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중 무엇이 좋으냐고 물으면
바다보다는 산이, 산보다는
강이 좋다고 대답하곤 했는데
그래서일까
인생의 후반을 강 옆에서 보내게 됐다
이곳에 와서 처음 찾은, 아직은 낯선 강
허나 인연이 있는 강이다
꼭 20년 전인 1999년 여름
사랑하는 이와 이 강을 건넜더랬다
서울에서 밤기차를 타고 내려왔었지
이곳이 목적지는 아니었다
도착하자마자 다시 버스터미널로 갔으니까
그럼에도 이곳을 기억하는 건
아마도 부추전과 강바람 때문일 게다
부추전이 반찬으로 나온 터미널 식당 백반은
지금껏 여행 다니며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나뿐 아니라 함께 먹은 이도 그리 생각한다 했으니
그날 아침밥은 정말 맛있었던 게 맞을 게다
아니다
부추전과 강바람 때문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한 연인의 첫 여행이었기에
두고두고 기억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그 설렘
오랜 기다림 끝에 온 사랑에 대한 기대
그 모든 것이 이 강에 가라앉아 있겠지
지금 그 앞에 내가 서 있다
나 경(진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