층 전시실

  별유천지  3층 전시실

  최정화 야외프로젝트   미술관 앞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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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류는 끊임없이 지구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함으로써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해수온도 상승,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인류는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면서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를 가리킨다.

 

 

 

이지언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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