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오래된 것을 귀하게 여기고 신성하게 생각해서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는 민간 신앙이 있습니다. 서낭당과 당산에 바위와 나무를 모시는데 대표적으로 마을 입구에 있는 오래된 노거수입니다. 전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 8곳 중에서 2곳이 경남에 있습니다. 경남 김해시 한림면 신천리와 주촌면 천곡리에 있는 이팝나무입니다. 두 마을에는 이팝 꽃이 풍성하게 피는 날 마을의 화합과 풍요를 기원하는 동제를 지냅니다. 경남의 농촌 마을에서 이웃과 정을 나누는 마을 잔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김해 이팝나무 명소 2곳인 한림면 신천리와 주촌면 천곡리 마을을 방문해서 풍성하게 핀 이팝나무 꽂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한림면 신천리 이팝나무 - 장수 축원제
김해 시내 삼계와 진영으로 사이에 있는 한림면 가구거리 도로변에서 신천리 망천 1구 마을회관 동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이팝나무가 보입니다.
마을 안 풍경으로 경운기와 한적한 돌담 뒤로 유난히 봉긋하게 솟아 있는 이팝나무가 보입니다.
잘 정돈한 분재같이 둥글고 차분한 형태의 한림면 신천리 이팝나무 고목이 5월에 눈꽃이 피어 신비로운 모습입니다. 차와 사람이 다니는 길목에 이팝나무가 있어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가 쳐져 있습니다.
이팝나무의 여러 가지 어원 중에서 식탁 위의 고봉으로 올려놓은 흰쌀밥 같다고 해서 이밥으로 불리다 이팝으로 변형되었다고 합니다. 먹을 것 없는 보릿고개에 이팝나무 꽃을 보면서 허기를 달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해마다 이팝꽃이 피면 꽃의 상태로 보고 한 해의 농사 상태를 예상했습니다. 풍성하게 이팝 꽃이 피면 그해는 농사가 잘 되는 풍년의 해입니다.
1975년 '천연기념물 제185호'로 지정된 김해시 한림면 신천리 이팝나무는 높이 13.6m, 수령은 약 650년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고령의 이팝나무입니다. 그래서 나무줄기 아랫부분을 보수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주촌면 천곡리 이팝나무와 비교되는 부분은 둥근 외형과 함께 이곳 신천리 이팝나무는 검은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라고 합니다.
이팝나무 앞 공터에는 잔디밭과 팔각정 정자를 세워서 쉴 곳을 마련하고 옛날에 있던 우물 터도 복원을 했습니다. 2014년부터 올해로 8년째 '장수 축원제'인 동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면서 농사가 잘되고 이팝나무도 건강하게 잘 자라길 기원합니다.
동제는 마을을 대표하는 수호신인 동신에게 잡귀, 질병, 재해, 호환을 막아주고 마을에 한해 농사 풍년이 되고 마을의 화합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을 제사입니다.
신천리 이팝나무의 꽃 상태를 보니 풍성한 것이 올해 농사가 풍년일 것 같아 기분 좋게 구경하고 왔습니다. 잘 가꾸어 천년을 잇는 건강한 노거수 되기를 기원합니다.
|주촌면 천곡리 이팝나무 - 당산제
주촌면 사무소에서 천곡리 동네 길을 따라 들어가면 멀리서도 잘 보이는 언덕 위 당산나무인 이팝나무가 보입니다.
한림면 천전리 이팝나무는 동글동글하고 참한 분재형 느낌이라면 이곳 주촌면 천곡리 이팝나무는 자유분방하게 가지를 'V'자 형으로 길게 뻗은 이팝나무입니다. 두 곳 모두 이팝나무 형태가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천곡리 이팝나무도 이팝꽃이 풍성하게 피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방문했을 때 당산제를 지내고 있어서 마을 이장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식사 대접까지 해줘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했습니다.
김해 한림면은 농사 지역이 남아 있는데 주촌면은 대부분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서 있어서 이곳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서 농사를 많이 짓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넓은 들판에 농사짓는 옛 동네 풍경이 사라져 아쉽습니다.
이팝나무 아래에 넓게 울타리 쳐서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이팝꽃 구경하고 쉬어가기 좋은 정자 옆에도 이팝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1982년 '천연기념물 제307호'로 지정된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 이팝나무는 높이 18.5m, 수령은 약 500년 되었고 열매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 고목입니다. 역시 뿌리와 연결된 나무 기둥 부분을 관리하고 있고 가지가 유난히 길게 벗어 있어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받침대를 많이 받쳐놓았습니다.
물 좋은 동네로 샘이 많아서 옛날에는 집집마다 우물이 있어서 새미실이라 불렸던 천곡(泉谷) 마을이 지금은 이팝나무 아래에 있는 공동 저수조에서 물을 받아먹고 있는 물이 깨끗한 동네입니다.
김해 이팝나무 명소 2곳의 오래된 고목은 사람의 평균 수명을 훌쩍 넘어선 오래된 생명력에 경외심을 가지고 마을 사람들은 풍요와 번영 위해서 고목을 잘 가꾸고 지켜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팝 꽃이 만개해서 눈같이 부슬부슬 떨어지는 풍경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동제를 지냈던 주촌면 천곡리와 한림면 천전리에서는 따뜻한 밥 한 끼와 떡과 수건을 받아왔습니다. 아직도 동네 사람들의 풋풋한 인심을 느낄 수 있어서 좋네요. 지금은 많이 사라진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동제가 계속 이어지고 마을 주민들의 화목한 생활을 기원합니다. 이팝나무의 꽃 상태를 보면서 올 한해 김해시와 경남을 넘어 전국 농민 모두에게 풍년이 와서 웃음꽃이 가득 피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경남 김해, 김해 이팝나무 명소 2곳]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한림면 신천리, 주촌면 천곡리 이팝나무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