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완수

책임완수

책임이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말한다. 사회생활 혹은 조직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내부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직책에 따른 책임이 있다. 그 책임에 대한 부담은 타인에게 전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 결과에 따라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이 미친다. 즉 상부의 지시사항이나 조직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끝까지 처리하는 자세야말로 책임을 완수하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1593년 웅포해전 때, 적선을 퇴치하고 돌아오던 중, 군사들이 방심하여 통선 1척이 전복된 일이 있었다. 이에 이순신은 곧바로 장계를 올려 조정에 보고하였다. 아군의 전선이 손실된 이 사건은 7년간의 해전을 치르는 동안에도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이 일이 자신이 직접 저지른 잘못이 아닌 부하들의 실수임에도 불구하고, 지휘관으로서 자신의 잘못된 직무와 그에 따른 책임으로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인력과 재산을 잃은 것에 대하여 추궁과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준 것이었다.

이순신이 백의종군 중 통제사로 다시 임명되어 12척의 전선만을 수습하자, 조정에서는 그 전력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수군을 폐하고 육전에 임하라’는 명을 내렸다. 하지만 그는 육지에 왜군들이 위세를 자랑하고 국토를 유린하는 이유를, 수군으로서 최초에 적들이 조선에 상륙하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바다를 지키는 수군의 장수로서 자신의 형세가 불리하거나, 적들의 세력이 약하거나 강하던 간에 반드시 무찔러 바다를 지키고야 말겠다는 결의, 즉 수군이 맡은 책임을 적을 굴복시킴으로서 완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것이다.
이순신은 또한 백의종군하면서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되는 시기를 전후하여 ‘송나라의 역사를 읽고’라는 독후감을 초서체 《난중일기》에 기록하였다. 그 내용은 송나라가 금나라의 침입을 받았을 때 재상 이강(李綱)이 온갖 모략에 못 이겨 재상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고 도피해 버리려는 말을 했다는 내용에 대하여 비판한 것이다.
이는 나라가 어려움을 당한 때 재상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스스로 피하려는 생각을 품은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자신이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책임 있는 자, 또는 중책을 맡고 있는 자는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도피하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순신의 책임 완수 정신은 노량해전에서 적탄에 맞아 운명을 다하는 순간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싸움이 한창이다.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말라. 군사들을 놀래게 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유언을 남겨 장수로서의 책임을 다하였던 것이었다. 이순신이 보여준 ‘책임을 완수하는 정신’은 죽음까지도 초월하여 자신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우리들에게 자신의 소임을 끝까지 책임지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르쳐 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