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4
2019
05월호
Vol.74
2019
지난겨울 어느 토요일, 나를 포함해 회사 여직원 6명이 시골 마을 홀로 사시는 할머니를 돕는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날. 아침부터 미세먼지 때문에 어둑어둑하니 날씨가 을씨년스러웠다.
“할머니, 저희들 왔어요.”
“들어와. 방이 좀 추운데…. 콜록콜록.”
할머니는 해쓱한 얼굴에 안색도 안 좋았다. 혹시나 싶어 방에 들어가 봤더니, 컴컴한 방에 방바닥은 냉골이었다. 전기장판을 만져보니 얼음장이었다. 며칠 전부터 전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셨다. 사람을 부르자니 시골까지 출장비도 비싸게 달랄까봐 그냥 참고 지내신단다. 그것도 3일째란다.
안 되겠다 싶어 얼른 읍내 전파사를 찾아 연락을 했더니 토요일이라 근무를 안 한다며 월요일에 다시 전화를 달라는 게 아닌가. 추운 날씨에 할머니가 이틀이나 더 냉골에서 지내시다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전파사 아저씨한테 사정 얘기를 했다. 그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우리의 위치를 물었다.
거의 40분 만에 달려온 그는 이것저것 살피다가 누전차단기는 퓨즈가 나갔고 형광등은 안정기가 망가져서 그렇다며 통째로 갈아줬다. 30여 분만에 전기가 들어오고 전기장판이 따뜻해져오자 할머니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우리도 안도감이 들었다.
전파사 아저씨에게 출장비와 수리비를 물었더니 오히려 우리더러 “좋은 일 하시는데, 그것도 모르고 월요일에 오겠다고 해서 미안하다”며 한사코 돈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는 할머니와 우리에게 명함을 주며 혹시 또 전기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좋으니 연락하라며 총총히 떠났다. 앞으로도 쭉 비용은 무료란다.
어둡고 차가운 방에서 홀로 지내시던 할머니도, 돕지 못해 답답했던 우리도 아저씨 때문에 환하고 뜨거운 사람의 정을 느꼈다.
그 먼데를 한걸음에 달려와 짜증도 내지 않고 수리를 해주고 비용도 받지 않은 전파사 아저씨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무료로 봐주겠다며 연락처까지 주고 간 그 아저씨는 진정한 사랑의 실천자가 아닐까 한다.
박나영(창원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