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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전통시장 상인분들 파이팅!

지난 주말 오후, 아내가 장 보러 가자고 꼬드겼다. 아내는 차를 끌고 대형마트로 간다며 자동차 키를 들고 나섰다. 나는 요즘 대형마트 때문에 전통시장이 다 죽는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아내더러 전통시장인 진주중앙시장에 가자고 했다.

 

어릴 적 시골에 살던 우리 집은 미나리꽝에서 미나리를 키워서 팔았다. 어머니는 밤이 깜깜해져서야 미나리를 베어서 집에 들어오셨다. 그리고는 저녁도 제대로 잡수시지 못하고 전등불 밑에서 미나리를 다듬고 묶으셨다. 밤을 새다시피 하시고는 새벽같이 첫차를 타고 진주시내 장에 나가 미나리를 좁디좁은 골목에 펼쳐놓으셨다. 거기서 온종일 미나리를 판 돈으로 우릴 키우셨다. 나는 미나리 짐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아들놈 학비를 보태주기 위해 시장 바닥을 헤맨 어머니가 생각나 그날은 전통시장을 찾은 것이다.

 

진주중앙시장에 가서 우린 고구마도 사고 도토리묵 한 덩이, 두부 2, 고기와 떡도 좀 샀다. 아내는 연신 어머, 마트보다 싸네라며 놀라움 반, 기쁨 반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트에서 깔끔하게 비닐로 포장해 1000원 가격표가 딱 붙은 잘 생긴 호박만 집어 들다가, 약간 생채기 났지만 투박하면서 맛나게 생긴 전통시장의 700원짜리 애호박을 집어 들던 아내는 전통시장에 오길 잘했다고 웃음지어 보였다.

 

그랬다. 전통시장에는 여전히 우리 서민들의 삶의 향기가 있고, 인생이 있고, 추억이 있고, 어머니가 있고, 고향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향수에 젖으며 시장을 돌았고, 아내는 싸게 좋은 물건 샀다고 연신 히죽히죽 기분이 좋았다. 돈이 많이 굳었다나?

 

집에 와서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꺼내놓고 보니 1000원이라는 바코드 찍힌 대형마트의 호박보다 “3개에 2천원!” 하며 소리치시던 할머니로부터 사들고 온 그것이 훨씬 잘생겨 보였다. 그날 된장찌개는 구수한 게 정말 일품이었다.

 

경상남도 자영업자 여러분, 전통시장 상인분들! 코로나 잘 이기고 힘내시길!

 

유남규(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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