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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돈이 없는 아이들

“그런데요, 선생님.”

자녀에 대하여 막힘없이 이야기하시던 어머님이 말끝을 늘이셨다. 가만히, 이야길 기다리고 있으니 머뭇머뭇 그러신다.

“엄마들끼리, 그런 소문이 돌아요. 그, 지역아동센터는 돈 없는 애들이 다니는 데라고. 제가 사정이 있어 애를 못 보긴 해도, 못 살아서 그렇게는 아니긴 한데…….”

 제법 오랜 시간의 고민이 어머니의 눈길에서 느껴졌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무어냔 듯, 도도도 – 아이는 달려와 과자봉지를 뜯어 달라 성화였다. 시간은 오후 7시를 넘기고 있었다.

다양한 가구형태들이 나타나고 있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누구 한 사람의 ‘전담’된 양육은 현실성이 없어진지 오래다. 그래서 제도화 된 것이 지역아동센터, 이른바 공부방이 그 전신이 되겠다. 방과 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최소화 하고, 보호자가 온전히 가정에 있다고 판단되는 시간까지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그 취지이며 목적이다. 세세한 사업의 내용은 차치하고, 그냥 그것뿐이다. 그런데 어쩌다 저런 말이 도느냔 말이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동일한 교육기회와 보편화된 복지 서비스를 받으면 좋겠으나, 선택의 문제와 더불어 국가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복지는 선별적일 수 밖에 없고, 그 대상은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덜 한 사람들이 된다. 왜 이런 당연한 말을 하느냐 하면, 생각보다 많은 어른들이 이러한 사실에 상처받기 때문이다.

“선생님, 그.. 괜찮겠죠?”

어머님은 과자 봉지에 눈을 두시곤, 넌지시 이야기하셨다.

‘저녁 먹어야지, 간식 안 돼.’하시며.

괜찮냐는 말은, 누굴 향한 것일까. ‘돈 없는 아이들’이라는 낙인도, ‘못 사는 집’ 이라는 인식도 모두 어른들의 말인데. 가장 많이 아픈 것은 누구의 몫인가. 그리고 나는 왜 잠시, 머뭇거렸는가.

아이들은 당연히 돈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경제 활동의 주체는 아이들이 될 수 없으니,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아동복지의 대상이 되어야한다. 교육이 그렇고, 보건이 그렇다. 그럼에도 부족한 것을 가정에서 보충하고, 그런 보충이 힘들다면 국가가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복지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좀 다를 뿐이다. 그런 아이들을 자신들의 능력여부로 나눈 것은 다름 아닌 상처받은 당사자들이 아닌가.

“어머님.”

 제법 무겁게 입을 땠던 것 같다.

“지역아동센터는 돈 없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 맞아요. 아이들은 돈이 없는 게 당연하죠.”

큰 위로가 되진 못한 것 같았다.

“다만, 집집이 사정이 다를 뿐이죠. 그냥 그것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누군가를 만나신다면, 아이 볼 시간이 좀 있는 집인가 보다 하세요. 아니면,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여기세요. 마음이 아파 자라는 아이들까지 상처 주려나보다, 그렇게 여기세요. 그러셔도 됩니다.”

 정답이 될 순 없지만, 어머님의 손짓, 눈길에 베어나온 부채감이나마 조금 덜 수 있길 바랐다. 다행이, 어머님께 그 정도는 된 모양이었다. 그럴 자격이 나에겐 없는데, 어머님은 연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셨다. 참 벅찬 일이다.

유명한 사진이 있다. 찌를 듯한 검지로 타인을 탓한다면 나머지 세 손가락은 저를 향하고 있는 것. 아이들이 돈이 있고 없음을 나누고, 그 수준을 나누는 교육을 한다면 그 아이가 자라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인내천(人乃天)이 세상에 뿌리 박힌지 얼만데, 편견과 오만으로 자신의 아이가 부족하게 자라는 걸 바라는 이가 없길 바란다. 연일 재벌 총수일가의 비도덕적 행동과 사회가치로 용인될 수 없는 수준의 행동이 도마에 오르고 있으며, 그것이 법적인 문제로 나아가고 있다. 세상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상식적인 행동이 법의 저촉 여부를 따져 처벌할 일이 많아지는 것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경남이야기 칼럽 사회복지사 김현정 alonsha0631@korea.kr

 

  

돈이 없는 아이들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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