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유영초등학교 배구부를 만난 날,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토스’였다. 배구 기술 가운데 다른 선수가 공격하기 알맞게 공을 네트 위로 올려주는 ‘토스’. 학교는 감독과 코치를, 코치는 선수들을, 선배 선수는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며 뒷받침하고, 결국은 승리라는 성취감을 다함께 맛보는 모습에서 따뜻한 감동이 느껴졌다.
창단 이래 세 번째 전국소년체육대회 우승
유영초등학교 배구부는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 우승을 거머쥐며 상반기를 즐겁게 마무리했다. 올해만 해도 협회장기배구대회 준우승을 시작으로 재능기 전국초등학생배구대회 준우승, 종별배구선수권대회 우승까지 거뒀지만, 전국소년체육대회 우승이 갖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유영초가 처음으로 전국 우승을 거뒀던 대회가 1998년 전국소년체육대회. 당시 감독이 유영갑 선생님, 지금의 교장선생님이다.
사실 유영초는 초등 여자배구팀 중에서 전국 톱3에 드는 강팀이다. 창단 이래 꾸준히 좋은 성적을 이어오고 있는 비결, 그 첫 번째는 ‘김귀순 코치’의 역량에 있다는 이들이 많았다.
“코치는 학생들이 지치지 않고 계속 배구를 할 수 있게 이끌어주고 기량을 200% 발휘하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김귀순 코치가 훈련할 때는 강하게 하다가도 마칠 때는 엄마처럼 끌어안아 주고…. 물론 학생들의 노력,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심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비결입니다.”
- 안서환 감독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을 학생들에게 물었을 때 역시 비슷한 대답이 나왔다.
“저희 팀은 기본기가 확실히 좋고요, 공격력이 골고루 잘 분포돼 있는 것이 강점입니다. 제가 팀에 늦게 들어왔는데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커요.”
- 김수완, 6학년, 주장
기본기가 있으면 더 빨리 자란다
김귀순 코치는 1983년 프로배구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유영초 배구부를 맡은 것은 2003년 3월, 벌써 17년째다. 김 코치가 온 이후로 유영초가 거의 매년 대회 2관왕을 기록했으니, 선수들과 학부모, 학교의 무한신뢰는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또 코치로서, 김귀순 코치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기본기’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들은 초등학교 때 다 배운다고 생각하거든요. 특정 경기를 위한 훈련보다는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도 필요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기본기를 처음부터 잘 잡아주려고 합니다. 기본기를 잘 익혀야 시간이 지날수록 기량이 빨리 오르거든요.”
- 김귀순 코치
올 상반기에는 6학년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꾸렸다면, 하반기에는 5학년 선수 위주로 체제를 전환한다. 대회를 준비하며 훈련하면 빨리 기량이 늘고, 경기 감각도 길러줄 수 있어 오래전부터 해온 전통이다.
훈련과 놀이 사이, 결과와 즐거움 사이
취재를 갔던 날, 진주 선명여고 배구부에서 뛰고 있는 졸업생이 찾아와 후배들의 훈련을 돕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훈련과 놀이 사이, 결과와 즐거움 사이. 선배들이 그랬듯, 지금의 학생들 역시 그 사이에서 답을 찾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서로를 향해 토스해주는 친구들이, 선후배가, 코치와 학교가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통영 유영초등학교 배구부 선수
[6학년] 김수완, 나민지, 공영은, 양현지, 이수인, 유하린
[5학년] 김가현, 안예린, 장연희, 정아향, 박민서
[3학년] 조서연, 김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