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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슈]김해시 5인 가족 재택치료 체험기

“우리 집도 코로나를 피해갈 수 없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정점을 찍었다. 확진자와 격리 대상이 수십만 명을 웃돌고,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 중이다. 위 중증 환자를 제외한 확진자 대부분이 재택치료를 하고 있다. 김해시 5인 가족의 생생한 재택치료 사례를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다.

백지혜


 

어느 날 남편이 목 아프다고 호소

나는 김해시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주부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영양사로 일을 하고 있다. 8, 5, 4살인 세 아이까지 돌보느라 늘 일상이 고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한 뒤로는 평소보다 몇 배 더 긴장하며 지냈다.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 감염되지는 않을까, 그것이 가장 두려웠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몸이라도 편할 텐데 내겐 그럴 용기조차 없었다. 그저 아이들을 끌어안은 채 집 밖을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어느 날, 남편이 목이 아프다고 했다. 업무상으로 만난 물류업 종사자와 편의점에서 음료를 마셨다는 얘기는 나중에 들었다. 단순 감기 증상일 수도 있는데도 덜컥 겁부터 났다. 불안한 마음에 검사를 재촉했고 남편은 보건소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음성’. 내가 너무 예민했나? 괜히 남편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그날 밤, 남편은 근육통과 몸살 기운이 있다며 증상을 호소했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열이 38도가 넘었다. 그 길로 보건소에 가서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속항원검사 음성고열PCR 검사 확진온 가족 걸려

남편이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을 받은 지난 주말, 안심하고 지냈던 것이 문제였다. 첫째 아이가 확진돼 남편과 함께 안방에서 격리에 들어갔다. 나와 두 아이는 마스크를 쓰고 거실에서 생활했다. 모든 것이 막막했지만 각자의 격리 공간에서 아이들을 나눠 돌볼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식사도 조심스레 넣어주고 소독제로 열심히 청소했지만 결국 우리 집도 코로나를 피해갈 수 없었다. 나와 나머지 두 아이까지 증상이 나타났고 확진됐다. 누구보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며 지냈는데 내가 확진이라니. 우리 가족이 확진이라니! 너무 놀라고 두려워 눈물부터 났다. 여태까지 뭘 했나 싶어 자책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 접종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후유증이 생기진 않을까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제일 컸다. 이제는 누가 먼저 걸리느냐의 문제라고 말하는 지인들의 말도 전혀 위로되지 않았다. 

  


재택치료로 겪는 불편들쓰레기 처리의 어려움 

분리가 필요 없게 된 가족들은 집안 모든 공간에서 함께 생활했다. 같이 이겨내자는 마음으로 심적인 위로를 대신했지만, 재택치료 중에 발생하는 문제는 끊임없이 가족들을 괴롭혔다. 격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식사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 처리였다. 배달로 식사를 시켜 먹으면 음식물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힘들어도 만들어 먹으려 애썼다. 뭐든 잘 먹는 아이들이었는데 평소 같지 않은 모습에 속상했다. 한입이라도 더 먹이려는 노력마저 힘에 겨웠지만, 입맛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여서 무작정 강요할 순 없었다.

일주일 동안 음식물 쓰레기는 물기를 최대한 줄여 냉동실에 얼려뒀다. (세균번식 때문에 이 방법이 안 좋은 줄 알기는 했어도) 악취를 막을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막내 기저귀는 어쩔 수 없이 일주일을 종량제봉투에 넣어 보관해야만 했고, 냄새가 심해지자 베란다 구석으로 몰아뒀다. 다섯 식구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양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미각과 후각 상실, 증상에 비해 더딘 회복

마음이 좋질 않으니 증상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몸살 기운 정도인 남편과는 달리 나는 심한 근육통에 후각과 미각까지 상실됐다. 눈 감고도 만들던 미역국 간조차 맞출 수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엄마인 내가 맛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매일 좌절했다. 지인에게 비대면으로 받은 약이 치료의 전부라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코로나가 뭔데 이런 경험까지 겪게 하는지 도무지 인정할 수 없었다.

어른이 아파도 아이가 있는 집은 아이가 우선이다. 나와 남편 회복 속도가 더뎠던 것도 그 때문이다. 증상이 미미한 아이들과 온종일 놀아줘야 해서 마냥 누워있을 수도 없었다.

코로나 관련 뉴스를 보고 있으면 유독 어린아이의 피해가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해열제를 복용해도 고열이 계속돼 심각한 증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일어날 경우, 빠른 처리가 가능한 병원이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첫 증상이 나타나고 보름 정도가 지나서야 가족 모두 회복됐다.

  

재택치료 시 준비해둬야 할 것들

이젠 누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코로나 확산이 심각하다고 느낀다. 확진으로 재택치료를 시작할 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식자재나 유통기한이 충분한 밀키트, 생수 등 필수품은 어느 정도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 해열제 등 비상약은 필수다.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가벼운 감기 증상이라도 자가진단 또는 신속항원검사를 해봐야 한다. 자가진단키트 오류도 종종 있기 때문에 일단 증상이 있다면 코로나를 의심해 봐야 한다. 집 가까이에 있는 지정 의료기관과 24시간 의료 상담이 가능한 병원 등도 미리 알아두자. 최소한 나로 인한 피해는 없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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