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료실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이쾌대
2023-10-18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이쾌대

이쾌대, 삼일절 인물, 1956, 캔버스에 유채, 41×33cm, 밀알미술관 소장

 

 

이쾌대(경상북도 칠곡, 1913-1965)는 부유한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장발(1901-2001)에게 미술을 사사하였습니다.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뒤, 1933년 일본 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진학하였습니다. 귀국 후, 신미술가협회, 조선미술건설본부의 선전미술대, 조선미술문화협회 등 미술 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하였으며 1946년 성북회화연구소를 설립하여 학생들을 가르쳤고 다수의 작가를 배출하였습니다. 6·25 전쟁 후,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어 1953년 남북포로교환 때 월북하였습니다.

 

한국 근대 리얼리즘 회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이쾌대는 인체 묘사와 해부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누드스케치와 크로키를 포함하여 수많은 인물화를 남겼습니다. 특히 아내 유갑봉(1914-1980)을 모델로 한 여인상을 많이 그렸고, 이는 점차 전통적 여성상으로 변화해갔습니다. 나아가 격동과 비극의 시대에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강인하고 주체적인 인간상으로서 인물을 표현하였는데, 특히 해방 이후 그린 <군상> 시리즈는 인물들의 역동적인 자세와 생동감 있는 표정으로 당시 상황과 시대정신을 화면 속에 잘 담아내었습니다.

 

<삼일절 인물>(1956)은 1919년 3·1운동 당시 독립 선언서에 서명했던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을 그린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이 작품과 비슷한 주제로 <3·1운동>(1957)이 있습니다. 3·1운동이 일어난 종로를 배경으로 군중이 만세를 부르며 행진하는 장면을 그린 대작으로 일제의 악랄함을 고발하고 당시 종교, 신분, 직업을 망라하여 전개된 민족운동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삼일절 인물> 또한 이쾌대가 월북 후 그린 그림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3·1운동>의 군중 속 한 사람처럼 하얀색 한복을 입고 굳건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단순히 역사적 인물을 묘사한 것을 넘어 우리 민족의 역사의식과 독립에 대한 굳은 의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좌우 이념을 떠나 이쾌대가 지니고 있던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