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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에서 즐기는 창원 도심 야경


[명예기자 장원정]


마천루(摩天樓, Skyscraper)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아주 높은 고층 건물을 뜻한다. 성분을 풀어 보면 "하늘(天, sky)"을 "긁는(摩, scrape)" 높은 건물(樓)이라는 뜻이다. - 위키백과

 

인간이 하늘 높이 오르고자 하는 욕망은 두 가지의 길을 간다. 하나는 직접 날아오르는 길. 또 하나는 건물을 높이 쌓아 오르는 길. 이 두 가지 길 모두 신화의 시대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참으로 장구한 욕망의 역사다. 더 오르고자 하였으나 녹아내린 이카루스의 날개와 바벨탑 아래서 빚어진 언어의 혼란은 어찌 보면 인간의 욕망에 대한 준엄한 죽비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종교의 시대가 저물고 자본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현대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인류의 오랜 두 가지 욕망은 실현되고야 만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마천루의 탄생은 21세기 들어서 더욱 치열한 모습이다. 

 

2015년까지 창원에서 가장 높았던 더시티7(지상 43층. 높이 171.2m)

 

1931년 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최고의 마천루를 차지한 이후 1972년 세계 무역 센터가 최고의 마천루를 차지하기까지 40년이 걸렸다. 최고의 마천루가 1998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451.9m)에서 2004년 대만 타이베이101(508m)로 넘어가는 데 6년이, 다시 아랍에미리트 부르즈칼리파로 6년(2010년 완공. 829.8m)이 걸린다. 똑같은 6년이나 새로운 마천루의 높이가 몇 십 미터 높아진 수준이 아니라 무려 300m 이상 높아졌으니 100m 정도만 높았더라도 그 기간은 훨씬 짧아졌을 것이다. 2021년 완공 예정인 '제다 타워'는 인류 최초 1000m 이상 높이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마천루는 특정 시대. 특정 지역(도시)을 가장 잘 드려내는 랜드마크 역할을 곧잘 하니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최첨단 과학 기술의 경연장이라는 측면에서도 과학 기술이 진일보하는 계기도 된다. 하지만 마천루의 가장 높은 곳은 누구의 소유인가, 라는 물음의 대답은 거의 한결같다. 항상 가진 자의 것이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의 것. 밑에서는 누구나 꼭대기를 올려다 볼 수 있으나 꼭대기에서 밑으로는 누구나 내려다 볼 수 없는, 마천루 최고층의 공간은 대부분 소수만을 위한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마천루는 자본주의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그런데 말이다. 창원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창원 더시티7의 43층은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 무료로 말이다.

 

창원 더시티7의 최고층인 43층이 모두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쇼핑몰 한 구석에 본의 아니게 엘리베이터가 숨은 구조다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에 위치한 더시티7은 오피스텔. 쇼핑몰. 영화관 등이 합쳐진 복합건물이다. 2008년 6월에 문을 연 이곳은 창원컨벤션센터를 포함하여 총 7개의 대단지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2015년까지는 경남에서 가장 높은 건물(171.2m)이자 창원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창원의 랜드마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시티7의 한 부분인 창원 컨벤션 센터나 쇼핑몰을 주로 방문하다 보니 더시티7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데다가 쇼핑몰 자체 역시 3개의 원뿔 형태로 독특하게 지어져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쇼핑몰의 동선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 이러다보니 최고층 전망대로 연결된 승강기를 찾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43층 전용 엘리베이터 입구 

 

쇼핑몰 구석에 본의 아니게 - 43층 건물은 쇼핑몰과는 다른 건물이라 쇼핑몰을 벗어나야지 만날 수 있다 - 숨어 있고 아는 이들만 이용하다 보니 과연 이 승강기가 진짜 43층으로 올라가는 것인지 혹은 일반인들이 이용해도 되는 따위의 걱정은 43층 전용 승강기 입구의 안내판을 만나면 사라질 거니 걱정 안 해도 된다.

  

더시티7 43층 모습

'창원시민 문화공간'이라는 안내 표시가 선명하다

  

승강기에 올라 짧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43층에 도착한다. 문이 열리고 43층에서 만나는 창원은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창원과는 달라 사뭇 낯선 풍경이다. 43층을 둘러보다가 워낙 조용한 분위기에 조금 조심스러울지 모르겠으나 '창원시민 문화공간'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으니 맘 편히 머물다 가면 된다.

 

 

43층 한 쪽 공간은 음악 감상회와 문화강좌가 열리는 아트홀이 있다

 단순히 전망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법 알차게 공간이 꾸며져 있다. 43층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분이 아트홀도 운영하면서 개인 사비로 음악 감상과 다양한 문화 강좌를 진행하고 있어 고맙게 느껴진다. 전망대만 덜렁 있다면 무척 삭막하게 느껴질 공간이 문화적인 내용이 더해져 무척 푸근한 인상을 준다.

  하지 전후 30일 정도 기간에 이곳 전망대에서 일몰을 감상하기 가장 좋다

 

43층 이곳저곳 구석구석 둘러보는 사이 어느새 일몰 시간이다. 연중 어느 때든지 이곳을 찾을 수 있겠으나 일 년 중 단 하루만을 시간을 내어 이곳을 찾을 이라면 여름에 방문하길 권한다. 그것도 하지 전후 30여일 정도 기간이 가장 좋다. 이 무렵에는 도심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정확히 볼 수 있으니 말이다. - 하지를 기점으로 일몰 지점은 조금씩 왼쪽으로 치우쳐 동지 무렵에는 왼쪽 건물에 가려 아쉽게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볼 수 없다.

  

서서히 도심이 저녁 단장 중이다.

43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창원 도심 야경

43층에서 바라본 도심 풍경은 평소 도심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사진으로 기록을 남긴다는 입장에서 이런 저런 공간에서 사진을 담기 전에 항상 확인 하는 것이 있다.

 

'모든 일반인에게 공개가 되는 장소인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못하는 장소 촬영은 의뢰가 들어와도 모두 거절한다. 모두에게 공개되지 못한 장소에서 담은 사진이 아무리 좋아도 모두가 공유한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소수 만을 위한 혹은 본인 자랑 밖에 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들어서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더시티7 최고층의 존재는 무척 고맙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바라보는 창원 도심 야경이 유독 따뜻하게 다가온다.

대한민국에도 수많은 고층 빌딩과 다양한 전망대가 존재하지만 이렇게 최고층을 시민 모두에게 무료로 개방한 곳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즉 무척 특별한 고층 빌딩이 창원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얘기다. 창원 도심을 오가며 문득 올려다 본 하늘 옆으로 더시티7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면 살짝 시간 내어 더시티7 43층에서 땅 아래로 한번 내려다보는 것도 창원 도심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마천루에서 즐기는 창원 도심 야경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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