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의 보금자리로 유명한 주남저수지에 연꽃이 핀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의 걸음이 덜 붐빌 때인 오전 시간에 부랴부랴 언니와 함께 달려갔답니다. 산남 저수지, 주남(용산) 저수지, 동판 저수지 이 3개의 저수지가 물길로 연결된 매우 넓은 늪지대로서 일 년 내내 물의 양이 거의 일정해서 철새와 텃새 그리고 수생식물에게 좋은 환경이 되고 있는 곳이랍니다. 그럼 주남저수지 연밭을 향해 같이 가보실까요?
주남저수지 연꽃 단지를 향해 가는 길에 주남 장터라는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 앞은 넓은 주차장이 있어서 자차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이곳을 이용해도 되겠더군요. 그리고 방문객들에게 주남저수지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판장을 운영한다고 해요.
둑의 제방만큼이나 긴 도로가 주남저수지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시원스럽게 뻗은 도로 위로 전형적인 여름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얼마나 뜨거울까 싶은 두려움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창원시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지인 주남저수지에 방문하는 탐방객에게 보다 많은 볼거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해 송용들의 무논을 활용하여 11.657m² (약 3,500평)의 연꽃 단지를 조성했는데 매년 여름이 되면 백련, 홍련, 적홍련, 궁중련, 수련이 꽃을 피우고 있지요.
비 오는 날 우산처럼 비와 뗄 수 없는 벗처럼 보이는 연잎을 보면 꽃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빛이 지나간 자리마다 연둣빛 그림자로 뜨거운 열기에 지친 연꽃과 개개비에게 쉼을 주는 것 같아 고맙게 바라봐지길래 밭과 밭 사이의 경계를 두고 바라본 잎들의 어우러짐을 담아보았네요.
주남저수지의 연은 키가 어른의 키를 훌쩍 넘어선 장신들인지라 위로 시선을 향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논이나 연못, 느리게 흐르는 얕은 물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요정처럼 조용히 꽃을 피우는 벗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답니다. 습지에 사는 초식성 새들에게 귀중한 식량자원이 되는 벗풀은 광견병, 벌레에 물린 데 쓰인대요. 꽃말은 '신뢰, 감춰진 모정'이랍니다.
자주물달개비도 보게 되는데 진사님들에게는 고운 존재지만 농부에게는 귀찮은 잡초로 국립 농림 과학원에서는 제초제에 저항이 강한 저항성 잡초로 분류하고 있답니다. 잎이 달개비 혹은 닭의장풀을 닮았고 물가에서 자란다고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논에 있으면 천덕꾸러기 밉상이고 물가에 있으면 그나마 사랑을 받는 물달개비의 꽃말은 '백만 달러 잡초의 소원'이라고 하니 잡초로 간주되는 것이 싫었나 봐요.
진흙 속에서도 깨끗한 꽃이 달리는 연꽃의 모습에 다양한 국가에서는 풍요, 행운, 장수, 건강, 명예, 신성, 영원 불사의 상징으로 삼고 있으며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지요.
주남저수지의 연꽃은 6~8월 동안 볼 수 있으며 이 시기의 연꽃 단지로 찾아오는 개개비의 노랫소리를 들으실 수 있답니다.
연꽃은 세포 내 에너지를 이용해 미약하나마 꽃의 온도를 유지하는 덕택에 바깥 기온이 싸늘하더라도 찾아오는 곤충으로부터 성공적인 꽃가루받이를 보장받는다고 해요.
'순결, 군자, 신성, 다산, 떠나가는 사랑, 청정, 청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연꽃은 씨방에 씨앗이 많이 열리는 모습에서 '다산'이라는 꽃말이, 그리고 3일이나 4일 만에 꽃잎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연상하며 붙여졌을 '떠나가는 사랑'이란 꽃말도 와닿네요.
그리고, 색의 차이에 따라 연꽃의 꽃말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흰 연꽃은 '순수, 결백'이며, 분홍 연꽃은 '신뢰'라는 꽃말을 갖고 있대요.
연꽃의 꽃말을 하나 빠뜨렸네요. 바로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당신은 마음마저도 아름답습니다.'
들어도 더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한 꽃말을 떠올리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꽃 보러 가자고 하면서 슬쩍 물어보세요.
" 연꽃의 꽃말이 뭔지 알아요?"
듣고 싶은 말을 사랑하는 사람의 혀 위에 올려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네요. 비록 찔러서 절 받는 격이라도 그런 건 애교로 봐줄 테니까 말이지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당신은 마음마저도 아름답습니다."
연꽃의 꽃말이 많은 이유는 연의 생이 독특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주남저수지에 올 때마다 지나치기만 하던 탐조대가 연꽃 너머 보이길래 이번에는 탐조대 안을 둘러보자 싶어 연밭에서 걸음을 옮겨 봅니다.
온 얼굴과 몸에 줄줄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돌아설까 싶다가 그래도 이왕 왔으니 가보자 하고 뜨거운 열기 속을 걸었답니다.
1980년대 초반 이후 철새 도래지로 널리 알려진 주남저수지는 오랜 기간 동안 주변의 개발 욕구와 환경보전의 상충관계로 논쟁을 이어오다가 [제10차 세계 람사르 창원총회] 개최 이후 환경친화를 전제로 저수지 일대의 미관 조성은 물론이고 탐방 기회가 곧 환경체험을 겸한 생태관광이 가능한 방향으로 기반 조성에 박차를 가해 왔답니다.
2007년 8월에 연꽃 단지 조성을 완료한 이후 방문객의 발걸음이 잦아지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네요.
너무도 무덥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지열까지 온몸을 휘감으니 그야말로 불가마 속을 걷는 것 같다가 탐조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행복한 탄성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시원한 에어컨은 필수가 돼버린 여름 날씨의 횡포 앞에서 탐조대 안에서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배려 같던지요.
여름에 뜨거운 해 기운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양산을 대여하기도 하고 자전거 헬멧도 대여하기도 하는 탐조대에는 직원분이 상주하면서 방문객의 편이를 봐주고 계시답니다.
주남저수지가 2021년 5월 말 환경부 지정 국가 생태관광지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수년 동안 지역 주민과 행정관리 당국, 환경단체가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갈등을 빚어오다가 사람과 자연이 상생·공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국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답니다.
생태관광사업을 위해 각종 탐방 시설 개보수와 함께 멸종 위기종인 가시연꽃 군락지 복권, 습지 동식물 생태연구 활동, 정기적인 환경정화활동 등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된 주남저수지의 연꽃 단지는 여름날의 생명력으로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답니다.
주남 저수지는 잠자리의 천국이기도 해요. 잠자리하면 가을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5월부터 많은 종류의 잠자리가 나타난답니다. 배가 납작한 배치레잠자리, 하얀 밀잠자리, 거무스름한 측범잠자리, 크고 빠른 왕잠자리 등 수십 종이 넘는 잠자리가 주남 저수지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꽃봉오리를 끌어안고 있는 잠자리가 대표로 인사를 전하는 것 같네요.
우리나라에 연꽃이 처음 재배된 시기는 1463년경 관료 강희맹이 명나라 사신으로 다녀오면서부터라는군요. 당시 강희맹은 남경에 방문해 연꽃의 씨앗을 갖고 들어와 시험재배에 성공했대요.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연 재배지는 현재 시흥시 하중동의 관곡지라는 건 덤으로 알아가는 상식~~~
종자가 들어있는 씨주머니인 꽃받침을 노란 꽃술이 소중하게 지키고 있는 것 같아 접사로 담아봤네요.
알알이 박혀 있는 연자의 씨앗들이 또 하나의 세상을 꿈꾸며 서 있는 것 같아서 담아보았네요. 아직은 꽃보다 푸른 잎이 더 많은 주남저수지 연꽃 단지에는 7월의 여름에서 8월의 여름으로 옮겨가면서 시간의 농익음처럼 연꽃도 만개하겠지요.
아름답고 고아한 향기가 넘실댈 연꽃 단지를 꿈꾸며 글을 맺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연꽃 잎 연서 / 조윤희
허우룩하니 바림된
그대의 가슴 안에
곱디고운 향기 품어내는
한 송이의 연으로 피고 싶다
오랜 시간의 강
휘몰아쳤던 거친 바람
품으로 끌어안아 다독여주는
푸른 손길이고 싶다
그대의 발등 위으로
다소곳이 입 맞추며
오랜 걸음 지치지 않으며
걸어가는 여름의 동행이고 싶다
시렸던 계절이 지난
어느 여름날에
아름드리 실어 보낸
내 영혼 *안다미로 담은
연꽃잎 연서를
그대의 심장에 보낸다
*안다미로 :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순우리말
국가생태관광지 주남저수지에서 연꽃과 함께 여름을 걸어요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