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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다문화 가정을 위한 응원

 

고모님, 저희 집에 놀러오세요.”

외출했다 돌아오는데 후에가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베트남 과자 만들어요. 고모님 드려요.”

후에는 조카와 결혼해 재작년에 베트남에서 온 조카며느리이다. 우리 집 근처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기에 내 친동생처럼 챙겨주는 애틋한 조카 부부다. 며칠 전 찹쌀가루 사진을 보여주며 한국에도 있냐고 묻기에 파는 곳을 알려줬더니 베트남식 과자를 만들었단다.

작은 규모의 장사를 하고 있지만 마음씨 착하고 매사에 신중한 성격인 조카가 늦은 나이에 새 식구를 맞아들였으니 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가족 모두의 소망이었다. 그들이 잘 지낼 수 있게 도와주려고 여러모로 신경을 썼는데, 조카와 후에는 결혼 초기에 서로에게 적응하느라 부딪치며 한동안 많이 힘들어 했다.

고모님, 후에 베트남 가요.”

지난여름에는 자정이 다 된 시간에 후에가 우리 집 인터폰을 눌렀다. 얼른 손을 잡고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오니 눈자위는 충혈되었고, 거리를 얼마나 쏘다녔는지 손이 차갑고 몰골이 초췌했다.

오빠(남편)가 후에, 사랑 안 해요. 애기 사랑 안 해요.”

아이 키우며 입맛 없어 하고 베트남 음식만 찾는 후에에게 조카가 짜증을 냈고, 옥신각신하다가 무작정 집을 나왔다고 했다. 그러다 한참을 울며 푸념을 하던 후에가 집으로 가겠다며 일어섰다. 혼자 갈 수 있다며 사양하는 후에의 손을 잡고 두런두런 얘기를 하며 데려다주었다.

집에 도착해 보니 아직 화가 가시지 않은 조카가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런 조카의 어깨를 두드리며 , 그 먼 나라에서 너 하나만 믿고 시집왔잖아. 잘해줘. 다들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늙어가는 거란다라며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 이번엔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으니 여간 고맙고 반가운 게 아니었다. 저녁에 후에에게 가보니 삶은 고구마를 으깨어 소로 넣고 만든, 우리의 찹쌀도넛과 비슷한 과자를 만들어 놓았다. 맛있다며 칭찬을 하자 후에, 마음(기분이) 좋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우리 조카부부뿐만 아니라 경상남도 농어촌에서 다문화가정을 일군 모든 부부와 아기들이 평생 알콩달콩 예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경화(산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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