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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도산면의 어느 가을날

 

지난 1013일 통영 도산초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국제로타리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펼친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마을 이장이 알려주었고, 당일 아침에는 대형버스가 행사장에 갈 사람들을 태우러 와 있다고 마을방송까지 했다. 마침 일요일이고 딱히 할 일도 없어 가보기로 했다.

도착해 보니 벌써 한의원과 병원에서 나온 의료 봉사자, 도배와 방충망 설치업자, 이발·미용사, 법률상담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교실에서는 침을 놓거나 법률상담을 하고 운동장에서는 낡은 방충망을 무료로 교체해 주고 있었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고 간단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나이 많은 주민들이 많이 모였다. 요란한 음악과 번잡한 홍보물 없이, 재능 기부를 실천하는 실속 있고 좋은 행사라고 생각되었다.

정성이 깃들어 있는 점심에 지역 막걸리인 도산 막걸리와 안주도 푸짐하게 나와서 잔칫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어서 초빙 가수가 노래하고 봉사자들이 민속 무용과 춤을 추어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었다.

흥에 겨워 손뼉을 치고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오후 2시쯤 끝날 때는 아쉬운 듯 얼른 자리를 뜨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모처럼 한껏 대접을 받은 데다 주최 측 회장이 한 인사말 때문에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어르신들이 고생을 한 덕분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부강해졌으니, 이제는 대접을 받아도 미안하게 생각 마십시오. 오늘만이라도 자식 걱정도 하지 마시고, 차린 음식 마음껏 드시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간결하고 정다운 인사말이었다. 얼떨결에 어르신 대접을 받게 된 나도 옛 생각이 났고, 주위에 앉아 있던 어르신들도 옛날에 고생한 기억을 떠올렸다.

뜨거운 사막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한 것이나, 밤을 새워 완구, 파카, 가발을 만들었던 일, 신발 공장과 합판 공장의 독한 접착제 냄새를 피하지 못하고 수출 물량을 대기 위해 밤을 새운 일, 달러를 벌기 위해 험한 오지로 출장을 다녔던 일 등 불과 삼십여 년 전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날 인정이 넘치는 대접을 받아 고마운 마음이 컸다. 한편으론 이맘때는 맑고 푸른 하늘 아래 학교운동회가 열려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을 보기가 힘들어 쓸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신성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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