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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탐방

[체험&탐방]남해에 살아보기

초이게스트하우스

 


 

여름휴가차 남해에 여행갔다가 시골마을 풍경과 맑은 바닷물에 반해 남해에 눌러앉은 최현우(40)·남미아(39) 부부. 제주 한 달 살기가 한창 유행할 때 오히려 남해살이를 자처한 이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남해에서 살아보기를 하고 있는 이들 부부를 만났다.

남해에 반하다

최현우·남미아 부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서울 토박이다. 남편 최 씨는 서울 옥수동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제주도는 귤, 동해안은 오징어, 부산은 해운대라고 말한다. 딱 그 정도만 안다. 나 또한 그랬다. 남해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며 남해살이를 시작하기 이전 상황을 설명했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서울살이에 지쳐 갈 때쯤, 최 씨의 마음속에 한 장의 사진이 떠올랐다.

서울 옥수동 지하철역 벽면에 전국에서 유명한 풍경 사진들이 붙어 있다. 그중 남해바래길 사진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바닷가 배경에 남자와 여자가 걷고 있는 사진. 출퇴근길에 항상 봐왔던 사진인데, 한 번쯤 저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진 한 장에 마음이 끌려 2015년 여름휴가는 남해로 향했다. 부부는 34일 일정 동안 남해의 유명한 관광지보다 조용하고 소박한 시골마을들을 구경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으면 한참을 바라봤다.

그는 남해에 처음 왔지만 모든 게 좋았다. 바닷물도 맑고, 해안도로도 예쁘고, 마을도 예뻤다. 처음으로 묵어본 게스트하우스도 그렇게 정겹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휴가를 보낸 후 서울로 돌아왔지만 문득문득 남해가 떠올랐다. 휴가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보통은 잊어버리는데 남해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미 남해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남해살이 시작

2015년 여름 끝 무렵. 최 씨는 별안간 아내에게 물었다. 남해에서 살아보는 건 어떠냐고. 그는 당연히 No라고 대답할 줄 알았던 아내의 대답은 뜻밖에 괜찮다. 좋다였다. 아내도 10여 년 동안의 직장생활에 많이 지치고 힘들었던지 남편의 제안이 반가웠다. 남해살이는 그렇게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땅부터 사놓자는 의견일치를 본 뒤 부부는 주말이면 남해로 내려왔다. 버스정거장과 슈퍼가 가깝고, 바다가 보이면서 비싸지 않은 땅. 부부는 3개월 만에 온점마을 바닷가 근처 좋은 땅을 살 수 있었다.

그는 운이 좋았다. 매주 주말 남해행에 부동산 중개인의 도움으로 201512월 땅을 구입샀다. 설계 과정을 거쳐 20164월부터 집을 짓기 시작해 그 해 7월에 완공했다. 남해로 여행 온 후 1년 동안 우리 부부의 삶은 180도로 바뀌었고, 정말 재미난 시간들이었다며 말했다.

 

수입은 줄어도 남해살이는 풍족

남해살이에서 최 씨 부부가 생계대책으로 계획한 일은 게스트하우스였다. 농사는 지어본 적도 없고 그래도 최 씨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니 게스트하우스를 열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최 씨의 성을 딴 초이게스트하우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 보니 바쁜 날들이 정해져 있다. 성수기에는 아침 일찍부터 조식을 준비하고, 청소를 하고 손님을 맞이하며 분주하게 보낸다. 그러다가 비수기가 되면 평소 좋아하는 취미생활인 프라모델도 조립하고 게임도 하며 지낸다. 남해 곳곳의 맛집과 여행지를 둘러보고 블로그에 글도 올리며 남해살이를 즐기고 있다며 일상을 소개했다.

아내 남 씨는 남해로 내려오면서 꼭 키우고 싶었던 강아지를 입양했다. 그녀는 서울에서 살 때 남편과 함께 유기견 산책 봉사활동을 주기적으로 했었다. 남해살이를 결정하고 지금의 강아지 플루토를 입양했다며 플루토를 소개했다. 원예조경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작년 12월부터 남해 지족 구거리에 플로마리란 꽃가게를 열었다. 평소 꽃을 좋아하는 그녀는 게스트하우스 정원도 직접 꾸민다. 또 원예예술촌에서 정원을 기획한 경험도 큰 보탬이 됐다.

남해살이 이후 부부의 이웃도 바뀌었다. 게스트하우스 손님과도 친구가 되고, 귀촌한 사람들과는 더욱 각별한 사이로 발전했다. 최 씨는 남해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 더 소중한 것 같다. 함께 장 보러 가서 커피도 한 잔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때때로 바비큐 파티도 한다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누리고 있다.

물론 직장에서 받던 월급보다 벌이는 못하지만 남 씨는 마음이 편하다는 것. 그것만큼 큰 건 없는 것 같다. 당장 오늘 밤 불안하지 않게 잠을 청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남해살이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시골마을 풍경과 짠내 나지 않는 바닷바람, 그리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활하는 이들 부부의 일상은 마치 축제 같다. 여행이 주는 설렘과 자유로움, 그리고 일상의 편안함이 합쳐진 이들 부부의 남해살이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 같다.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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