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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문화/예술

글자, 예술이 되다. 캘리그라피

온라인 명예기자단 황대성

황대성


지난 달에 3.15아트센터에서 진행 된 ‘여성 구상미술대전’에 다녀 왔습니다.

 

지난 달 봤던 각 분야 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캘리그라피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캘리그라피를 교육 하시는 선생님 한분을 찾아뵈었습니다. 수소문해서 연락처를 알고 인터뷰를 부탁 드렸습니다.


제가 이 날 찾아 뵌 분은 남희옥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은 경남 지역을 주로 활동하시는 작가로서 세종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시고 창원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으로 석사 학위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37년간 교편을 잡으신 후 현재는 여러 교육기관에 출강을 다니시고 있으십니다. 여전히 방과후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고 각종 교육원 등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수업도 진행 중이시기 때문에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 중 누구는 남희옥 선생님께 배우셨던 적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전에 인터뷰 요청을 드리고 사전질문을 드렸는데 받은 자료 중 이력을 주셔서 보니 수상 경력이 어마어마하십니다. 대학에서 전공하신 회화를 기초로 하시고, 학생들을 가르친 탄탄한 이론기초를 바탕으로 오랜 경험이 쌓여있으신 고수의 느낌이 물씬 났습니다.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신 것은 86년 정도 부터이신 듯하니 그 내공이 상상조차 하기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2016년부터는 지역 미술대전에서 상을 휩쓸고 있으신데 미술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제가 이렇게 찾아뵙고 질문을 드리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생님 작업식을 방문하니 매우 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작품을 포함하여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지역 내 각종 대회에 출품해서 상을 받은 우수한 작품들 까지 벽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제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질문을 드리면 깊은 인터뷰가 진행되지 않을 듯하여 사전에 질문을 몇 개 드렸습니다. 아래는 질문한 내용을 바탕으로 선생님께서 설명 해 주신 내용입니다. 캘리그라피에 대해서 잘 모르시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 들은 미약하지만 저의 인터뷰를 통해서 캘리그라피에 대한 지식이 조금 커지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실제로는 훨씬 깊이 있는 답변을 길게 해 주셨는데 지면상 중요한 부분을 위주로 축약해서 전달 드리겠습니다. 편의성 질문 하는 저는 ‘황’, 답변 해 주시는 선생님은 ‘남’으로 표기 하겠습니다.

황: 캘리그라피의 정의와 의의는 무엇일까요?


남: 캘리그라피는 아름답다(kallos)는 뜻의 캘리와 이미지나 글씨(graphy)의 표현기법을 뜻하는 그라피의 합성어로 글자를 예술로 승화시킨 문자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 캘리그라피는 나름 최근부터 유행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캘리그라피의 역사는 깊은가요?
남: 현대에서 이야기 하는 캘리그라피의 원형이라고 하면 영국 에드워드 존스턴이라는 사람이 1900년대 런던 지하철 간판의 글씨체를 만든 것이 본격적인 근대의 캘리그라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양에서 서예에 기반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한 진왕조의 위대한 서예가인 왕희자가 원조라고 볼 수 있겠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불교가 전파되면서 캘리그라피의 활용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독특하게 서양의 장식적인 개념과 동양의 정서적인 개념이 만나서 독특한 예술로 발전 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특히 현대의 디자인과 함께 새로운 미술에서 카테고리를 구축 했습니다.

황: 캘리그라피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남: 캘리그라피는 상대와 문자로 감성을 소통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대 조형예술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해석을 하게하여 읽게 하기도 하지만 이미지화 하여 보게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북커버나 드라마의 트이틀, 영화 포스터나 간판 등에 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나만의 글씨가 아니라 상대방도 보고 이해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황: 단순히 예쁜 글씨와 캘리그라피의 다른점은 무엇인가요?
남: 캘리그라피가 글씨가 예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개성은 꼭 있어야 합니다. 글씨 안에 작가의 감성을 녹여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황: 붓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저처럼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서예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가 궁금할 것 같은데요.
남: 서예를 영어로 번역하면 캘리그라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예는 글씨로 예술을 표현하면서도 학문, 정신수양, 자아성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캘리와 서예는 글씨를 쓰는 목적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 지난 달에 구상미술대전에 갔을 때 문자도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문자도와 캘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남: 문자도는 아무런 한자를 적는 것이 아닙니다. 유교적 윤리관을 드러내는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의 8개 글자를 기본으로 삼강오륜을 강조 합니다. 그리고 글자의 획 안에 각 글에 해당하는 고사의 내용을 그려 문자와 그림의 조합시킵니다. 이는 교육을 목적으로 하여 어린이 방의 병풍으로 주로 사용 되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황: 아까 캘리그라피는 일상생활의 간판 등에 많이 쓰인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우리가 말하는 POP아트(글씨)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나요?
남: POP은 매장을 방문 한 손님이 볼 수 있는 매장 상품의 광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스케치를 한 후 색칠을 하지만 캘리는 통상 채색 보다는 통상 일획으로 쓰기 때문에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황: 상업적인 목적이 어느정도 강하게 있는 것이 캘리그라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런 캘리그라피의 상업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남: 캘리그라피는 목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상업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면 상업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캘리그라피가 상업적으로 특징을 가지기 위해서는 가독성(얼마나 잘 읽히는가), 콘셉트(제품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한 후 콘셉트에 맞게 작품을 만듦), 구상(글의 행간과 자간, 여백을 고려해야 하고 정렬해야 함. 구상을 소홀히 하면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에 제일 첫 번째 특징인 가독성에 문제가 생김)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상업 캘리그라피의 최초는 무엇일까요? 아마 ‘처음처럼’이라는 소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해당 소주를 생각 하면 라벨에 적혀 있는 제품 이름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시지 않으신가요? 이 라벨에 있는 글이 캘리그라피입니다.

 

 

 

황: 캘리그라피 작품을 보면 독특한 아이디어가 많은데 글자를 그림처럼 만드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주로 생각을 하시는지?
남: 그림을 많이 보는 편입니다. 특히 추상화를 많이 봅니다. 기자에게는 메모지가 필수 아이템이고 항상 들고 다니듯 캘리그라피 작가는 언제든지 아이디어를 스캐치할 수 있는 작은 그림책을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황: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시는 갱남피셜 구독자님들이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집에서 캘리그라피를 할 수 있을지요?
남: 앞서 말씀드렸듯이 작가의 개성이 중요합니다. 우선 머릿속으로 구성을 하고 그 생각을 종이 위에 옮겨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바람’이라는 단어를 작가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죠. 어떤 사람은 강하고 무서운 바람, 어떤 사람은 봄바람, 어떤 사람은 산들바람 등등. 이와 같이 같은 단어라도 사람마다 생각 하는 이미지가 다르고 이를 표현하는 것을 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붓펜이 있다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붓펜이 없다면 사인펜도 가능하기는 합니다만 붓펜을 하나 구입 하시기를 적극적으로 추천 합니다. 종이는 연습할 때 남는 이면지에 해도 충분하니 그렇게 갖추어야 할 장비도 많이 없습니다.

 

 

 

 

 

 

 

글을 창작해서 쓰기가 어렵다면 본인이 좋아하는 시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필사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부담은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개인이 작품을 할 때는 그림이 같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대회 작품에서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 글씨를 그림으로 표현을 합니다. 예를 들면 저기 있는 ‘호수’, ‘연꽃’과 같은 글씨입니다.

 

 

 

 

 

 

 

하나 더 덧붙이면 캘리그라피는 띄어쓰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글씨의 크기를 다르게 해서 띄어쓰기를 표현 하고 줄을 바꿈으로 그 의미를 표현 합니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는 글을 쓴다고 했을 때 강조하고 싶은 글은 크게, 다른 글은 작게 적어서 작가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글 끼리 퍼즐을 맞추는 것 같은 기분이죠.

황: 마지막으로 실례가 안된다면 ‘경상남도’로 멋진 글 하나만 써 주세요.
남: 얼마든지.

 

 


여러분 어떠신가요? 작가만 그리는 미술, 나는 할 수 없는 미술이라고 생각 하고 있지는 않으셨나요? 이렇게 선생님과 인터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어느덧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캘리그라피는 개성이 중요하다, 글씨는 안 예뻐도 된다는 말이 참 편하게 다가 왔습니다. 저도 타이핑에 익숙한 세대다 보니 아무래도 글씨 모양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선생님과 인터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손 글씨를 조금씩 써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갱남피셜에서 매번 보고 즐길거리만 소개를 해 드리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저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예전의 생활이 그립고 우울감이 깊은 요즈음입니다. 최근에는 백신을 맞는데 속도가 붙고 있어 일상이 눈앞에 있는 듯합니다. 7월부터 집합금지의 방향도 조금은 바뀔 것 같은데 그 동안 움츠려 있던 몸을 미술활동으로 한번 펼쳐 보시는 것은 어떠시지요?

 

지난 달 소개시켜 드린 창원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보는 미술을, 이번에 소개 해 드린 캘리그라피와 같은 미술을 통해서는 활동하는 미술을 한번 체험 해 보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수업이 있으셔서 더 오래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에 양식이 쌓이고 따뜻해 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황대성


 

 

 

글자, 예술이 되다. 캘리그라피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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