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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

[행복한 여행]“밤바다에서 보는 통영, 환상이죠!”

바다택시로 떠나는 통영夜行


한국관광공사가 국내 야간관광 100선을 발표했다. 경남도내 관광상품은 4.

창원 저도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 통영밤바다 야경투어, 사천시 삼천포대교, 하동 섬진강 평사리 달마중이다. 그중 우리나라 최초로 바다택시를 도입, 새로운 여행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통영밤바다 야경투어를 소개한다.

 

국내 최초 바다택시, 통영에 떴다

통영 하면 떠오르는 관광지 강구안, 바다에서 바라본 적 있으세요? 그것도 야경으로 말이죠. 밤바다에서 강구안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뱃사람 아니고는 드물걸요.” 

통영바다택시를 운영하는 한국해양소년단경남남부연맹 조경웅 국장의 말이다. 조 국장은 바다택시의 항해사다. 그의 말대로 시각을 바꿔 바다에서 통영을 바라본다면 뭔가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을 듯하다. 기대를 안고 바다택시에 오른다.

승선을 위해 미리 구명조끼를 입었다. 구명조끼를 건네고 승객의 안전을 챙기는 것은 한정훈 주임이다. 한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도 밤바다의 공기는 서늘하다. 한 주임은 방석과 무릎담요를 챙겨주고, 여행 재미를 더하는 통영밤바다 야경투어라고 새긴 글씨 픽까지 돌리며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통영바다택시는 국내 최초의 해상택시다. 2018년 한산대첩축제 기간에 시범운영 된 후 지난해부터 본격 운영되고 있다. 도남관광지 요트학교에서 출발~강구안~충무운하교~통영대교를 돌아 원점 회귀하는 노선이다. 소요시간은 50.

택시라 유람선과 다른 점도 있다. 여행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관광이 가능하다. 노선이 고정돼 있는 야경투어 외 배편이 연결되지 않는 섬과 섬, 이를테면 연화도와 한산도를 연결하는 식으로 낮 투어를 진행한다. 10명 이상이면 맞춤형 예약이 가능하다. 승선 정원은 23. 항해사와 안전요원 외 21명의 여행객이 탈 수 있다.

 

 

 

국제음악당·연필등대 감상하며 출발 

갈매기 두 마리가 날개를 편 듯한 통영국제음악당을 바라보며 야행은 시작됐다. 마리나리조트 방파제의 크리스털연필등대와 통영요트학교의 즐비한 요트 사이를 빠져나와 강구안으로 향한다.

배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야경에 자신 없으면 불가능하지요. 동양의 나폴리라는 통영의 야경은 이미 소문나 있는데요. 육지에서 바라보는 것 못지않게 바다에서 보는 것도 환상입니다.”

감미로운 선내 음악과 함께 조 국장의 안내가 이어진다. 해안과 멀어지면서 바라보는 통영국제음악당은 그야말로 밤바다를 평화로이 날고 있는 갈매기 한 쌍이다. 리조트와 호텔의 불빛도 서서히 선미에서 멀어진다

이어 통영리스타트플랫폼으로 재탄생되고 있는 폐조선소의 골리앗크레인이 보인다. 통영의 아픔과 희망이 함께 깃든 곳이다. 오른편으로는 남망산 아래 통영시민문화회관과 장자섬 해안의 중소형 조선소들이 보인다. 예향 통영과 해양도시의 면모를 한눈에 담는 순간이다.

복주머니처럼 떠있는 공주섬을 옆구리에 끼고 멀리 강구안 불빛을 바라본다. 낮에 잘 보이던 세병관은 화려한 네온사인에 가려 제대로 식별되지 않는다. 번화한 항구의 활기는 낮이나 밤이나 한가지다.
 
 

강구안의 낮과 밤, 동피랑 vs 야경​ 

낮에 동피랑의 벽화와 바다조망으로 아기자기한 육지관광을 즐겼다면 바다택시에서는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게 된다.

매립으로 해안의 모습이 단조로워졌지만, 조선시대에는 세병관 아래로 모두 해안이었어요. 서포루와 동포루, 북포루를 잇는 통영성이 있었습니다. 왜적을 막는 천연요새였어요.”조 국장의 설명에 400여 년 전 역사를 떠올린다. 가로등과 네온사인으로 미항의 면모를 뽐내고 있는 강구안이 임진왜란의 전장이었다니. 강구안을 선회하듯 빙 돌아 뱃머리를 돌린 택시는 충무운하교로 향한다. 화물선부두와 통영여객선터미널을 지나자 미수동 식당가의 화려한 불빛이 다가온다. 그 속에 빨간색 몽당연필등대도 있다. 앞서 봤던 크리스털연필등대와 함께 박경리 선생을 비롯한 통영의 문필가를 기념하는 등대라고 한다.

  

이순신 장군과 전혁림 화백의 바다

충무운하교에 다가가며 연한 불빛에 쌓여있는 한옥 한 채가 눈에 띈다. 주변의 환한 전등 빛과 달라 눈여겨보게 된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착량묘다. 착량묘 아래 좁은 바다가 바로 통영운하. 본디 물 반 육지 반이었던 곳으로 배가 드나들 수 없었다. 그래서 임진왜란 때 왜군이 오도 가도 못하고 이곳에 갇혀 대패했다. 통영사람들은 그런 승리를 이끈 이순신 장군을 기려 해안 언덕에 착량묘를 지었다.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통영운하를 지나며, 운하를 내려다보고 있는 착량묘를 올려다본다. 역사를 되새기는 복잡한 심사를 뒤로 하고, 바다택시는 충무운하교에 다다른다.   

차를 타고 지난다면 통영반도와 미륵도를 잇는 다리일 뿐이지만, 밤바다에서 보니 그냥 다리가 아니다. 전혁림 화백의 작품 운하교통영항이 벽화로 전시된 갤러리다. 햇빛 아래서 존재감이 미약했던 전 화백의 그림은 까만 밤을 배경 삼아 제대로 작품성을 발휘한다. 물결에 일렁이는 벽화의 그림자도 특별한 인상으로 각인된다. 일상의 풍경이 예술이 되는 통영의 진면목을 보는 듯하다.

서서히 충무운하교를 빠져나오자 공중에 떠있는 거북선이 눈에 들어온다. 통영의 정체성을 담은 호텔로 이름난 통영거북선호텔이다. 마치 한산대첩의 승전을 기념하는 탑 같다.

 

무지개 뜨는 통영대교, 행운의 인생샷

드디어 통영의 랜드마크인 통영대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다리는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화려한 조명쇼를 펼치고 있다. 미륵산에서 내려다 봐야 그 전경을 다 볼 수 있다지만, 바다에서 보는 대교의 전망도 그 못지않다. 밤바다 수면 위로 일렁이는 반영이 실제보다 다리를 더 크게 부풀린다. 반원형 다리 난간의 형형색색 조명은 밤바다에 뜬 무지개다.

행운의 무지갭니다. 반영이 제대로 비치면 쌍무지개가 되는 날도 있어요. 바다택시가 추천하는 포토존입니다.”

조 국장의 말에 고무된 승객이 뱃전에 앉아 행운의 무지개를 담는 인생샷에 도전한다. 통영대교를 반환점으로 바다택시는 출발지로 방향을 잡는다. 돌아오는 길에 수면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 달을 만난다. 국제음악당 인조 불빛과 자연의 달빛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두고두고 그리워질 것 같은 통영의 야경이다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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