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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남의 진정한 4차 산업시대를 위하여

지난 13일 저녁 6시 30분, 김해시 외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공간Easy’에서는 제6회 ‘경남콘텐츠포럼-콘퍼런스(콘텐츠-컨퍼런스, 이하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해 그리고 창원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11명의 청년들이 모여 세계 최초 릴레이 웹드라마를 기획하고 촬영하는 시간을 가졌다.


콘퍼런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월 두번째 금요일 저녁에 열린다. 처음에는 단순히 음악, 사진, 영상, 글쓰기 등 무언가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데 관심을 가진 청년들을 한자리에 모아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 그 후 매달 프로그램을 만들고 행사를 치러내면서 여러 참가자들의 의견을 모아 실습 중심의 현재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았다.

‘콘텐츠’라는 말은 우리가 아주 자주 접하는 말이지만 딱히 정의 내리기 힘든 말이다. 그런 단어가 붙은 ‘콘텐츠 포럼’을 연다고 하니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 하기도 했다. 소위말해 ‘전문가’들만 모이는 자리로 생각하고는 관심이 있어도 찾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콘텐츠’는 우리의 일상이나 생각들을 좋아하는 형태의 결과물로 만들어 낸 것이라고 정의했다. 가령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음악으로 만들어 ‘디지털 음원’으로 만든다던지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청년이 그 과정을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린다던지, 지금 내가 콘퍼런스에 대한 활동을 글로 써서 온라인 매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행위다.

콘퍼런스에는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그리고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꼭 직업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런 취미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어린 친구들의 장래희망 1위가 예전 ‘연예인’에서 현재 ‘BJ’로 바뀌었다고 하듯 콘텐츠 소비매체가 ‘TV’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본질은 같다. 자신이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콘퍼런스를 6개월째 운영하면서 우리지역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환경이 그렇다보니 실제로 함께 할 청년들이 많이 없는것도 아쉽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나조차도 ‘좀 더 많은 청년들이 있는 지역으로 가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꼭 이런 일을 하려면 집을 떠나야만 하는건가?

매달 열리는 콘퍼런스 행사에는 10명 남짓한 청년들이 모인다. 욕심 같아서는 좀 더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 좀 더 풍성한 이벤트를 많이 만들어 보고 싶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이 곳곳에 재야의 고수처럼 숨어서 활동하고 있었다는게 증명이 됐다는 거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 콘퍼런스의 ‘진정성’이 통할 때 더 깊이 숨어 있는 고수들도 나올거라 믿는다.

지역에 있는 대학에 ‘콘텐츠’ 관련학과가 있다. 인제대 영상 디자인학과 그리고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등이 대표적이다. 많은 친구들이 학교에서 콘텐츠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졸업과 동시에 지역을 떠난다.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엔 콘텐츠로 먹고 살 곳이 없다.

나는 지역에서 콘텐츠 스타트업을 2년간 운영했다. 열심히 회사를 키워서 지역의 청년들이 다른 지역에 나가지 않고도 우리 지역에서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지역의 콘텐츠 시장은 녹록치 않았다. 콘텐츠 전문 인력들에 대한 대우를 일용 근로 하는 ‘용역 사원’ 취급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콘텐츠 ‘원가’의 개념도 전혀 없어서 ‘공짜’로 일 시켜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천지로 달려들었다. 그런 등쌀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야심차게 시작한 회사를 접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경남은 콘텐츠의 불모지로 불린다. 지역의 콘텐츠 산업 인프라와 관련 구성원의 마인드까지는 아직 4차 산업시대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점점 더 타 지역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지역의 인재 유출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콘퍼런스 매니저로써 가끔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는다. 이런 행사는 ‘어디서 지원을 받고 있냐?’고. ‘도’나 ‘시’에서 지원을 받는지 주로 묻는다. 그럴때마다 그 누구의 지원도 없이 내 주머니 사비 털어서 행사를 준비한다고 말하면 놀란다.

콘퍼런스는 누군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 만든 행사가 아니다. 지역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행사는 누군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 돈 벌기 위해,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진행되어도 지역 시민들에게 외면 받아도 계속 진행되지만 우리는 진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찾고 그 것을 나누기 위해 ‘효율적인’ 행사 프로그램을 만든다.

여러 번의 고민끝에 기획한 릴레이 웹드라마 제작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다. 최근 유행하는 웹드라마를 소비할 줄만 알았던 참가자들이 직접 웹드라마를 제작해보면서 시나리오, 촬영, 편집과정까지 참여해 콘텐츠 제작 역량 향상과 더불어 자신의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 만들어지는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콘퍼런스는 지역의 목마른 청년들이 스스로 우물을 파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허무하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계속 되어야만, 우리 지역이 ‘콘텐츠 불모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역의 ‘콘텐츠’ 인재들이 우리 지역에서도 터전을 마련하고 살 수 있어야만 우리 경남에도 ‘미래’가 있다. 아직도 3차 산업에만 집중해서는 머지 않아 인구유출로 인해 경남은 ‘유령 도시’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경남이야기 칼럼 강상오

*경남의 다양한 의견을 전하는 '경남이야기 칼럼'의 내용은 <경남이야기>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남의 진정한 4차 산업시대를 위하여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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