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전투대형 운용

군사의 세력은 어떤 전투 진형(진법)으로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 그 싸움의 승패가 달려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의 이순신이 여러 해전에서 활용했던 진형을 살펴보면 다양한 진형을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순신의 병세(兵勢)는 문자 그대로 변화무쌍한 형태이고, 전술에 있어서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이순신의 지휘능력은 부딪치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유리하게 변화를 시켰으며, 따라서 어떤 전투든지 수시로 그 상황에 맞는 전법을 택했다.

이순신이 즐겨 쓴 전투 진형은 대체로 학익진(鶴翼陣)ㆍ장사진(長蛇陣)ㆍ횡열진(一字整陣)이다. 이러한 진형은 어린학익진(魚鱗/魚麗鶴翼陣)ㆍ팔진기법(八陣奇門法) 등에서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어린학진은 물고기의 비늘이 벌려진 것 같은 진형과 날개를 편 것 같은 진형을 일컫는 말이다. 어린은 물고기 비늘처럼 잇대어 있는 진형이다

또 팔진기문법은 적군의 위세를 손상하고 아군의 형세를 증강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형세이다. 여기서 팔진이란 홍범(洪範)의 팔방(八方)을 바다에서 적용한 형상이며, 그 가운데 삼방(三方)에 복병을 두었다가 적군에게 헛점이 보이면 즉각 질풍같이 공격하는 방진(方陣)이다. 방진은 두 개의 네모가 진 진형인데, 안쪽 네모진은 지휘함을 보호하는 것이고, 바깥 진은 실제 전투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임무를 띤다. 이 방진은 직진(直陣)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학익진은 그 어떤 진형보다도 유명하다. 임진왜란에 대한 모든 기록에는 학익진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학익진은 육전에서는 횡열대형으로 쓰이는 것인데, 바다에서는 단순한 학익진보다 초생달 꼴의 어린학익진을 쓰게 되어 있고, 실제로 이순신의 진법은 어린학익진이다. 그 진법이 학익진과 대동소이하므로 모두 학익진이라 표기한 것 같다.
학익진을 가장 멋지게 사용한 전투는 어떤 해전에서 이용한 것보다도 견내량해전에서 이용한 것이 전투의 진수(眞髓)라 할 수 있다. 견내량은 폭이 좁고 암초가 많아 해전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유인 작전을 써서 넓은 바다로 나오게 한 뒤에 모든 전선이 왜 적선을 향하도록 이물을 돌려 학익진 형세로 함대를 형성하고 일제히 공격하도록 하였다.
이 견내량 해전에서 왜적선 73척을 물리친 가장 효과적인 진형이 바로 학익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순신이 “일시에 전멸시켜버렸다”라고 표현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유인작전이 결전을 위한 전초전이라 할 때 적을 유인한 뒤에 일제히 회전하여 한꺼번에 적에게 공격한다는 것은 요즘의 현대화된 첨단 무기체계로서도 쉽지 않은 전법인데, 이순신은 이런 전법을 활용해 승리를 이끌어 냈던 것이다. 이는 전투 상황에 맞는 전법을 구사하기 위해 이순신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이순신은 견내량해전이 있기 3주일전인 1592년 6월 21일에 원균과 이억기 등과 함께 한산도에서 합동작전을 실시하였다.
견내량에서의 학익진, 조선함선58척과 일본함선도주14척 / 일본함선 73척 /일본함선격침58척

또한 이순신이 활용한 전투 진형은 하나의 진형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학익진은 곧 어리진형(魚麗陣, 魚鱗陣)에서 융통성 있게 새롭게 펼쳐지는 전투진형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리적으로 숫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형세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시켜 학익진으로 운용하기도 하고, 또는 이것을 기초로 하여 이합(離合)ㆍ분산(分散)의 조화를 가미한 팔진기문법(八陣奇門法)도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전투 진형을 변형하여 사용했던 것이다.

옥포해전때에는 적은 전선으로 많은 적을 상대로 해야 했기 때문에 어린진법을 사용했고, 당항포해전에서는 첨자찰(尖字札)과 유사한 전법을 구사하였다. 또 명량해전에서는 일자진(一字陣) 즉 횡렬진(橫列陣)을 이용하였다. 이와 비슷한 전법으로 장사진(長蛇陣)이 있다. 이것은 요즘의 종열진(從列陣)이라 할 수 있는데, 기함을 중심으로 앞뒤로 줄지어 선 형태이다.

이 전투 진형을 실제 해전에 적용한 것은 부산포해전이다. 부산포 앞바다에서 이순신 함대가 앞장서고 그 뒤를 이억기 함대와 원균의 함대가 뒤따랐다. 이 때의 진형에 대하여 이순신은 장사돌진(長蛇突進)이라는 말로 표현을 했다. 말하자면 일제히 줄을 지어 왜 적선에 번갈아 가면서 공격을 한 것이다.

이렇듯 이순신은 전투를 할 때에 어떤 위치, 상황에서 어떤 진형으로 적을 공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적절하게 운용하여 최선의 전과를 이끌어 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