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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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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인생길, 좋은 취미 하나 찾아보세요, 은퇴 후 저처럼 행복하실 거예요

길고 긴 인생길, 좋은 취미 하나 찾아보세요, 은퇴 후 저처럼 행복하실 거예요 

 

 

 

은퇴 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인생인가. 많은 신중년이 이런 고민을 하며 행복하기 위한 답을 찾는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불가피하게 남들보다 더 늦도록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 이도 있고, 준비 없이 닥친 은퇴에 당혹스러워하는 이도 있다. 여기 이 사람은 어쩌면 남들보다 곱절 이상 행복해 보인다. 하늘에서 툭 떨어진 행복일까. 그렇지는 않다. 은퇴 후 이렇게 살려고 간절히 준비했으므로.

 

 “아빠! 아빠 이야기를 한번 써보세요”

이양우(62) 씨는 몇 달 전 인근에 사는 딸의 전화를 받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신중년 수기 공모’가 붙었다면서 아빠의 인생을 써보면 좋겠다고 했다. 한번 그래 볼까~. 노트북을 펼쳤다. ‘내가 살아온’ 얘기이니 놀랍게도 술술 써졌다. 앉은 자리에서 한번 만에 쓱 쓰고 그냥 응모했다. ‘취미가 인생2막의 마중물이다~!’가 제목이다. 내 얘기를 쓰고 보니 어쩐지 민망해 두 번 읽지도 않았다. 그랬는데, 최우수상을 받았다. 내가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 인정해 주는 것만 같았다. 시상식장에서 기쁜 마음으로 인사했더니 글도 잘 쓰는 사람이 말도 잘한다고 치켜세워줬다.

 

그림 그리고 싶었으나, 생계 위해 ‘법’ 전공

김해 진영이 고향인 그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곧잘 그렸다. 미술대회에 나가면 언제나 상을 받았다. 그림 그리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하지만 고3 시절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망설였다. 가족 부양하며 살아가려면 먹고살 걱정을 안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취업이 잘되는 법대로 갔고, 법 관련 일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2년 전 은퇴하기까지 그렇게 조직에 얽매여 33년을 성실히 살아냈다.

 

 

 

직장생활 하면서도 이어간 ‘화가의 꿈’

그는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면서도 화가의 꿈을 놓지 않았다. 퇴근하면 학원으로 달려갔다. 미술치료사 공부도 했다. 결국 대학원 진학도 했다. 대학원에서는 그토록 원하던 미술을 전공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주관하는 근로자 예술제에 매년 꾸준히 작품을 출품했고, 수상경력도 차곡차곡 쌓였다. 40대에 정식 화가가 됐다. 부산미술협회 회원이 되면서 많은 활동을 했다. 개인전도 1회 열었고, 단체전도 참가했다. 복지관 등에서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재능기부도 하며 의미 있게 살았다. 이 재능 기부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은퇴자금으로 고향 진영에 화실 마련, 제2인생

그는 남들보다 2년 먼저 은퇴했다. 고향 후배가 소개한 촌집을 구입하고 화실을 꾸미면서 하루라도 빨리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였다. 은퇴자금을 들여 100여 평의 50년 된 촌집을 사들여 개조했다. 화실 이름은 양지화실. 양지마을 이름을 땄다.

7월 초 햇살이 제법 따갑던 날, 취재진이 양지화실을 찾았다. 진영 중심가에서 5분 거리고, 봉하마을도 가깝다. 마을 입구, 그가 그렸다는 벽화가 반긴다. 파란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는 화분에 작은 분수대를 만들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시원한 음료를 내오는 손길이 섬세하다. 주인을 닮은 촌집의 화실 공간은 알맞게 적당하고, 깻잎·고추·상추가 심긴 텃밭이 단정하다. 골드 메리, 사계 장미, 백일홍, 송엽국이 화사하다. 그는 꽃을 좋아한다고 했다. 마당 감나무엔 감이 제법 열렸다.


화실 안은 수채화 그림으로 가득하다. 은퇴 후 배웠다는 캘리그라피 그림도 근사하다. 수채화에 캘리그라피를 더한 그림은 그가 나름대로 개척한 자신만의 작품세계다. 마을 입구에 그린 벽화도 그런 형식이다. 호평을 받는다고 한다. 그림 이야기를 하자 그의 눈이 더 반짝인다. 서양화가인 그는 유화도 그리고 수채화도 그린다. 화실에선 수채화를 주로 그린다. 준비하고 치우는 데 번거로운 유화는 집(장유)에서 한다. 화실에는 주로 오후에 나온다. 오전엔 산에도 가고, 24개월 된 손주 재롱도 봐야 한다. 내년쯤 예상하는 개인전 준비가 한창이다. 화포천, 양지마을, 주남저수지 등등 김해와 인근 풍경을 많이 그려놓았다.

 

“돈벌이 않고 재능기부하겠다”는 다짐 실천, 지금이 가장 행복

은퇴하면서 그는 더 이상 밥벌이를 위한 돈벌이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부양할 부모님 이미 안 계시고, 자녀는 독립해서 부담이 없는 ‘(남보다) 좋은 조건’ 덕택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은퇴 후 하는 미술 활동은 대부분 재능기부 성격이다.

양지마을에 터를 잡으면서 양지마을 벽화를 그리게 됐는데 그 또한 재료비 정도만 남기고 모두 동네 어르신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다. 양지마을에는 노인들이 많다. 이곳에 화실을 연 후 노인 미술치료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 윗마을 양지마을에도 벽화를 그릴 예정이다. 재능 나눔은 진행형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은퇴 후의 삶을 오래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주위를 보면 은퇴 후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분들 많으십니다. 저처럼 취미를 하나 만드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그리고 나름의 목표를 갖고 꾸준히 실력을 쌓아보십시오. 중도에 그만두지 마시고 프로가 될 때까지 도전하시면 언젠가는 꿈을 이루실 수 있습니다. 취미는 인생2막의 마중물이랍니다.”  

 


 

 

 

  

(경남공감 2021년 8월호)박정희 사진 김정민

더 큰 경남 더 큰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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