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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이수억
2023-10-18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이수억

이수억, 구두닦이 소년, 1952, 캔버스에 유채, 116.0×80.3cm, 개인소장

 

 

이수억(함경남도 정평, 1918-1990)은 월남 화가로, 1939년 일본 제국미술학교에 입학하여 서양화를 공부하였습니다. 그는 졸업 후 북한으로 돌아와 활동을 이어갔으며, 한국전쟁 도중 월남하여 국방부 종군화가단 소속으로 전쟁 기록화를 제작하였습니다.

 

이수억의 초기 작품을 살펴보면, 북한과 종군화가단에서의 경험을 통해 익힌 재현적 사실주의 경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 작가는 전쟁으로 황폐화된 도시와 인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이수억은 점차 사실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나 일상적이고 서정적인 소재의 작업을 전개합니다. 이 시기 작품의 특징으로 농촌의 풍경 등 일상적 소재와 흙색, 황토색과 같은 자연적 색채를 볼 수 있습니다.

 

<구두닦이 소년>(1952)은 이수억이 종군화가로 활동하던 1952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전후 붕괴된 서울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면 중앙에 구두솔을 든 허름한 행색의 소년이 등장합니다. 허기가 진 듯 배를 부여잡은 소년의 모습에서 고단함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소년을 기준으로 화면을 좌우로 나누어 전후 도시의 양면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좌측으로 목발을 짚은 상이군인과 물건을 파는 소녀가, 우측으로 미군과 양공주라 불리던 기지촌 여성이 등장합니다. 이수억은 황폐화된 도시 속에서 생계를 이어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조명하는 한편, 그 속에 남아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1)종군화가단: 전쟁 중 군대를 따라 전쟁터로 나가 전쟁의 참상을 그린 미술가 조직
2)상이군인: 전쟁 중 몸을 다친 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