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옥선의 구조

판옥선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는 앞서 소개한 각선도본(各船圖本)에 나온 전선도이다. 우선 도본에 나온 원문과 이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戰船
本板長九十尺廣十八尺四寸元高十一尺三寸下層信防牌高五尺船頭廣十五尺
船尾廣十二尺七寸上粧長一百五尺廣三十九尺七寸右統營上船尺量
本板長六十五尺元高八尺中廣十五尺船頭廣十二尺五寸船尾廣七尺五寸
右各邑鎭戰船尺量
統營座副船駕木十六本板十五立
各邑鎭戰船駕木十五本板十二三立
飛荷直板十五立.船尾虛欄 本板十五立在水面不見
전선
배밑(본판)의 길이는 90자, 너비 18자 4치, 높이(깊이) 11자3치, 아래층 신방에서 방패 까지 높이 5척, 선두(이물) 너비 15척, 선미(고물) 12자 7치, 상장(판옥) 부분 길이105척, 너비 39척7촌이다. 이는 통영상선의 치수이다.
배밑의 길이가 65자, 깊이 8자, 중간부분 너비 15자, 선두 너비 12자 5치, 선미너비 7자5치. 이는 각읍진의 전선치수이다.
통영 좌선과 부선의 가목은 16개씩. 본판은 (통나무) 15개를 조립한다. 각읍진의 전선은 가목은 15개. 본판은 12~3개를 조립한다. 이물비우는 판자 15개를 조립. 선미는 난간이 없다. 배밑 본판은 15개를 이어 붙였는데 물밑에 있어 안보인다.
위의 번역내용을 가지고는 도무지 어떤 형태인지 알기가 무척 어렵다. 이를 다시 의미를 중심으로 하나씩 설명해 보겠다.

우선 동양의 배에는 우리가 친숙하게 생각하는 현대선박의 용골이 없다. 물론 중국의 경우, 신안에서 발굴된 신안선처럼 용골이 있는 첨저선도 있었으나 점차 사라지고 정크처럼 용골이 없는 것만 남았다. 이처럼 동양권의 배는 배의 척추라고 할 용골이 없는 대신 평탄한 저판이 이를 대신한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늑골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들이 배의 구조를 설명하는 글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
각선도본 전선도 각선도본 전선도

한선의 경우 배의 기본 구조라고 할 용골과 늑골이 없는 대신 용골의 기능을 하는 본판 이라고 부르는 구조와 늑골 대신 배의 횡강력을 유지하는 가룡(또는 장쇠)이 있다. 따라서 전통 한선에 있어서 용골의 기능을 하는 본판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한선을 설명하는 어느 설명에서나 가장 먼저 그리고 자세히 다룬다.

판옥선은 기본적으로 3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1층은 본체 또는 하체라고 불리고, 일반적인 다른 한선과 같은 형태와 구조를 가진다. 판옥선의 경우 이 부분만을 평전선이라고 부를 경우도 있다. 『각선도본』에는 전함의 상장을 제거하고 본체만 그린 구조도를 따로 전선철상장도(戰船撤上粧圖)로 표시하고 있다. 이렇게 상장을 제거한 평선은 한선 구조를 아주 잘 보여 준다. 우선 굵은 각재 12~15개를 가쇠라고 불리는 긴 나무창으로 꿰뚫어 이어 본판을 만들고 본판 좌우에 삼판이라고 불리는 긴 판자 7쪽을 본판위에 이어 붙여 만드는데 앞의 설명에서 원고가 11척 3촌이라는 것은 바로 배의 본판에서 부터 맨 위쪽 7번째 삼판까지의 높이로 배의 선체부분 깊이를 말한다. 7번째 삼판에는 마치 우마의 멍에를 메우듯 멍에(가목)가 얹어지고 그 위에 귀틀을 짜고 포판(갑판)을 깐다. 이런 상태를 보통 한선에서는 평선이라고 부르는데, 판옥선의 경우 구조상 선체, 본체, 또는 하체라고 한다.

2층은 판옥선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 되는데, 평선 위에 방패판을 설치한 것이 마치 집을 지은 것처럼 보여 판옥선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이를 판옥상장이라고도 하는데 우선 하체의 멍에 위에 신방 도리를 걸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 뒤 패란을 만든다. 아래층의 신방에서 패란 사이에 방패판을 설치하여 2층을 만드는데 그 높이가 5자라는 뜻이다. 이 부분이 다른 나라 선박에는 볼 수 없는 판옥선의 특징으로 배의 이물로부터 고물까지 배 전체에 선루를 만드는 것으로 단순히 상장이라고도 한다.

상장 위에는 양현과 이물에 여장을 설치하였다. 상장의 패란 위에 뱃집멍에를 걸고 여기에도 포판을 까는데 이는 청판(廳板)이라고 한다. 따라서 판옥선은 갑판이 두개인 2층 갑판선이 된다. 청판에는 두개의 돛대(이물돛대, 한판돛대)를 뉘었다 세웠다 할 수 있게 한다. 3층은 청판 위의 누각을 말하는데 여기가 현대 함선의 함교에 해당한다. 통제사나 수사가 이곳 누각에서 지휘를 하게 되며 장대(將臺)라고 부른다. 또한 청판에는 기를 올리는 깃대도 있다.

판옥선 구조는 서양식에 비해 구조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서양선이 사각형 용골을 놓고 거기에 외판을 받쳐줄 늑골을 설치한 뒤, 비교적 얇은 판자로 외판(현판)을 조립하는데 비해, 전통 한선의 경우 배의 용골대신 굵은 통나무 여러 개를 조립(전선의 경우 12~15개를 조립)하여 넓적한 본판을 만든 뒤 이 평평한 본판위에 좌우에서 삼판이라고 불리는 외판을 턱붙이 클링커 이음으로 겹쳐 올리고 늑골이 없는 대신 좌우 각각의 외판을 양쪽으로 지지하는 가룡목을 배의 크기에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한다.

또한 한선의 경우 배를 건조할 좋은 선재가 부족하여 주로 소나무를 사용하여 만드는데 우리나라의 선재용 소나무는 강하기는 외국의 선재와 비슷하나 휘기가 매우 어려워 자연히 투박한 상자형의 배가 되었다.
판옥선 횡단도로 본 한선구조

이렇게 용골이 없는 구조는 동양형 선박의 특징인데, 늑골이 없어 배가 찌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선의 경우 필요 이상의 격벽을 설치하여 격벽이 배의 모양을 유지하게 하고, 우리나라 전통 한선의 경우 외판 하나 하나마다 가룡목을 설치하여 배의 횡강력을 유지한다. 그런데 가룡은 외판판자 하나하나를 꿰뚫고 끼워 맞춤식으로 설치되어 있어 선체가 매우 견고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선체의 앞뒤를 역시 판자로 막아 일종의 상자형 배를 만든다. 따라서 배의 밑이 날카롭지 못하고 구조상 평저선형이 된다.

판옥선의 상장을 제거하고 위에서 본 모습
왼쪽 그림은 판옥선의 상장을 제거하고 위에서 본 모습을 그린 것으로, 각각의 삼판마다 가룡목이 끼워진 모습과 가목이 현판에 끼워진 모양새를 보여준다. 이렇게 가룡목과 가목에 의해 배의 횡강력이 유지되며 자연스럽게 칸이 나눠지는 구실을 한다.
거북선에서는 이렇게 나눠진 각방에 병사들의 휴게실과 무기고를 만들었다.
또한 중국선의 격벽이라는 것은 이 그림의 가룡목이 판자로 바뀐 것으로 풀이하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본체가 만들어지면 선체의 가장 위쪽 외판위에 가목(멍에)을 외판 깊숙히 끼워 넣는 식으로 설치한다.

(가목의 위치는 가룡목과 같아 전선의 상장을 제거한 그림에는 가목만 보인다고 했다) 가목이 설치되면 여기에 귀틀을 짜고 포판(갑판)을 설치한다. 여기까지 만들어진 것을 평전선이라고 부르는데, 판옥선은 이 위에 판옥(판자집)을 지었다는 뜻이다.

평선의 멍에가 현측 외로 튀어나온 멍에 뺄목 위에 현란을 설치하고 기둥을 세운뒤 참나무로 만든 방패판을 세운다. 이 방패판 위에 언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패란을 설치한다. 패란 위에도 귀틀을 짜고 포판을 까는데 이를 청판이라고 부른다. 청판 위에는 현대 함선의 함교라고 할 장대가 만들어 지고 두개의 돛대도 설치한다. 청판의 좌우와 앞에는 여장을 설치하는데 뒷부분에는 여장을 설치하지 않는다. 이상이 각선도본의 내용을 통해서 본 판옥선의 구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