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개된 거북선

미국에서 공개된 거북선

2004년에 미국에 살고 있는 재미교포가 공개한 그림으로 조선 후기 거북선의 구조와 형태를 자세히 알 수 있는 그림이다.

소장자는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서진무역 윤원영 사장이다. 이 그림은 가로 176㎝, 세로 240㎝의 비단천에 세부적인 모양은 다르지만 용의 머리와 거북의 몸체 형태를 지닌 전선 4척의 모습을 담고 있다. 또 거북선 위의 장대에서 회의 중인 장수들과 판옥선 및 소형 선박에서 무기를 점검하는 병사들과 물건을 나르는 민간인들도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당시 윤 사장은 평양 숭실학교 교장을 역임한 미국인 선교사 데이비드 마우리의 손주 며느리로부터 2003년 1월 이 그림을 구입했는데, 구입 당시에 “1867년 일본 니가타(新潟)현 인근의 성벽을 허물 때 발견된 그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조지아대에서 탄소동위원소 측정 기법을 동원해 연대를 측정한 결과 이 그림이 300~35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윤 사장의 설명대로라면 이는 임진왜란(1592-1598) 이후인 17세기 중반에서 18세기 초 사이 거북선을 비롯한 당시 군선과 수군 장병의 모습을 실제로 보고 그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그림에 묘사된 거북선은 전반적으로 보면 맨 앞과 가운데의 것은 통제영 거북선을 닮았고, 뒤의 두 개는 전라좌수영 거북선을 닮았다. 그렇지만 비슷할 뿐 똑 같지는 않다. 또한 종래 생각한 것만큼 2층 구조를 갖출 수 없을 정도로 낮게 덮여 있지 않고, 충분히 포를 장착하고 활을 쏠 수 있는 전투 공간을 마련할 만큼 높게 덮여있다. 게다가 판옥선과 같이 최상층에 장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맨 앞의 거북선에는 열어젖힌 문 안으로 대포를 장착하고 무언가 작업을 벌이는 전투원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 위치가 노를 젓는 공간의 위에 위치한 2층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거북선의 상부구조가 노를 젓는 공간과 전투 공간이 상하로 분리된 2층 구조였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그동안 학계 일각에서는 노와 화포가 한 층에 배치될 경우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거북선이 3층 구조였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이 그림으로 3층설 주장이 점차 탄력을 얻기도 하였다. 그러나 통제영 거북선과 유사한 형태의 거북선은 역시 2층 구조로 보이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어쨌든 윤사장이 공개한 그림이 실제로 16세기의 거북선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인지에 관해서는 관계 전문가의 더욱 세밀한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탄소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도 측정 결과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림의 왼쪽 하단에 적혀있는 명문이 한치윤(韓致奫, 1765~1814)이 말년에 쓴 『해동역사(海東繹史)』의 거북선 설명을 그대로 인용하여 썼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문의 내용이 그림과 동시에 써졌다고 한다면 이 그림은 적어도 『해동역사』가 간행된 이후(19세기)에 그려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림에는 최초 사용했던 석채(광물성 물감)가 용머리·방패·깃발 등에 일부분 남아있지만 일부분은 덧칠한 흔적이 발견되고 있고, 화풍, 색채 등이 일부 일본 화풍과 비슷한 점 등이 있다는 점에서 이 그림에 대한 좀 더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