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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이중섭
2023-10-18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이중섭

이중섭, 세 사람, 1943-1945, 종이에 연필, 18.3×27.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중섭, 부인에게 보낸 편지, 1954, 종이에 잉크, 색연필, 26.5×2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중섭(평안남도 평원, 1916-1956)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오산학교에서 임용련(1901-?), 백남순(1904-1994) 부부에게 미술교육을 받았으며, 1935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 제국미술학교와 문화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화가 활동을 하며 1943년 제7회 자유미술가협회전에서 태양상을 수상하였던 그는 귀국 후, 원산에서 지내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가족들과 함께 월남해 제주, 부산 등지에서 피란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후 일본인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통영, 서울, 대구 등지를 전전하며 작품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중섭의 그림에는 소, 물고기, 게, 어린아이들, 가족과 같은 소재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초기 작품인 엽서화에서부터 은지화, 편지화, 채색화까지 다양한 매체와 재료를 사용하여 같은 소재를 즐겨 그렸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훗날 아내가 되는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이남덕, 1921-2022)에게 보낸 여러 장의 엽서화와 전통 상감기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그려낸 은지화가 있으며 ‘소’를 통해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독립에 대한 투지를 나타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1950년대 채색화에는 헤어진 가족과 함께 살았던 때를 추억하고 재회하는 날을 그리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중섭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은지, 합판, 종이에 못, 유채, 연필, 크레파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갔습니다.

 

<부인에게 보낸 편지>(1954)는 한국전쟁 중 일본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그림 편지 중 하나로 이듬해 열릴 개인전을 준비하며 쓴 것입니다. 자신의 근황과 아내에 대한 애정을 내용에 담고 있으며,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는 화가 이중섭의 모습과 온 가족이 얼굴을 맞대고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을 그려 넣어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세 사람>(1943-1945)은 귀국 후 원산에서 지내며 그린 그림으로 1945년 서울에서 열린 해방기념미술전람회에 출품하려 했으나 늦게 도착하여 출품하지 못하였고, 같은 해 인천의 문화행사에 전시하였습니다. 화면 속 세 사람 모두 우울한 표정으로 엎드리고, 쪼그리고, 얼굴을 가린 채 누워있는 모습입니다. 일제강점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처지와 암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강렬한 연필 선으로 덧그려진 누워있는 사람의 손과 발은 현실을 이겨내고자 하는 강인한 의지를 나타냅니다.

 
 

1)상감기법: 무늬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음각으로 새긴 무늬에 다른 재료를 채워 넣어 장식하는 기법

2)은지화(이중섭): 담배를 포장하는 알루미늄 속지에 뾰족한 도구를 사용하여 윤곽선을 눌러 그린 다음, 먹물로 문질러 선이 도드라져 보이도록 표현한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