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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얼음골로 떠나는 눈꽃 트래킹

명예기자 장원정 리포트g 

밀양 얼음골g 

 

[명예기자 장원정]한반도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경상남도는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따뜻하고 눈이 적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그러합니다. 그럼 경상북도와 경상남도를 포함하여 경상도 지방에서 유일하게 스키장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경상북도가 아니라 경상남도에, 그것도 경남의 가장 최북단 거창이나 합천이 아니라 아래쪽 양산에 있다는 사실을 경남도민들조차도 잘 알지 못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른 봄 홍매화를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통도사 인근에 스키장이 있다는 사실을 외지인들이 알고는 많이 놀라곤 하는데요, 엄연한 사실입니다.

 

밀양 얼음골g경상북도를 포함하여 경상도의 유일한 스키장은 경상남도 양산에 있다

 

경상북도 경주와 청도,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밀양과 양산. 이렇게 5개 시군에 걸쳐 형성된 해발 1,000m 이상 산악군을 유럽의 알프스 산맥에 빗대어 '영남 알프스'라 부릅니다. 경상남북도 유일의 스키장이 바로 이곳 영남 알프스 자락에 위치합니다. 스키장이 들어올 정도로 경남에서 거창의 남덕유산과 함께 가장 눈이 많은 지역입니다. 다만 영남 알프스 지역에 눈이 오더라도 온도차가 큰 양산시, 밀양시 도심에는 비가 오는 관계로 도심 속 시민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를 뿐입니다.

 

밀양 얼음골pg눈이 내려도 차를 가지고 쉽게 접근 가능한 밀양 호박소밀양 얼음골눈 내린 호박소 풍경

 

이 중에서도 재약산과 가지산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밀양 '호박소'는 영남 알프스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차로 쉽게 접근이 가능한 편이라 설경을 만나기에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갔을 만큼 깊었다고 하는 설화 같은 얘기도 전해지는 곳이자 동국여지승람에서 오랜 가뭄이 계속될 때 기우제를 지내는 기우소(祈雨所)였다고 전해지는 호박소는 밀양 8경 중 하나로 여름철 밀양을 대표하는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다만 눈이 내리는 시점을 일반인이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생각보다 눈이 많이 내리면 2륜 구동형 차는 이동에 조금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기에 쉽게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은 눈이 그쳐도 쉽게 녹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눈이 그친 후에도 여전히 설경을 만나기에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밀양 얼음골g눈 내린 밀양 산내면 풍경 – 밀양 도심에 비가 내릴 경우 얼음골이 있는 산내면에는 눈이 내릴 확률이 높다밀양 얼음골g겨울 얼음골 가는 길

 

개인적으로 눈이 그치면 호박소보다 얼음골 지역을 찾는 편입니다. 해발 1,189m의 천황산 북쪽 중턱 해발 600m 지점의 위치한 얼음골 계곡은 삼복더위에 얼음이 얼고 처서가 지날 무렵부터 얼음이 녹는다고 알려진 신비로운 장소입니다. 약 3,000평쯤 되는 이 돌밭에는 해마다 6월 중순부터 바위틈새에서 얼음이 얼기 시작하여 더위가 심해질수록 얼음이 더욱 많아져 삼복더위가 한창일 때 그 절정에 이릅니다. 반대로 가을철에 접어들면서부터 얼음이 녹기 시작하여 겨울철에는 바위틈에서 얼음 대신 더운 김이 올라온다고 알려졌는데요 저에게는 눈이 내리고 나서 쉽게 눈이 녹지 않는 장소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매년 눈이 내렸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 항상 찾는 곳이 바로 얼음골입니다. 울산에 사는 저로서는 차로 30분만 가면 순식간에 겨울 왕국에 다다를 수 있는 겁니다. 

 

밀양 얼음골g겨울 얼음골밀양 얼음골g눈이 오면 얼음골 입구 화장실조차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울산 도심에 겨울비 내리는 날 지인들과 함께 있다가 비가 그치고 눈 보러 얼음골로 간다고 말하면 전부 반신반의한 모습입니다. 농담도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표정입니다. 언젠가 하루는 마침 시간이 생긴 지인에게 동행을 제안했는데요. 속는 셈 치고 같이 얼음골로 갔다지요. 국도 터널 중에서 가장 긴 터널 중의 한 곳인 영남알프스를 관통하는 가지산터널 - 터널 길이가 4km이다 - 을 지나자마자 온통 설국으로 변한 모습을 지인이 보고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연신 감탄사만 연발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제주도와 함께 한반도에서 가장 다양한 겨울 모습을 가진 곳이 바로 경상남도인 것입니다.

 

밀양 얼음골g매표소를 지나면 환상적인 눈꽃 트래킹이 시작된다밀양 얼음골g얼음골 주차장에서 얼음골까지는 왕복 2km 거리다

 

얼음골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눈꽃 트래킹에 나섭니다. 겨울을 제외하면 얼음골을 지나 천황산까지 오르려고 이곳을 자주 찾는 편인데요 오늘은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 눈꽃 트랙킹이 목적이니 천천히 얼음골까지 눈을 만끽하면서 오르기로 합니다. 매표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눈꽃 트래킹이 시작되는데요 이런 풍경이 혼자 즐기려니 오를 때마다 매번 안타까운 맘이 들기도 했습니다.

 밀양 얼음골천황사밀양 얼음골g천황사를 지나면 얼음골 너덜지대가 나온다

 

천황사를 지나 데크에 올라서면서부터는 눈의 깊이가 한층 더 깊어집니다. 본격적인 얼음골 너덜지대로 올라선 것입니다. 중생대 백악기 말(약 8천 만 년 전) 이 지역은 용암이 흐르고 화산재가 터져 나오는 지역이었습니다. 이때의 화산활동에 의해 현재 얼음골 주위의 산과 계곡을 이루고 있는 화산암과 응회암이 만들어졌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지금으로부터 수만 년 전, 이 땅에 빙하기가 찾아오고 얼음골 북측의 산을 이루고 있는 암석들이 얼고 녹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각나게 됩니다. 이 암석 조각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얼음골 계곡에 쌓여 현재의 너덜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이 돌무더기들  안에 미로처럼 얽혀있는 좁은 공간들이 현재 얼음골의 신비를 빚게 되는 겁니다.

 

밀양 얼음골g얼음골 결빙지

 

여름이면 비록 얼음을 보지 못하더라도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얼음골이지만 눈과 얼음이 지천으로 널린 겨울에는 오르는 동안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했으니 조금 이상한 겨울 왕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겨울 여행지이지 않을까 생각도 들긴 합니다.

경남에서 가장 눈이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영남 알프스. 그 가운데 얼음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창원, 김해, 양산에서는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덕분에 접근성까지 좋은 얼음골입니다. 이번 겨울에 도심에 비가 내리는 동안 눈이 생각난다면 한번 즈음 밀양 얼음골을 떠올려 보길 바랍니다.

 명예기자 장원정 리포트 

밀양 얼음골로 떠나는 눈꽃 트래킹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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