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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 예방의 날 #3]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 목소리

[아동 학대 예방의 날 #3]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 목소리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창원시 마산회원구 무학로)은 지난 2000년 개소했다. 박미경(52) 관장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운영하며 경남의 아동 학대 사례와 함께 살아온 산증인이나 다름없다. 교육학 박사이자 창원문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인 박미경 관장과 현장을 뛰어다니는 직원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동 학대 예방의 날 #3]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 목소리2

 

Q. 경남의 아동 학대가 얼마나 일어나고 있나, 타 시도와 비교하면 또 어떠한가.

하루 5건 정도다. 확실히 신고는 늘어나는 추세다. 인권의식이 높아졌다고 보면 긍정적이다. 타 시도에 비해 학대가 많이 일어나는 편은 아니다. 예방활동은 전국 상위권 수준 이다.

 

Q. 학대가 일어나는 근본 원인이 뭔가.

한마디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요인은 3가지로 볼 수 있다. 아동의 문제행동이 심각한 아동 요인, 이혼 등 가족의 스트레스로 양육을 제대로 못해 발생하는 가족 요인, 양극화 심화 등 사회 요인이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젊은 부모의 충동성이 예전보다 확실히 많아진 건 사실이다. 체벌이 허용된 사회에서 살아온 40~50대는 훈육 목적으로 때릴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꽃으로도 때려선 안 된다. 무슨 범죄든 처음은 ‘한 차례’로 시작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Q. 학대 행위자 70% 이상이 부모라는 통계가 충격적이다.

맞다. 해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부모 학대가 거의 80%가 넘는다. 시설이나 계부모 사례가 사회적 이슈가 되곤 하지만 실제는 친부모 학대가 상당수다. 자녀 양육방법을 잘 모르는 부모가 너무 많다. 문제는 아동 학대로 판명돼도 학대피해 아동이 자신을 때린 부모가 있는 원 가정에 머무는 게 80%라는 사실이다. 전국 평균 83%다. 부모교육이 절실하다.

 

Q. 즉각 분리제도가 시행되는 것으로 아는데.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올해 4월부터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즉각 분리할 수 있다고 해도 아이들이 시설로 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시설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는데다, 비록 ‘맞더라도’ 부모하고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예방교육을 열심히 하고 있다. 아동의 권리의식이 개선되면 스스로 신고를 할 수 있다. 초등학생 수준의 어린이는 본인 신고율이 높다.

 

Q. 가정으로 돌아갔다가 잘못되면 어떡하나, 대책은 없나.

그렇다. 충남 천안의 아동 학대 사건이 그랬다. 학대로 보이지만 원 가정으로 돌려보내졌고, 이후 재학대로 이어졌고 아이는 사망했다. 법과 현실의 괴리다. 그래서 우리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전국 최초로 ‘경남형 가족 재결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원 가정 복귀를 원하면 사실상 별다른 장치 없이 돌려보내졌다. 하지만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은 보건복지부 가정 복귀 운영 지침을 바탕으로 가족재결합 프로그램을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 이에 학대피해아동과 아동 학대 행위자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해 원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오랜 세월 현장에서 학대 피해 아동을 접하고 관리해 오셨다. 가장 큰 애로는 뭔가.

이전에는 아동 학대 사례가 신고되면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현장 조사를 하고 사례관리도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업무가 분리돼 아동 학대 전담공무원이 별도로 생겨 현재는 사례관리와 가정복귀 프로그램, 보호처분에 따른 교육을 하고 있다. 사례관리는 한 가정에 최소 1년에서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업무다. 문제는 부모를 만나려면 저녁에 가야 하는데, 원거리에다 저녁시간을 이용하면 직원의 퇴근시간이 밤 9시, 10시가 된다. 시간외 근무에 대한 임금 현실화가 안 되는 점이 가장 큰 애로다. 견디다 못한 직원이 그만둘 때 마음이 아프다. 한 명의 직원이 그만두면 그 직원이 사례관리하면서 쌓은 노하우도 함께 사라진다. 안타깝다.

 

[아동 학대 예방의 날 #3]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 목소리3 

 

 

거부적인 욕설 폭언 예사… 동료 도움으로 견뎌

 

[아동 학대 예방의 날 #3]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 목소리4


 


 

대전에서 발달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하다가, 얼마 전부터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사례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통영, 밀양, 거제, 함안, 고성 등에 사는 생후 12개월에서 고2에 이르는 아동 21명을 맡고 있습니다. 거부적인 부모를 대하는 일이 가장 힘듭니다.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폭언을 들으면 정신적으로도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음주 부모로부터 신변 위협도 많이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동료의 위안과 조언 덕분에 견디고 있습니다. 10건 중 1건이라도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사례가 있기에 보람으로 여깁니다. 사례관리는 꾸준히 인내하며 조금씩 변화를 이끌어내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조금 더 사명감을 갖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원들이 평소에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아동 학대 예방의 날 #3]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 목소리4


 

 

어려서부터 아이를 좋아해서 아동 복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전공으로 이어졌고, 2012년부터 10여 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사례가 너무 많은 게 힘들었습니다. 야간, 주말도 못 쉬고, 개인 시간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경남 도내 평균 1000건 정도 담당했지요. 그래서 멀어진 친구도 많아요. 멱살 잡히고, 옷이 뜯기고, 폭력을 당하기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이 일을 사랑합니다. 지금은 사례 총괄에서부터 예방사업, 후원사업 등 대외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다니는 직원을 관리하는 일이 녹록지 않습니다. 특히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주는 게 어렵습니다.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3년이 채 안 됩니다.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말고도 평소에도 아동보호 활동에 관심 갖고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경남공감 2021년 11월호)박정희  사진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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