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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8.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가치(과거)로부터 새로움을 창출하는 작가, 김지평
2024-02-13

[현재 경남도립미술관 수장고에는 작품 1300여 점 이상이 보관돼 있다. 전시 작품을 구매하거나, 매년 정기적으로 도내 작가 작품을 사들인 결과다. 하지만, 아쉬운 건 도대체 수장고 안에 어떤 작품이 들었는지, 일반인이 쉽게 알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립미술관 학예사를 통해 수장고 작품을 하나하나 꺼내 보기로 했다. 글과 사진을 통해서지만, 이렇게라도 하면서 수장고 관리 문제에서부터 도민들과 작품을 공유하는 방법까지 멀리 내다보고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

 

1999년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김지평(1976~)은 주류 미술사에서 배제되어 있는 전통예술, 특히 무속화나 불화, 민화, 부적 등의 민간 미술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기법, 형식, 매체, 소재 등을 활용해 지금, 여기,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작가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던 1990년대 후반의 한국화는 전통적인 재료(종이·붓·먹)를 벗어나 아크릴 물감을 수용하고 설치나 영상과 같은 장르와 혼합하는 등 소재·매체·기법적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전통성에 묶여 있던 한국화의 영역이 새로운 형국을 맞이하며 전통을 재해석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비판과 더불어 복합적으로 형성되어 갔다.

 

이 분위기 속에서 2000년대 김 작가는 한국 전통화인 책가도, 문자도, 화조도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부터는 동양화의 화론이나 전통 재료 등 보다 본질적인 개념이나 매체에 관심을 두고, 민속 문학, 신화, 고문헌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 연구하여 그 안에 숨겨진 비주류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경남도립미술관은 2021년 한국근현대미술의 범주와 그 시간성을 재고해 보자는 생각으로 조선 민화 연구를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을 살펴보는 <황혜홀혜>전을 개최했다. 당시 출품된 김지평의 <기암열전·奇巖列傳>을 통해 전통의 차용을 넘어 이미 존재하는 전통의 현대성을 갱신하는 데 주목했다. 전시는 우리에게 관념화되어 있는 선형적인 시간성을 해체하고 주류에서 배제된 요소들의 결합을 통해 이미 고정된 의미와 가치를 재 사유 할 수 있었다. 이는 전통 속에서 현대성을 반추하며 명분이 불명확하게 권위를 얻게 된 서구 현대미술의 규범에 대한 질문이나 되묻기로 이어졌다. 이후 경남도립미술관은 김지평의 이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기암열전>은 광물 안료인 석채(石彩)로 여러 괴석도를 그려 한 폭의 산수화를 이루게 한 그림이다. ‘괴석도(怪石圖)’는 기이한 모양의 돌을 그린 그림으로 조선시대에 널리 그려졌다. 동아시아 회화 형식으로서 괴석은 거대한 산수, 자연과 우주까지 함축하는 경우가 많다. 동아시아에서 고대인들은 기이한 돌은 말을 할 수 있고, 날씨를 예측해 구름을 만들거나 비를 뿌리고, 때로는 병든 사람을 낫게 한다고 믿기도 했다.

 

작품 화면은 전체적으로 민화풍 산수화와 지도 산수화의 혼합양식을 띄고 있으며, 산봉우리나 지역의 이름이 아닌 원석의 이름을 써넣어, 자연 광물이 안료가 되고 그 안료로 다시 원래의 광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사용한 광물 안료는 주사(cinnabar), 호안석(tiger's eye), 남동광(azurite), 대리석(marble), 공작석(malachite), 화감청(cobalt glass, smalt), 산호(coral), 벽옥(jasper), 공작석(malachite), 종유석(stalactite), 적철광(hematite), 계관석(realgar), 청금석(lapis-lazuli), 옥(jade) 등이다. 각 안료의 입자 크기 등 재료의 특성에 따라 괴석별로 서로 다른 질감과 모양을 나타낸다. 괴석의 모양은 중국 북송 때의 거비파(巨碑波) 산수화부터 조선시대 금강산을 표현한 민화, 근대 화가인 변관식의 산수화까지 여러 시대의 그림을 참고했다.

 

/이미영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참고문헌

경남도립미술관 전시 <황혜홀혜> 도록 2021.

 

 

이 보도 자료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취재를 원하시면 경남도립미술관 운영과 이미영 학예연구사(055-254-4635)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41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