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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

[행복한 여행]열심히 달려온 당신께 선사합니다

거제 가조도, 노을이 물드는 언덕

 

느리게 흐르던 시간에 탄력이 붙은 듯 마지막 달력 한 장만이 시간을 붙들고 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아쉬운 건 누구나 매한가지,

열심히 살아온 당신을 위해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을을 찾았다.

백지혜  사진·동영상 김정민·해당 시·

 

 

노을 1번지, 노을이 물드는 언덕

갯바람에 묻어나는 오만둥이의 향긋함이 코끝을 기분 좋게 스치던 날, 오후 430분쯤 거제 북서쪽 끝 다리 하나를 건넜다. 거제 본섬 사등면 성포항을 지나 섬 속의 섬 가조도를 잇는 유일한 길, 가조도 연륙교. 육지와 연결되는 다리만 건넜을 뿐인데, 벌써 여행이 시작되는 것만 같다. 10분 정도 해안도로를 따라갔을 무렵, 전망대 하나가 한눈에 들어온다.

노을이 물드는 언덕은 전국의 시인, 작가, 사진 애호가, 화가들이 수시로 찾아 작품을 담는 곳으로 거제에선 노을 1번지로 불린다. 자연과 조화롭게 꾸며진 주차장과 산책로가 있었으나 최근엔 재정비를 위해 공사에 들어갔다. 깔끔하게 변신할 모습을 기대하며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하늘에 걸린 해와 바다에 투영된 두 개의 해를 담아본다. 서서히 오렌지빛으로 변하는 하늘. 윤슬 위로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함에 흠뻑 취하고 만다. 노을은 매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해를 머금어 풍요롭고 한적한 섬, 가조도

해가 떨어지는 곳을 중심으로 노을 옷을 입고 바다에 동동 떠 있는 작은 섬들이 하나, , . 섬을 세는 재미가 있다. ‘가조도(加助島)’는 이름 그대로 거제도를 돕고 보좌해 유익함을 더한다는 뜻으로 거제에 딸린 11개 섬 중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부속 섬인 계도와 범벅도, 취도를 포함해 면적은 5.82. 섬이 많아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을 가지고 있으며, 25.7km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노을 속 해가 금세 지평선 아래로 사라진다. 꺼져가는 성냥개비 불씨처럼 마지막 빛이 파르르 떨리더니 사위는 금방 어두워졌다.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색이 참 신비롭다. 인생 샷이 뭐 별건가? 여기서 찍으면 모든 사진이 인생 샷이 된다.

 

등대와 통통배, 성포항을 품은 성포마을

모습을 감춘 해를 뒤로하고 노을빛이 감도는 성포항으로 다시 나왔다. 하얀 등대, 초록 등대, 빨간 등대가 나란히 뱃길을 지키고 서 있다. 지금은 거가대교에 가려졌지만 과거 사등면의 중심이었던 성포항은 진해만을 통해 통영, 마산, 부산으로 여객선이 오갔을 만큼 거제 교통의 관문이었다. 그때의 활기참은 사라졌지만, 얼마 남지 않은 횟집의 싱싱한 횟감들이 가조도를 빠져나온 관광객 발길을 붙잡는다. 성포마을 앞으로는 남파랑길 16코스 해안 산책로가 길게 나 있어 노을을 감상하며 걸을 수도 있다. 맞은편에는 조명을 걸친 가조도 연륙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야간 조명이 켜진 가조도 연륙교는 밤의 전령 같다.

노을이 사라지고 나니 해넘이가 끝났음을 실감한다. 돌아보면 어느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 오늘도 수고한 당신에게 위로를, 내일 다시 힘차게 뛸 당신에겐 희망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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