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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남해 설리마을, 일냈다!

 

 

상쾌한 가을내음, 구불구불 호젓한 해안길을 따라 남해 최남단으로 차를 몰았다. 송정솔바람해변을 지나 2남짓 바다를 끼고 이어진 그 길 끝에는 설리마을이 있다. 다해 봐야 60여 가구가 전부인 어촌마을에 겹경사가 터졌다. 똘똘 뭉쳐서 최우수상을 받았단다. 무슨 일일까?

 

전국 최우수 자율관리어업공동체수상

지난 8, 남해군 설리어촌계가 2020년 전국 자율관리어업공동체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기사로 신문 지면이 들썩거렸다. 해양수산부의 자율관리어업공동체 평가는 해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래서 매년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지고 높아진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총 1111개의 공동체가 있고, 그중 남해군에만 46개가 있다.(2019년 기준) 이번 최우수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설리어촌계는 이번 수상으로 상금 1억 원 포함, 2억 원의 사업비를 챙겼고,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작년에 어촌뉴딜300 선도마을로 선정되는 겹경사까지 더해져 앞으로 설리마을의 변화는 어디까지일까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주민 스스로 만들어 낸 믿기 힘든 변화

급격한 농어촌 인구 감소와 노령화는 작은 설리마을에 직격탄을 날렸다. 수입은 점점 줄어들었고, 풍경은 아름답지만 관광객은 없었다. 마을에 존폐 위기가 닥쳤다. 2012년 주민들이 모여 마을을 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그것이 설리공동체의 시작이다.

자체적으로 자율관리어업 규약을 만들어 무분별한 포획을 금지하고, 어장을 스스로 관리했다. 드문드문 낚시꾼이 오던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선상낚시 체험, 문어 통발 체험장 등을 만들고 온라인상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까다로웠던 어촌계 가입조건을 획기적으로 완화했다. 그 결과, 최근 4년간 4가구 12명이 귀어했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어촌의 현실에서 제일 큰 모범사례였다.

2017년에 불과 1800만 원이던 설리어촌공동체의 연간 수입은 2019년에 14700만 원이라는 믿기지 않는 성장을 했다. 누구의 강압에 의해서가 아닌, 주민 스스로 이 모든 것을 이루어냈다는 것이 최우수상을 받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오지였던 마을이 휴양지 버킷리스트로 

설리마을로 취재를 가는 길은 꽤나 멀다고 느껴졌다. 남해군 최남단에 자리 잡고 있는 오지여서 예전에는 미조면까지 걸어서 다녀야 했다고 한다. 창원에서 두 시간이 넘게 달려서야 설리해수욕장 팻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입로로 들어서자 어선 몇 척이 떠 있는 작은 마을과 포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품듯 마을 앞으로 활처럼 휘어진 자그마한 백사장은 모래가 눈처럼 희다하여 설리(雪里)라는 이름이 붙었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거친 파도를 잠재워 잔잔해진 해수욕장에는 서너 명의 피서객들이 여름의 끝이 아쉬운 듯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마을 끝 언덕 위에는 2023년 완공 예정인 대명리조트 부지가 보인다. 몇 년 후 달라질 마을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설리마을은 이제 휴양지로 또 한 단계 도약 중이다.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을 만들 것

설리공동체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천명조(52) 씨는 재작년에 큰 태풍이 왔는데, 파도가 덮쳐서 사무실 바닥에 물고기가 그득했다며 웃었다. “그때 서류들이 다 젖어서 암담했다. 어촌뉴딜300에 선정되어 방파제를 놓을 수 있게 됐다. 그게 제일 좋다라고 했다

어촌뉴딜300 사업으로 설리마을은 방파제뿐만 아니라, 설리복지회관 2층 규모 리모델링, 최신식 어구보관창고, 저온 건조장 조성사업 등을 진행한다.

설리공동체 정동민(62) 위원장은 그동안 공동체 주민 모두가 마을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과 고생을 했다대명리조트가 들어서면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수상레저 등 새로운 사업을 모색 중이다. 지속가능한 어업기반 사업을 개발하여 청년이 살고 싶은 마을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설리마을은 현재 마을 인구 110여 명 중 30명 정도가 어업공동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설리어촌체험마을

통발체험 10만원(팀당), 유어장 낚시체험 12만원(3인 기준)

문의  www.설리어촌체험마을.kr  055)867-9001

 

 

이지언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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