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Gyeongnam Art Museum

지난전시

선의 충돌과 재확산

선의 충돌과 재확산전은 수십 년 동안 선()에 대한 깊은 사유와 새로운 시선을 선보여 온 우리나라의 남춘모 작가와 스위스 출신의 펠리체 바리니(Felice Varini) 작가의 최신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두 작가의 공통점은 회화의 가장 단순한 선을 변용하여 지극히 일상적인 것을 낯설게 만드는 데 있다. 일상적인 것들의 다시 보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획일적이고 틀에 박힌 일상이 아닌 낯설고 새로운 차원의 일상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두 작가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가 정반대의 위치에서 삶의 진실을 찾고 있는 듯하다. 남춘모 작가가 2차원의 사물을 3차원으로 입체화시켜 친근한 소재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면, 펠리체 바리니 작가는 3차원의 세상을 2차원으로 평면화시켜 기존의 현상들을 비틀고 뒤집어 보이고 있다. 두 작가 모두 현상의 이면을 추적하고 있지만 저마다의 사유의 폭과 시선의 측면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는 두 작가의 나고 자란 곳의 삶을 바탕으로 동양적 사유의 깊이와 서양의 역동적 참신함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현상 세계의 원()은 원의 이데아(Idea)에 대한 모방이라고 말한 플라톤(Platon)에게 있어 현실 세계에서의 모형은 이데아의 세계로 이르는 사유와 통로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남춘모 작가에게 있어 단편적인 선()은 충돌과 재확산을 통해 새로운 관념의 세계로 들어서는 사유의 매개물이 되고 있으며, 펠리체 바리니 작가에게 있어서도 현실 속의 실제 건축물은 거시적 안목의 바탕 위에 이루어진 선의 충돌과 재확산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두 작가의 기획전에서는 형상을 만들기 위한 기초 단위로서의 선을 넘어 그 자체가 조형의 언어가 되는 선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