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Gyeongnam Art Museum

지난전시

불안의 書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 수가 연일 기록을 경신한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요지부동의 높은 집값에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살인적인 교육환경 속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은퇴가 다가오는데 노후자금을 모으지 못해 불안하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처럼 불안해하는 것일까?

 

전시 「불안의 書」는 이 시대를 아우르는 정서로써 ‘불안’을 진단하고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전시명은 다양한 감정에 동요하는 인간 존재의 흔들림을 담은 페르난도 페소아의 에세이 「불안의 서(Livro do Desassossego)」 타이틀을 인용했다. 

 

불안은 사전적 의미에서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의 불일치, 혹은 존재와 인식 사이의 괴리가 예상되거나 자각될 때 야기되는 심리적, 생리적 반응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구체적인 대상이나 명확한 실재 없이도 발생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공포와 구분된다. 공포가 인과적이고 경험적이라면 불안은 보다 근본적이고 선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불안은 인간의 근본적인 모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단순한 심리현상이 아닌 인간 존재의 불가피한 조건인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지금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 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특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불안’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게 되는, 삶과 매우 밀접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에 본 전시에서는 개인적 경험에서 사회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불안이라는 보다 내밀한 주제를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이들이 사유한 불안의 흔적을 통해 나와 우리 사회의 불안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가 불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