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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삶에 느림은 있어도 멈춤은 없다

 

올해 기해년은 황금돼지해이다. 새해 덕담은 “복 많이 받으세요. 부자 되세요”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들의 삶이 부자라고 다 행복하고, 가난하다고 다 불행한 것은 결코 아니다. 문득 삶을 잘 살고 있는지, 못 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잘 살고 못 살고는 ‘삶의 목적’을 말하는데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삶에서는 의미나 추구해야 할 가치가 명확하고 일관된 우선순위가 없는 것 같다.

삶에서 축복은 설날 밥상에 가득 차려진 반찬과 같다. 반찬에 젓가락을 가져가는 순서가 입맛에 따라 다르다. 어떤 반찬은 다른 것과 어우러져야 맛이 있고 영양도 높은 것처럼, 삶에 대한 최우선 가치도 제일 좋아하는 반찬에 젓가락이 가는 이치와 같다.

 

삶을 돌아보는 방법 ‘여행’

한 살을 더 먹는 것을 축복이라 하면 행복이 된다. 예측 불가능한 삶에서 매일 매일의 하루가 귀한 선물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좋은 방법으로 여행만한 게 없다.

지난 연말 가족들과 10일간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의미는 풍경을 보고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가 된다. 여행의 즐겁고 좋았던 추억은 행복으로 마음에 담아두고, 부족한 것은 더 채우는 기회로 삼는다.

 

느릿한 트램 타고 여행 시작

이른 아침 집을 나선 여정은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하니 짙은 어둠이 내려 있었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는 28번 트램을 타고 여행을 시작했다. 1량짜리 트램은 골목길을 따라 여유를 부리듯 느릿느릿 일몰명소로 알려진 포르타스 두솔 전망대에 내려주었다. 작은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과 에그 타르트를 주문하고 앉으니,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것 같은 지붕 풍경 위로 대서양이 가득히 밀려왔다.

여기에는 1755년 대지진을 견딘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조르제성과 리스본대성당이 있다. 성에 입장하여 넓은 시야로 들어오는 시내 풍경을 구경하며 산책을 했다. 성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올리브나무가 낯선 여행객을 맞아 주었다. 리스본대성당은 두 개의 종탑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성당은 건축의 기능성과 조화미를 강조하고 있어 요새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다음날은 여행자의 발길이 많이 닿는 명소 마뉴엘 양식의 제로니모스수도원으로 갔다. 근처에 100년이 넘은 에그 타르트 빵집도 있었다. 여행에서 먹는 재미도 즐거움이다.

 

포르투갈 서쪽 끝 호카곶의 푸른 파도

리스본에서 3일을 여행하고 승용차로 이동, 휴양지 신트라에서 하루를 쉬었다. 다음날 포르투갈의 서쪽 끝, 대서양의 파도가 넘실대는 호카곶으로 향했다. 1772년 세워진 포르투갈 최초의 등대가 있는 곳이다. 절벽 끝자락에 십자가 달린 기념비가 서있다. 

기념비에는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 시구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 된다’가 새겨져 있다. 미지를 향해 떠나는 포르투갈 탐험가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은 시이다. 호카곶의 계절은 겨울인데 봄처럼 노란 꽃들이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호카곶을 떠나 리스본에서 120km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는 바탈랴수도원으로 향했다. 바탈랴수도원은 포르투갈을 제국으로 키운 왕조의 성지다.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장식 그리고 미완성이 주는 울림이 수도원을 쉽게 떠나지 못하게 했다.

 

K팝 울려퍼지는 몬주익 새해맞이 ‘감동’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감동은 바르셀로나시청 몬주익 광장에서 만끽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마라토너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받은 곳이다.

2019년 새해 2시간 전부터 시작된 바르셀로나축제는 분수와 불꽃, 오색 불빛이 화려했다. 광장에는 시민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모여 축제를 즐겼다. 황영조 선수의 몬주익 감동에 이어 한국 K팝 가수의 노래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하늘에 울려 퍼졌다. 사는 것이 조금 힘들어도 내 조국이 자랑스럽다는 감동이 복받쳐 올랐다. 이 멋진 여행이 끝나면서 또 한 해의 삶이 시작됐다. 

 

글·사진 심재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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