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남해고속도로 냉정분기점 인근, 사고 현장에서 60대 운전자가 갑자기 도로에 쓰러지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를 목격한 김해영운고등학교 역도부 지도부와 선수들은 지체 없이 차량에서 내려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지만 그 당연한 행동을 위해 용기 낼 수 있는 이들은, 솔직히… 그리 많지 않다. 화제의 주역, 김해영운고등학교 역도부를 만났다.
충남 서천에서 시합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시합도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당시 운전대를 잡고 있었던 지민호 코치는 사실 그날의 사건이 여러 가지로 조심스럽다. 너무나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과도한(?) 칭찬을 받는 것 같기도 하고, 한창 중요한 때에 괜히 운동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된다. 무엇보다 당시 심폐소생술을 했던 운전자가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눈앞에서 쓰러지는 걸 봤으니까요, 몸이 먼저 반응했죠. 다행히 뒤에 따라오는 차도 없었고 나중에 뒤따라온 차량이 비상 깜빡이를 켜고 안전거리를 확보해주면서 주변 정리를 도와주셨거든요. 호흡하시는 거 보고 도착한 119에 인계하고 돌아왔는데, 돌아가셨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죠.”
함께 심폐소생술을 도운 이는 주장 조영현 선수. 쓰러지는 사람을 보고 살려야겠다고 생각했고 학교에서 배웠던 심폐소생술을 떠올려 힘을 보탰을 뿐이라고 말한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이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또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영웅’이라고 말하는 친구들과 주변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당시 함께 있었던 김도희 감독은 사고를 보는 순간 ‘골든 타임’이 떠올랐다. 자칫 망설일 수도 있는 심폐소생술이었지만 ‘내 가족, 우리 아이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저하지 않았다. “사고가 수습되고 유가족이 찾아오셨는데, 따님이 감사 편지를 전해주셨어요. 편지를 읽는데 이걸 어쩌지도 못하고 계속 가지고 다니고 있어요.”라며 복잡한 심정을 전한다.
김해영운고 역도부는 총 6명이다. 그중 3학년이 3명, 2학년과 1학년 후배들이 3명이다. 3학년 조영현 선수는 주장을 맡고 있다. 영현이는 중학교 1학년 때 역도를 시작했다.
오후 2시 30분, 점심시간 휴식을 끝낸 6명의 영운고 역도부 선수들과 김해시청 소속 선수 2명이 함께 모여 몸풀기를 시작한다. 코치도 감독도 누구 하나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뭘 해야 할지를 아는 선수들이다. 방학에는 오전, 오후 고된 연습이 계속된다.
어쩌면 학과 수업을 모두 챙겨가며 운동해야 하는 학기 중보다는 좀 더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땀 흘린 만큼 보상받는 건 당연하다. 착한 마음이 칭찬받는 건 당연하다. 선한 영향력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 역시 당연하다. 이 당연한 원리 원칙이 100% 지켜지지 않는 게 삶이지만 그래도 우린 당연한 것이 당연히 이뤄지리라 믿으며 산다.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여름이지만 강렬한 여름의 태양을 견뎌낸 후에야, 맛있고 탐스러운 열매가 손에 쥐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글 정인정 사진 백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