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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석전동 역전시장 횟집타운

며칠전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먹을 만한 횟집이 모여있는 곳이라 해서, 마산 석전동 경남은행 본점 맞은편 역전시장 지하를 찾았다.

지하시장은 국밥집과 분식집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과 부식가게로 촘촘히 붙어 파는 전통적인 재래시장이지만 온기가 느껴질 정도로 잘정리되어 있어 찾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가격 대 성능(?)비가 괜찮은 횟집들도 그 안에 있다.

오랜만에 역전 시장 건물 2층의 영록서점 박희찬 사장을 만나서 보기 위해서다. 박희찬 사장과는 90년 무렵에 알았으니까 벌써 20년 인연이다. 그때 박사장은 고향인 부산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빈손으로 마산으로 넘어와, 팔룡동 교육단지 앞에서 책을 모아서 헌책방에 넘기는 이른바 나까마 장사부터 시작해 작은 가게를 얻어 ‘사고팔고서점’이라는 헌책방을 내었다.

가게에서 먹고 자면서 헌책을 모아, 지금은 100만권이 넘는(10만권이 아니다.) 중고도서와 만장 가까운 LP판, 희귀도서를 보유한 전국최대 중고서점으로 키워냈다. 지금의 자리로 옮긴 것은 2003년 초. 서점이 있던 수출후문 건물이 팔려 할 수 없이 옮겨 왔는데 얼마 뒤에 태풍매미가 와 그곳을 쓸어 버렸다니,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었다고 한다.

역전시장 건물 2층으로 올라가니, 박사장은 보이지 않고 뜻밖에 '마산영화 100년'을 쓰신 영화평론가이신 이승기 선생님이 와 계신다. 지역에서 유명하신 분이라 글을 통해 자주 접했고, ‘활력천국’이란 지역 TV 프로에 고정출연,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재치와 기지를 발휘하는 분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시내에서 몇번 만난 적이 있는데 알아보고 반가워 해 주신다.

영화평론가 이승기선생가 100만권장서를 보유한 영록서점 박사장.

이승기 선생님은 장서가,수집가로도 유명하다. 특히 영화포스트는 개인소장으로는 자기가 제일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하신다. 영화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지역의 모신문사 기자가 통영 봉래극장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신다.

박희찬 사장이 들어온다. 책은 90% 이상이 영록서점 인터넷 쇼핑몰(www.younglock.com)을 통해서 팔리는데, 하루에 30박스 정도는 나간다고 하니 상당하다. 보유하고 있는 책 전산화는 10년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었는데, 4~5년전부터 오프라인 손님이 급속도로 줄어 들면서 탈출구를 모색하다,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팔아야겠다고 생각, 기왕에 입력해 두었던 서지정보를 토대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일이 책표지를 스캔하고, 이것이 밑천이 되어, 3~4년 전에 인터넷 영록서점을 오픈, 지금까지 왔다.

먼저 이승기 선생님과 지하 석전횟집으로 내려갔다. 박사장이 자주 간다는 석전횟집에 들어가 모듬회를 주문했다.

밑반찬에 소주를 한잔하면서 이승기 선생님의 영화나 마산역사에 얽힌 다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박희찬 사장이 들어온다. 헌책에 얽힌 이야기, LP판 레코드 이야기, 마산문학관 주변환경 정비에 대한 견해 등 이야기가 실타레 풀리듯 한다. 와중에 누가 꺼냈는지 마산 문화벨트조성 이야기가 나오자 서로 어울려 맞장구를 치고 보충설명을 하는 등 이야기판이 익어간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마산의 도시 경쟁력은 마산의 긍정적인 도시브랜드이미지 구축전략에 바탕해야 하고, 그러려면 무엇보다 문화도시 마산이 되어야 한다. 인구 40만정도의 중소도시에 시의 명칭을 딴 박물관,문학관,음악관이 있는 곳은 마산이 유일하다. 이 좋은 문화인프라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나왔다. 무우채를 깔고 그 위에 회를 얹어 모양을 낸 것은 아니지만, 제철 횟감 생선을 얼기설기 썰어 놓은 것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토종 된장으로 만든 막장에 비벼서 싱싱한 회를 야채에 싸서 소리내며 씹어 먹는 맛은, 몇점 안되는 접시위의 회를 아껴가며 한점씩 겨자를 푼 간장에다 찍어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고 멋이다.

세련된 것도 없는 역전시장 지하횟집이 그런대로 장사가 되는 것은, 쪼잔하게 한점씩 아껴가며 먹는 회가 아니라, 성큼 집어서 막장에 쓱쓱 버무려 먹는 회를 좋아하는 중년층들도 있다는 얘기다.

맛과 멋은 다른 게 아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정장을 입고 와인을 권해주는 소믈리에(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책임지는 사람)만 대단한 게 아니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마주 앉아서 떠들며 이야기하고 웃고 맞장구를 칠 수가 없다. 정감있게 손님에게 서비스를 하고 싱싱한 횟감을 싸게 제공하면서, 손님들이 편하게 웃고 떠들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역전시장 횟집촌의 여주인도 대단한 것이다.

힘든 하루일에 몸과 마음이 지쳐 산다는 것이 재미없을 때는, 마음맞는 사람과 마산 석적동의 역전시장 지하 횟집에 가서 회 한접시에 소주를 기울여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마산 석전동 역전시장 횟집타운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마산 석전동 역전시장 횟집타운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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