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영 전진도

우수영 전진도(戰陣圖)

고금도 덕동 충무사(忠武祠)에 소장되어 있는 우수영 전진도는 크기가 가로 10. 5㎝ 세로 28. 5㎝이며, 13折 1帖으로 되어 있다. 전라남도 문화재 자료 제163호(1988. 3. 16)로 지정되었으며, 조선후기 전라우수영의 군사조직과 진법 체계ㆍ운영 실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 수군의 전술 진형[진법]을 보여주는 10 매의 전진도(戰陣圖)가 포함되어 있다. 이 전진도의 작성년대는 첩지(帖紙) 안쪽에 적힌 “乾隆四十五年庚子”로 보아, 1780년(정조4)의 것으로 보인다.

이 전진도에 수록된 수군의 전술 진형은 명령을 받을 때의 진형인 청발방(聽發放)에서부터 좌우찰(左右札)ㆍ이로행(二路行)ㆍ첨자찰(尖字札)ㆍ학익진(鶴翼陣:2종)ㆍ곡진(曲陣)ㆍ원진(圓陣)ㆍ직진(直陣)ㆍ예진(銳陣) 등 10개이다. 이들 진형 속에 적힌 내용을 보면, 모두 전라도 우수영 예하 지휘관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이름들이 각각의 진형 안에서 같은 거의 임무를 수행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우수영 전진도로써 당시의 군사조직 내지 수군 편제를 대강이나마 알 수 있다. 여기서 곡진ㆍ예진ㆍ원진ㆍ직진ㆍ방진을 운용하는 법은 상대방이 어떤 형태의 진형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옛날에 오행(五行)에 근거를 두고 군사를 운용했기 때문에 오행진법(五行陣法)이라고도 한다.

청찰방(聽發放)
청발방은 지휘관에게는 명령 하달이요, 부하에게는 임무확인을 받는 것이다. 먼저 지휘관이 기함(座船)에 오르면, 승장포(升帳砲)를 올리고 대취타를 연주하고, 징을 친다. 그러면 분총ㆍ초관이 각각 배를 타고 좌선 아래에서 대기하면, 명령을 전달한다. 또 관기(官旗,官哨:將官ㆍ旗總ㆍ隊長)를 불러 명령한다. 다음에 분총(分摠)ㆍ파총(把摠)ㆍ초관(哨官)ㆍ대장(隊長)ㆍ포도(捕盜)ㆍ타공(舵工:조타수)ㆍ정수(碇手:닻 담당)ㆍ요수(繚手:돛줄 담당) 등을 불러 기함 아래에서 포고관(布告官)이 각자의 임무를 확인하면서 명령한다.
좌우찰(左右札)
좌우찰은 전투 진형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진형이다. 찰(札)이라는 글은 비늘이 겹친 것처럼 된 것을 말하는데, 좌우찰은 좌선함 즉 기함을 중심으로 전방에 중군함이 있고, 후방에는 거북선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기함을 중심으로 좌측과 우측에 전선을 일렬로 배치하고, 그 전선 옆에 병선이 한 척씩 딸려 있다. 이것은 기함과 중군함을 보호하는 좋은 형태라고 볼 수 있으며, 이동할 때에도 적을 공격하거나 방어하는데 효과가 좋은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로행(二路行)
이 진형은 좌우찰과 비슷한 형태이지만, 다르다. 그것은 좌선함과 중군함은 차이가 없으나, 좌선함 후방에 있는 것이 일렬로 세워져 있으며, 좌ㆍ우측에 배치된 배들이 한결같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진형의 이름이 말해주듯이 두 줄로 세워져 간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지휘함을 보호하면서 이동할 때에 유효한 진형으로 볼 수 있고, 좌우 측방공격에 유효한 진형이라 할 수 있다.
첨자찰(尖字札)
첨자찰진은 중군함이 좌승함 앞에 배치되어 있으며, 이것은 요즘의 복쐐기진과 매우 흡사하다. 맨 앞에는 척후선이 각각 좌우에 한 척씩 배치되어 있고, 그 뒤에 중군의 직접 지휘를 받는 전위대열이 있다. 그리고 좌승함 주위에 적은 배들도 쐐기진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뒤에 후열로써 좌승함의 직접 지휘를 받는 듯한 후위대열이 있다. 이 진형은 많은 배들이 이동하거나 적군을 공격하기에 매우 용이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학익진(鶴翼陣)
학익진은 좌승함과 중군함의 위치에 따라 두 가지로 운용되었다. 그것은 날개의 중앙에 좌승함이 있느냐 아니면 뒤에 별도로 호위함을 가지고 배치되었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중군함으로 볼 때에 중군함이 날개 중앙에 있느냐 아니면 날개 앞으로 전진배치 되었는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먼저 좌승함이 날개 중앙에 있으면, 중군함은 날개 중앙 앞으로 전진 배치된다. 이 학익진은 중군함의 역할이 전진 배치됨으로써 적군의 이동 및 동태를 직접 확인하여 공격 의도를 좌승함에 전달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때 좌승함은 직접 전투대열에 서서 공격에 참가하게 되는 것이다. 즉 화포 등을 직접 좌승함에서 운용한다는 것이다. 이 학익진의 장점은 좌승함이 공격대열에 참가함으로써 공격이 방어의 최적수단이 된다는 것을 대변해 주는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군함은 좌승함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 중군함이 적진 앞으로 배치됨으로써 적의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결함이 있다. 다음의 학익진은 좌승함이 날개 뒤에서 별도로 호위함을 가지며, 중군함이 날개 중앙에 배치된 진형이 있다. 이 학익진은 중군함의 역할이 공격대열에 참가하여 직접 화력을 운용하는 형태이고, 그 공격의 정도에 따라 좌승함에 전달할 수 있는 정확한 보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좌승함은 날개 뒤에 별도의 호위함을 가지고서 진형 전체를 지휘할 수 있음에 따라 지휘의 용이성은 있으나, 그만큼 전투력이 방어에 치중되어 화력을 효용성에 있어서는 다소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곡진(曲陣)
이 진형은 지휘함을 보호하는 세력이나, 바깥쪽에 있는 세력은 변함이 없다. 다만 그 모양이 문(門)을 중심으로 앞쪽이 벌어진 굽은 모양이고, 측방에 있는 세력에는 일렬로 똑바로 배치되어 잇다. 그래서 곡진이라고 하였던 것 같다. 이 진형은 다른 진형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형태이다. 즉 둥근 모양으로 바꾸려면, 그 자리에서 조금씩 벌이고 조정하여 둥글게 하면 원형진이 되며, 사방을 곧바로 일렬로 서게 하면 직진(直陣)이 되며, 전후좌우로 뾰족하게 만들면 예진(銳陣:능형진)이 된다.
원진(圓陣)
이 진형은 요즘에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원형진이다. 지휘함을 중심으로 호위함이 안쪽에서 둥글게 짜서 호위하는가 하면, 바깥쪽에도 둥글게 배치한다. 그리고 이 진형은 곡진에서 설명한 것처럼 다른 진형으로 바꾸기에 매우 쉽다. 그 자리에서 조금씩 이동하여 곡진ㆍ직진ㆍ예진으로 바꿀 수 있다.
직진(直陣)
이 직진은 곡진과 가장 비슷한 모양이다. 그 배치된 세력이나 모양도 가장 비슷하다. 다만 앞뒤에 배치된 세력이 굽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형은 지휘함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형태로서 지휘함을 방어하는 좋은 진형이라 할 수 있으며, 사방에서 공격해 오는 적을 방어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이 진형은 형태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곡진ㆍ예진ㆍ원진 등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예진(銳陣)
이 예진은 요즘에는 능형진과 비슷하며, 그 용도도 비슷하리라 여겨진다. 오직 그 모양으로 볼 때에 이동이 가능하고, 지휘함을 보호하는데 용이한 진형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이 진형은 무엇보다도 다른 진형 즉 곡진ㆍ직진ㆍ원진으로 바꾸기에 쉬운 모양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