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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인생의 교훈이라는 황금반찬

신혼여행을 마친 동생 부부와 가족 모두 식사를 하기로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간 식당은 평소 아버님이 즐겨 가시던 고깃집이었다. 식사를 하던 중 배낭을 둘러맨 초로의 할머니 한 분이 식당으로 조심스레 들어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좀약, 고무장갑, 철수세미, 키친타월. 할머니는 그런 것을 팔러 다니는 행상이셨다.

사장님, 이거 하나만 팔아주세요라며 누구랄 것 없이 제일 먼저 눈에 띈 종업원에게 고개를 숙여 사장님이라 부르며 부탁했다.

나도 장사를 해봐서 알지만 이런 경우 대개 부담스러워 하며 손사래 치기 일쑤다. 하지만 이 종업원은 할머니께 어머, 죄송해서 어쩌죠? 다 있는 것들인데. 다음에 오시면 살게요라며 정중하게 사양하는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할머니도 더 이상 폐 끼치지 않으려는 듯 서둘러 에구, 그래요. 담에 오면 하나 팔아줘요라면서 돌아나가셨다.

그런데 그때, 주방에서 큰 외침소리가 튀어나왔다. “할머니 앉으시라고 하세요. 설렁탕 한 그릇 내드려요. 지금 끼니땐데.” 아직 할머니가 계신 줄 알고 말한 식당 사장님이었다. 그 즉시 종업원이 냅다 뛰어나갔다. 그러나 잠시 후 종업원이 혼자 되돌아왔다. “벌써 드셨다네요. 다른 집에서 김밥도 드시고 칼국수도 한 그릇요란다

덧붙여 한마디 더 사장님께 고맙다는 인사 꼭 전해 달라 하셨어요.”

할머니의 끼니걱정부터 하며 식사대접을 해드리라는 식당 사장님, 그리고 이미 할머니께 식사를 내어드린 김밥집, 칼국수집,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어머니가 얘들아, 너희들도 저 사장님처럼 착하게 살거라며 웃으셨다. 그날 우리 가족은 정말 값지고 맛난 밥을 먹었다. 인생의 교훈이라는 황금반찬으로.

 

김기봉(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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