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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배운성
2023-10-18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배운성

배운성, 가족도, 1930~1935, 캔버스에 유채 140×200cm, 대전프랑스문화원 소장, 등록문화재 제534

 

 

배운성(서울, 1900-1978)은 유럽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최초의 한인 유학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배운성은 16살에 당시 서울의 대부호이자 서화협회 명예회원을 지낸 백인기의 서생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1919년 와세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수학하고, 1922년 백인기 아들의 독일 유학 수발을 위해 함께 베를린으로 떠난 배운성은 1925년 베를린 국립예술학교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1940년 귀국 후 활발히 활동하다가 한국전쟁 발발 후 1951년 월북하였습니다.

 

배운성의 작품세계는 크게 유럽 체제 시기와 월북 이후 두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유럽 체제 시기의 작품을 살펴보면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주제의 인물화를 주로 제작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기 배운성은 민속놀이나 전통 혼례와 같은 한국의 풍속 생활에 대한 소재를 서양화의 기법을 통해 묘사하였습니다. 이는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함이자 서양화를 받아들이되 한국적인 정서 아래에서 재해석하고자 한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월북 이후 배운성은 체제 선전을 위한 주제화를 집중적으로 제작하는 등 판화 중심의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가족도>(1930-1935)는 1940년 귀국 당시 배운성이 파리 아틀리에에 두고 온 160여 점의 작품 중 하나로, 1999년 파리의 한 한인 유학생에게 발견되어 국내로 반입되었습니다. 한옥을 배경으로 총 17명의 대가족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독일 유학 시절 한국의 가족을 회상하며 제작한 본 작품은 백인기 가족의 초상으로 알려졌으나, 가운데 노모의 모습이 배운성의 어머니 초상과 유사하여 배운성의 가족으로 보는 의견 또한 존재합니다. 작가는 원근법과 같은 서양화의 기법과 동양화의 부드러운 색채와 선묘를 혼합하여 가족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였습니다. 화면 속 인물들의 위치와 의복 그리고 한옥집 내부 등 작품의 세부 요소들을 통해 근대 한국사회의 가족구성의 전형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