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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전선택
2023-10-18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전선택

전선택, 환향, 1981, 캔버스에 유채, 136×2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전선택(평안북도 정주, 1922-2023)은 오산학교에서 서양화가 임용련(1901-?), 백남순(1904-1994) 부부에게 미술을 지도받았습니다. 졸업 후, 동경 가와바타미술학교 서양화과에서 1여 년간 수학하였으며 1945년 해방을 맞아 곽산보통학교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였습니다. 광복 후, 북에서 사상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월남하였으며 김천, 대구 등에서 교편생활을 하였습니다. 1960년부터 네 차례 국전에 출품하여 입상하였고 1982년 신구상회를 창립하여 활발한 작품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전선택은 평생동안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탐색하였으며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작업에 정진하였습니다. 전쟁 직후, 재료를 구하기 힘든 시기에는 소묘와 수채화를 주로 제작하였는데 주변에 있는 친근한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였습니다. 점차 대상을 단순화하여 추상에 가까운 이미지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이후, 심상적 이미지를 추구하며 부드러운 색채로 산과 들, 꽃과 나무, 여인과 아이들 등을 사실적이면서 단순하게 표현하였습니다. 또한 실향에서 비롯된 고향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화폭에 담았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걸으며 섬세하고 감각적인 색채와 단순화한 형태로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내면세계를 나타내었습니다.

 

<환향>(1981)은 탁 트인 야트막한 언덕에서 백발의 두 노인과 부둥켜안고 슬피 우는 사람들과 서로 얼굴을 마주 보거나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과 극적인 상봉을 하는 장면입니다. 인물들의 형태와 표정은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이들의 몸짓만으로도 슬픔과 안도, 허망함이 느껴지는 한편, 대형 캔버스의 화면 전체에 깔린 갈색조의 은은한 파스텔 색감은 보는 이에게 따뜻한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환향>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담은 <귀로>(1981)와 연작으로 분단의 현실 속에서 가족들과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꿈꾸는 이산가족의 염원을 그려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