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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이종구
2023-10-18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이종구

속 천하지대본, 1990, 부대종이에 아크릴, 103×63.5cm, 광주시립미술관 소장

아버지의 배추, 1988, 포대에 유채, 98×117cm, 광주시립미술관 소장

 

 

농민화가로 알려진 작가 이종구(충청남도 서산, 1955-)는 중앙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습니다. 그는 졸업 후 1976년 인천공보관에서 열린 첫 개인전 《이종구 습작전》을 시작으로 1983년 중앙미술대전, 2005년 서울미술대전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작가는 산업화가 초래한 농촌의 위기와 노동 가치의 변화, 그리고 그 이면에 내재된 농민들의 분노를 사실적인 묘사로 담아냅니다. 1984년 정부미 쌀 포대에 그린 농민 초상화를 시작으로 1980년대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오지리의 사람들과 아버지 등 평범한 농민들의 이미지를 제작하였습니다. 이 시기 작품이 농민의 삶과 노동의 가치를 보여준다면, 1990년대의 작품은 농산물 수입 증가, 쌀값 폭락 등 현시대 한국 농촌이 직면한 위기에 주목합니다. 최근 작가는 농촌을 넘어 대지와 자연으로 관심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속 천하지대본>(1990)은 고향 오지리에 살고 있는 작가의 후배를 그린 작품으로, 쌀 포대로 제작되었습니다. 작가는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농부의 모습을 통해 농촌의 희망찬 미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수입 쌀 포대로 제작된 <아버지의 배추>(1988)는 2분할 된 화면 속에 농기구를 든 아버지가 비대하게 큰 배추를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황폐한 밭을 갈던 아버지와 풍년이 든 배추의 상반된 모습은 수입 농산물로 인한 농촌의 위기와 침체를 암시합니다. 작품 속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현시대 농민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