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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나혜석
2023-10-18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나혜석

나혜석, 별장, 1935, 목판에 유채, 22.5×33cm, 뮤지엄산 소장

 
 

나혜석(경기도 수원, 1896-1948)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여성운동가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개화 교육을 받으며 1913년 동경 사립여자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하였습니다. 1921년 경성에서 최초로 서양화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서화협회 활동과 더불어 매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수상을 거듭하였습니다. 이혼 후, 1935년 재기를 꿈꾸며 준비한 대규모 소품 전시를 마지막으로 미술 활동을 중단하였습니다.

 

진취적이고 주체 의식이 강했던 나혜석은 졸업 후 귀국하여 교편생활과 여성해방운동, 독립운동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하였습니다. 작품활동 초기, 그녀는 여권의식 향상에 관심이 많았으며 여성의 가사노동과 일상생활을 담은 삽화와 판화를 주로 제작하였습니다. 이후 만주 안동현(현 중국 단둥)에서 지내며 건축물과 풍경을 작품의 소재로 선택하였고 세계 일주를 통해 각국의 미술관을 다니며 안목을 넓혔습니다. 파리에 머무르면서 야수파1)와 입체파2) 경향의 화실을 다니며 새로운 화풍을 모색하기도 하였습니다.

 

<별장>(1935)은 1910년대 서울 옥인동 일대에 지어진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 ‘벽수산장’을 그린 그림입니다. 야수파의 영향을 받아 거침없는 붓질로 물감을 두텁게 쌓아 올린 질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배경의 산과 건축물의 색감이 대비되어 강한 인상을 줍니다. 벽수산장은 일제강점기 대한제국의 옥쇄를 일본에 넘긴 친일파 윤덕영(1873-1940)의 개인 별장으로, 당시 ‘한양의 아방궁’이라 불리며 사람들의 조롱을 받았습니다. 나혜석이 벽수산장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혼 후 대규모 소품 전시를 준비하며 그렸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서울 진고개 조선관에서 열린 전시는 호응을 얻지 못하고 냉대 받으며 끝났지만, 나혜석은 당시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시대의 한계 속에서 서구의 영향을 받으며 치열하게 살아온 선구자적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1)야수파: 20세기 초 유럽에서 나타난 강렬한 원색과 거친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미술사조
2)입체파: 20세기 초 유럽에서 나타난 사물을 여러 시점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미술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