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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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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가온에 서 있는 함안 무진정을 걸으며

온라인 명예기자단 조윤희

조윤희 

 


 

지난해 우연히 들렀던 봄과 여름의 풍경이 떠올라 겨울의 모습이 궁금해서 다시 무진정을 찾았답니다. 내비게이션에서 무진정을 검색한 주소의 안내를 따라 도착하게 되었지요.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4길 25(지번. 함안면 괴산리 547)에 위치한 무진정에 도착하면 넓은 주차장을 만나게 된답니다.


봄과 여름에 왔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이곳의 모습을 보러 함께 가실까요?


 

 

주차장에 주차한 뒤 낯선 안내판과 건물이 보이길래 다가갔더니 함안 낙화놀이 전수관이 크게 적혀 있더군요.


함안 낙화놀이에 대한 안내판 내용을 옮기자면,

 

"조선 중엽부터 매년 4월 초파일에 무진정에서 열리는 함안 낙화놀이는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가운데 불놀이 문화로는 최초로 문화재로 지정된 행사이다. 참나무 숯가루를 한지에 싸서 댕기 머리처럼 엮은 것을 '낙화봉' 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줄에 매달아 저녁 무렵 불을 붙이면 숯가루가 꽃가루처럼 무진정 연못 위로 흩날리는 불꽃놀이이다. 불꽃이 바람에 흐드러진 풍경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방해로 중단되었다가 1980년대 초부터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괴항 마을 쳥년회에서 복원하였고, 이후 함안면에서 '낙화놀이 보존 위원회'를 구성하여 현재까지 행사를 이어 오고 있는데, 함안군에서 열리는 낙화놀이를 통해 함안 군민들의 단합심을 고취하는 한편,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에게도 함안의 아름다움을 추억으로 남기는 행사로서 소중한 의미를 지니는 이 놀이가 2020년 11월 24일 준공한 함안 낙화 놀이전수관을 통해 잘 전승되면 좋겠다 싶어지더군요.


 

 

마음을 얼어붙게 할 것처럼 매섭게 추웠던 며칠 간의 겨울 횡포에 연못의 물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걸 보고는 '시리다', '춥다' 이런 느낌보다 '아, 겨울의 모습 역시 멋지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더군요.


 

 

연못과 섬, 홍예교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푸른 암석 위에 앉은 정자가 바로 무진정인데 사헌부 집의 겸 춘추관 편수관을 역임했던 조삼(趙參·1473~1544) 선생의 후손들이 인공으로 만든 연못, 이수정과 함께 이곳을 찾는 분들의 발걸음도 보았답니다. 그 분들도 저처럼 겨울 소경에 반하신 것 같았답니다.

 

 

 

연못 주위도 새 단장을 했나 봅니다. 나무 계단을 만들어서인지 다시 찾은 무진정에서의 산책이 더 즐겁더라고요.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부자쌍절각이 보이네요.
부자쌍절각은 어계 조려 선생의 6세손이자 이곳 정자의 주인 무진 조삼 선생의 증손인 조준남과 그의 아들 조계선의 효와 충을 기려 세운 전각이랍니다.


 

 

이수정을 호를 그리며 걸으면서 겨울 가운데 서 있는 무진정(無盡亭)은 조선 명종 22년(1567)에 무진(無盡) 조삼(趙參)선생의 덕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세우고, 선생의 호를 따서 붙인 정자인데요,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어진 정자라는 말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언덕 위에서 멋지게 자리해 있답니다.


 

 

앙상한 가지들이 헐벗고 서 있는 것 같은데도 날씨가 좋아서인지 오히려 포근한 느낌마저 감도는 연못 주위의 모습에 설레기까지 하네요.

 

 

 

연못이 있어 무진정 정자를 지은 것이 아니라 정자를 짓고 나서 연못을 만들었다고 하니 언덕배기에 남다른 안목으로 터를 잡아 누각을 지은 조삼 선생께서도 대단하지만 그 누각 아래 미나리 밭의 물을 받아 연못을 만든 후손들의 기지 또한 예사롭지 않다는 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본보기가 되네요.


 

 

버드나무 푸른 잎들로 가득했던 봄의 노래와 진분홍빛 배롱꽃 가득했던 여름의 꽃 춤을 떠올리면서 얼어붙은 연못 위에 놓인 다리를 따라 무진정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갑니다.

 

 

 

무진정을 간 김에 주변 마을의 모습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돌을 차곡차곡 쌓은 흙벽의 모습에서 어릴 적 고모님 댁에서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넓은 마당 한구석 가마솥에서 무럭무럭 올라오는 김과 데워지는 소 여물.
그런 시간을 지나 지금의 이 거리에 서서 과거를 돌아보다니 제 나이가 스쳐지나 가네요.


 

 

벽에 붙어 서서 뭘 하시나 싶어 다가갔더니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몇몇 작가님들께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타일 조각을 도안 안에 붙이시는 일명 타일 데코 작업을 하고 계셨답니다.


 

 

공공미술이 뭔가 싶어 검색하면 나온다길래 제가 알아본 내용을 잠시 올려봅니다.
지역 사회를 위해 제작되고 지역 사회가 소유하는 미술을 공공 미술이라 한다는군요. 즉, 국가나 지역에서 그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행하는 미술 행위이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지역들은 대체로 낙후된 지역이나 대외적으로 조금 어두워 보이는 지역 등 예를 들면, 공단이 많거나 하는 지역에서 많이 행해진답니다.

 

 

 

미적인 조형물이나 문화예술행사로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요즘에는 도시에도 많이 이뤄지는 이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작업 중이셔서 제 맘 가득 감사함 대신 앵글 속에 미력하나마 담으며 응원을 했답니다. 아마 지금은 작업이 끝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공동작업하시는 분들과 잠시 담소를 나눈 뒤 함안 조씨 집의공파의 재실인 괴산재 앞에 섰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가슴속에서 진동하는 울림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제가 집의공파 36대손이기 때문입니다.

 

 

 

출입문인 돈화문에서 조선의 장인 정신이 엿보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깨에 절로 힘이 실리는 것 같았네요.


 

 

안으로 들어서면 기둥마다 주련이 매달려 있는 정면 4칸의 팔작지붕의 괴산재가 처음부터 제자리인 양 자리 잡고 있으면서 함안 조씨 문중에 관한 얘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듯합니다.


조선 시대에만 139명의 과거 급제자를 배출한 집안이며 더구나 세조가 조카 단종을 내쫓아 왕위를 찬탈하자 귀향한 생육신 중 한 분인 조려 선생도 있답니다.

 

 

 

무진 조삼 선생은 무오사화를 일으킨 유자광을 벌하자는 상소를 올리기도 했지만, 동료들이 을사사화로 목숨을 잃자 벼슬을 버리고 귀향을 했다 합니다.
지금은 보존을 위해 덧문을 만들어 놓은 유리문에 겨울이 반영되고 있네요.


 

 

괴산재에서 무진정 쪽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마주친 가지가 마치 나무에 용이 내려오는 모습처럼 보이네요, 부러진 가지에 씌운 귀마개 덕분에 시린 겨울에도 해학을 잃지 않는 여유를 접했답니다.


 

 

소박함을 느끼게 하는 무진정의 측면 모습입니다.
오후의 햇살 가득 머문 이곳의 방문이 외롭지 않게 토닥거려 주는 것 같아 푸근했네요.

 

 

 

무진정 바로 앞에 돌이 놓여 있는데 오랜 시절 거기에 있어서 정자를 바라보고 있었나 봅니다. 닭이라는 분도 계실 테지만 제 눈에는 물개같이 보이네요.


 

 

무진정 뒤쪽 벼랑 아래로 함안 조씨 문중 재실인 괴산재가 내려다보이네요.

 

 

 

움직이거나 고요히 있거나 항상 사물의 이치를 생각하여 깨달음에 이른다는 격물치지(格物致知)를 강조하는 무진정의 출입문인 동정문에서 바라본 무진정의 모습이에요.


앞면 3칸·옆면 2칸의 건물로 지붕은 여덟 팔자 모양과 비슷한 팔작지붕이며 앞면 가운데 칸은 온돌방이 아니라 마루방으로 꾸며져 있고 기둥 위에 아무런 장식이나 조각물이 없는 그야말로 단순하고 소박한 조선 전기의 정자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는 무진정은 조삼 선생이 머무르던 곳으로 주세붕 선생의 글씨라고 추측되며 유학에서 무진이란 말은 베풀기를 다하여 남기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은 무진정 현판이 두 눈 안으로 또렷이 들어옵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58호인 무진정의 지나온 세월처럼 당 위로 솟아 얽히고설킨 모습의 뿌리의 자리다툼이 연산군의 폭정에 낙향한 뒤 중종 즉위 후 성균관에 입학했습니다. 무진 조삼의 삶처럼 그리고 우리네 삶처럼 예사롭지 않게 느껴져 앵글 속에 담아보았네요.

 

 

 

500여 년 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연못 중앙에는 세 개의 작은 섬이 있고 그 섬을 연결하는 홍예교라는 이름을 가진 돌다리가 걸쳐져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섬에 새로운 모습을 한 영송루(迎送樓)라는 누각이 왕 버드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운치를 더해준답니다.


 

 

무진정. 조선 중종 2년(1507년) 사헌부 집의 겸 춘추관 편수관을 지낸 무진 조삼 선생이 후학을 기르며 여생을 보낸 곳을 돌아보며 아름다운 겨울의 비밀 정원을 혼자 만끽했던 시간을 뒤돌아보며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봄을 위해 쉬고 있는 들판 너머로 새로 단장한 함안 역사가 보입니다.


다음에는 기차를 타고 연두색으로 채워질 봄의 무진정을 찾아와야겠습니다.
코로나19로 맘껏 다닐 수 없지만, 우리가 사는 주변에는 그래도 찾을 만한 곳이 있어 좋습니다.
코로나 없는 그 날을 꿈꾸며 봄을 꿈꾸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조윤희


 

 

겨울의 가온에 서 있는 함안 무진정을 걸으며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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