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눈에 있는 큰 점 때문에
매일 같이 왜 이 모양으로 낳아놨냐고
따지고 원망해서 미안해
아빠,
내 나이 아홉 살에 멀리 떠나갔잖아
왜 이렇게 멀리 그리고 빨리 돌아가셨냐고
추억 하나 남기지 않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
좀 더 일찍
말하고 싶었는데
좀 더 일찍
말했어야 했는데
수십 년이 지나서야 이제야 사과를 하네
서른일곱
나도 두 아이의 아빠잖아
살아보니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많았어
엄마, 아빠도 그런 거였잖아
그래서
더 미안해
하루하루 숨만 쉬고 사는 엄마한테
뜻하지 않게 떠나야 했던 아빠한테
대못을 박아버리고 말았어
엄마, 아빠
나 낳아주고
지금,
아빠로 살게 해줘서 고마워
기억할게 없어도 기억할게
느끼지 못했던 그 사랑까지도 사랑할게
이승원(김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