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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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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무릇이 반겨주는 신어산 은하사

온라인 명예기자단 윤근애

윤근애 

 

 

 

가락국 시조 수로왕과 혼인한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오빠 장유화상(허보옥)이 동생의 신행길에 동행해 인도 남방불교를 최초로 전파하며 김해 명산마다 여러 사찰을 창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해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등산 애호가들도 많이 찾는 김해를 대표하는 신어산에 위치한 사찰로  붉은 꽃무릇이 반겨주는 은하사로 꽃 여행 떠나봅니다.

 

 


꽃무릇은 다년생 초본식물로 매년 9월 중순 무렵 붉은 꽃을 피우고 꽃이 진 후 녹색의 잎이 나와 다음 해 5월에 사라진다고 합니다. 외형의 화려함과는 달리 슬픔과 그리움을 지닌 애절한 꽃으로 불리는데, 아름답고 예쁘지만 꽃무릇은 향기가 없는 꽃입니다.

 

 

 

 


꽃무릇의 본래 이름은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종 모양을 닮았다 하여 석산화(石蒜花)라고도 합니다. 꽃이 무리 지어 피기에 꽃무릇, 사찰에 많이 심어지기에 중꽃 또는 중무릇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꽃무릇은 녹색 줄기에 꽃이 달려 있는데요. 여성의 속눈썹을 연상케 하는 꽃술이 달려 있어 화려한 외모를 자랑합니다.


인도에서는 꽃무릇을 '지상의 마지막 잎까지 말라 없어진 곳에서 화려한 영광의 꽃을 피운다' 하여 '피안화(彼岸花)'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가녀린 연초록 꽃대 끝에서 붉게 피어오르는 꽃무릇은 유난히 짙은 선홍빛을 발하는 꽃잎에서 왠지 모를 애틋함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향기가 없는 꽃이지만 붉디붉은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꽃무릇에 관한 슬픈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 스님이 여인을 사랑하였으나 신분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지라 그 마음을 안타까워하며 꽃을 심었는데 잎이 말라죽으면 꽃이 피어 그 둘은 서로 보지 못하고 함께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꽃무릇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슬픈 추억이라고 합니다.

 

 

 

 

 

온통 붉은 꽃무릇에 둘러싸여 있는 동자승을 뒤로하고 은하사 경내로 발길을 옮겨봅니다.
은하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범어사의 말사로 장유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당시의 이름은 서림사(西林寺)였다고 합니다.

 

 

 

 


금강역사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2층 구조에 거대한 범종과 목어를 태운 범종루가 보입니다.

 

 


나무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기둥으로 세운 종루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은하사만의 독특한 양식의 범종루입니다.

 

 


절에 따라 범종루, 종각, 종루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단층일 경우 각이라 하고 중층일 경우 루라고 부르며, 규모가 큰 사찰에서는 중층으로 세워 법전 사물(법고, 운판, 목어)을 함께 두기도 합니다. 범종 옆에 있는 커다란 목어는, 머리 부분은 용이고 꼬리 부분은 물고기이며, 입안에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입니다.

 

 


범종은 청정한 불사(佛寺)에서 쓰이는 맑은 소리의 종이라는 뜻이지만 지옥의 중생을 향하여 불음을 전파하고, 홍고는 북으로 축생의 무리를 향하여, 구름 모양의 운판은 허공을 나는 생명을 향하여 불음을 전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물고기 형상의 목어는 수중의 어류를 향하여 소리를 내보낸다는 상징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소리로써 불음을 전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범종루와 법회를 여는 보제루 사이에 있는 자연석 계단 바위에는 신어 동천(神魚洞天)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동천은 신선이 사는 별천지 또는 하늘에 잇닿아 있다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대웅전 뒤 쪽 신어산에 물고기 형상을 한 바위가 하늘에 닿아 있어 이런 글귀를 새겼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은하사는 전통문화 전수관 건립 공사를 하고 있어서 주변이 어수선합니다. 가야 불교문화가 김해 시민의 자긍심이 되고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통문화 전수관을 건립한다고 합니다. 전통문화 전수관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1층은 공양간 및 식당으로, 한옥 목조건축양식의 2층은 전통문화 전수관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법회를 여는 보제루 앞에는 머리가 셋인 불, 법, 승, 삼보를 뜻하는 거북이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삼보란? 불자가 귀의해야 한다는 불보, 법보, 승보의 3가지를 가리키는 불교교리로, 삼보는 현전삼보(現前三寶), 주지삼보(住持三寶), 일체삼보(一切三寶)의 세 종류로 나눕니다.

 

 

 

 


석가모니 자신이 불보이고, 부처님의 설한 가르침이 법보이며, 부처의 제자로서의 비구(比丘), 비구니(比丘尼)의 출가교단(出家敎團)이 승보라고 합니다.

 

 


범종루와 보제루 사이 돌계단을 오르면 법당인 대웅전, 삼성각, 명부전, 정현당이 보이고 대웅전 뒤편에는 응진전도 보입니다.

 

 


대웅전은 지금부터 약 380년 전에 세웠다고 전해지며, 경남 유형문화재 제238호 은하사 대웅전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소실되어 1629년, 1649년, 1801년, 2003년에 중수 및 보수를 하였습니다. 2003년 대웅전 주요 구조부가 부식돼 전면 해체해 보수작업을 했으며, 대웅전 내외부에 그려져 있던 총 32점의 벽화는 2004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02호로 추가 지정돼 수장고에 보관돼 있으며 현재의 벽화는 원형을 모사한 것입니다.

 

 


대웅전에는 관음보살상을 주존으로 모시고, 석가모니 후불탱과 신중탱을 봉안하고 있습니다.

 

 


대웅전 왼편의 삼성각 내부에는 칠성, 독성, 산신탱을 비롯해, 은하사의 창건설화와 관련된 장유화상의 진영이 봉안돼 있습니다.

 

 

 

 

 

지장보살을 주존으로 하고 있는 명부전은 원래 위치를 이동하여 1995년 신축한 전각입니다.
문살이 꽃무늬인 명부전 앞에는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노란 국화 화분이 놓여 있네요.

 

 


대웅전 우측 뒤편엔 1900년대 초에 건립된 응진전(나한전)이 있습니다. 응진전 내부에는 석가삼존상과 석가모니 후불탱을 봉안하고, 좌우에는 16나한상을 비롯해 제석, 범천, 사자, 인왕, 동자상 등을 봉안하고 있습니다.

 

 


은하사 응진전에는 16나한상과 더불어 16나한 탱화가 조성되어 있는데요. 담해 스님의 작품으로 선재 동자들이 십육나한에게 법을 구하고, 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조용히 기도하는 불자님이 계셔서 실내 사진은 담지 못했습니다.

 

 


고요하고 그윽한 집이라는 의미의 정현당은 스님의 수행공간으로 은하사의 예 이름인 서림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큰 법당을 관리하는 소임을 맡은 스님이 거처하는 선정당 앞에는 나무수국과 잎에서 박하향과 체리 향이 나는 식물인 체리세이지가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체리 세이지는 체리와 같은 향을 가지고 있으며, 작고 붉은 꽃이 매우 아름다워 관상, 조경용으로 매우 인기가 높은 허브 중에 하나입니다. 세이지는 신경계통, 소화기 계통에 뛰어난 약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방부, 항균, 소독, 살균 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추녀 끝에 달린 풍경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한 소리를 들려주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종교인이 아닐지라도 잠시 마음이 쉬어가는 공간, 가을을 알리는 꽃무릇 군락지가 있는 신어산 은하사에서 잠시 쉬어가시면 어떨까요.

윤근애


 

 

 

붉은 꽃무릇이 반겨주는 신어산 은하사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붉은 꽃무릇이 반겨주는 신어산 은하사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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