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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

[행복한 여행]도심 속 오지, 양산 배내골의 여름

'배내천 트레킹 길' 걸으며 완전정복

 


 

고산준령(高山峻嶺)을 따라 흐르는 맑고 차가운 물이 모이는 곳, 양산시 원동면의 배내골. 해발 1241m의 가지산을 비롯해 천황산, 재약산, 신불산, 영축산 등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 이른바 영남알프스가 품고 있는 협곡이다. , 바다, , 계곡, 어디든 떠나고픈 휴가철. 산도 보고 물도 보고 맞춤한 숙박시설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배내천 트레킹 길을 걸으며 배내골을 소개한다.

황숙경  사진·동영상 이윤상

 


배내천 따라 배내골 5개 마을 쉬엄쉬엄 10

트레킹의 출발지는 배내사거리. 해발 약 350m라는데 귀가 먹먹하다. 영남알프스에 들어섰다는 것이 실감난다.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씬데도 햇살이 눈부신 선선한 늦봄 분위기다. 어실로, 원동로, 고례로, 배내로 등 4개 지방도가 만나는 배내사거리는 경남 쪽에서 배내골로 들어가는 입구다. 양산 시내를 거치든, 밀양시를 거치든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을 20분 이상 달려야 도착한다.

트레킹 대장은 배내골주민자치위원회 배정동(57) 사무국장이다. 코스는 배내사거리에서 트레킹 길 출발점인 고점교로 이동해 풍호마을~대리마을~선리마을~장선마을을 거쳐 태봉마을에서 끝난다. 배내골 내 5개 마을을 모두 지난다. 10, 3시간 30분 소요 거리다. 등산화 대신 운동화에 평상복 차림이어도 충분하다는 배 사무국장의 말을 믿고 물통 하나 달랑 들고 출발했다.

출발지 이정표가 있는 고점교를 건너 돌계단으로 시작되는 트레킹 길에 들어선다. 길 안내도에는 우리의 출발지인 고점교가 종착지다. 배내천 상류 쪽인 태봉마을이 시작점으로 안내돼 있다. 오늘 취재진의 트레킹은 역순 진행인 셈이다.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길은 하나다. 배내골에 숙박지를 정했다면 가까운 쪽에서 출발해 원점 회귀하면 된다.”

배 사무국장에 따르면 배내골에 산재한 펜션은 70여 개. 5개 마을을 쭉 이어 걷는 트레킹 길은 중간중간 마을로 이어지므로 시작점과 종착점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고. 10를 다 걷지 않고 산책 삼아 30분에서 1시간 걷기를 즐기는 휴가객도 많단다.

 


 

탁 트인 풍광, 애틋한 연리지다채로운 매력 발산

시작이 좋다. 숲이 만든 시원한 그늘과 촉촉한 흙길이 상쾌하다. 얼마 안 가 주민들이 만들어 세운 행운 솟대의 배웅도 받는다. 이어 볼거리로 소문난 연리지(連理枝) 한 쌍을 만난다. ‘대팻집나무 연리지. 단단한 목질 덕에 대팻집을 만드는 데 쓰인다고 해서 대팻집나무란다. 수령이 10년이나 됐을까? 여린 2그루의 나무가 가지 하나로 연결돼 있다. 두 연인이 손을 꼭 잡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이런 거 처음 봐!” 부여안듯 나무둥치가 꼬인 연리지를 상상했던 우리는 감탄을 쏟아낸다.

이어 풍호마을이다. 이제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며 배내천을 왼쪽에, 울창한 산자락을 오른쪽에 두고 걷는다. 산을 벗어나 마을 안길을 걷는 정취도 잠깐 누린다. 배내천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설치된 데크로드를 걸으며 시원한 바람을 즐기기도 한다. 소소하지만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트레킹 길이다.

 

 

 

 

쉬어가는 홍보관, 볼일도 보고 차도 마시고

배내골은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는 지형 특성상 일교차가 크다. 곳곳에서 목격되는 사과 조형물이 기후 특성을 알려준다. 사과는 배내골 주작물. 트레킹 중에 사과밭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 풍호마을에서 대리마을을 거쳐 선리마을에 들어서면 먹기 좋게 쪽을 낸 사과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배내골홍보관이다. 출발지였던 배내사거리에서도 빨간 사과 조형물이 있었다.

한때 사과가 특산물이었다. 기후 변화로 예전만큼 많이 생산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고랭지 사과답게 맛있다.” 배 사무국장이 내친김에 배내골이란 지명에 관한 얘기도 풀어간다. “홍보관에 이웃해 있는 학교가 원동초등학교 이천분교다. 돌배가 많고, 물이 달다고 해서 배내골인데, 한자로 바꾸면 이천(梨川)이다.”

이천분교의 현재 학생 수는 11. 상급학교가 없으니 시내로 나갈 수밖에 없어 분교마저 없어질까 주민들은 전전긍긍이란다.

홍보관 앞에서 급한 볼일도 보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알록달록한 음료 한 잔씩을 앞에 두고 앉았다. 배 사무국장은 배내골을 도심 속 오지라고 했다. 30~40분이면 양산시내에 들어가고, 1시간 거리면 닿을 수 있는 타 시·군이 10여 곳이나 되지만, 주민 수는 5개 마을 모두 합쳐봐야 538. 그중 65세 이하는 50명 정도다. 50대인 배 사무국장은 청년 중의 청년인 셈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 농사와 펜션사업을 이어받으려고 2세대들이 귀향하고 있어 다행이다. 배내골 분위기가 점차 젊어지는 게 느껴진다.”

  

선녀탕 발 담그고 솔바람에 땀 식히고

다시 트레킹 길에 올라섰다. 선리징검다리를 조망하며 걷다 선리마을을 거쳐 산길로 들어선다. 도태정 방향 갈림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그늘진 숲길로 진입한다. 곧 물소리 시원한 계곡. 방금 전 콘크리트 임도와 다른 세상이다. 움푹한 암반에 고인 계곡물이 냉기를 뿜어낸다. 당장 발을 담그고 싶은데 배 사무국장이 조금만 참으란다.

얕은 계곡을 건너 물길을 따라가자 포토 존으로 지정된 명소가 나온다. 영화 <달마야 놀자> 촬영지 통도골 선녀탕이다. 물이 맑아 물속 바닥이 또렷하게 보인다. 발을 담그자 발가락이 아릴 정도로 시리다. 3단으로 떨어지는 상류 쪽 물줄기는 눈 속까지 시원하게 씻어준다.

일어나기 싫은 아쉬운 마음을 접고 내처 길을 걷는다. 장선마을을 지나 종착지인 태봉마을로 가는 길은 경사가 오르락내리락한다. 태봉마을 너머 신불산자연휴양림, 파래소폭포까지 30~40분 더 걸어보는 것도 좋다는 배 사무국장의 말을 들으며 트레킹을 마친다.

 

  


수영장 갖춘 펜션 많아 가족단위 휴가객에 인기 만점

배내사거리로 돌아가면서 장선마을 앞 69호선 도로변에서 들어갈 수 있는 솔숲에 들렀다. ‘배내골 송림숲혹은 장선리 송림숲으로 불리는 이곳은 양산 8경 중 하나. 하류로 가면서 물살이 약해진 배내천에 모래톱이 생기고 그 위에 솔숲이 우거졌다. 섬처럼 떠 있어 연결로로 설치된 흔들다리를 건너 들어간다.

송림숲은 배내골의 가장 오래된 피서지라고 할 수 있다. 2001년 밀양댐이 건설된 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배내천에서 물놀이를 할 수 없게 됐다. 아쉽긴 하지만 돗자리 깔고 한나절 쉬기에는 이만한 데가 없다.”

배내천 물놀이가 금지되면서 배내골에는 수영장을 갖춘 펜션이 많아졌다. 배 사무국장은 안전하게 즐길 수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휴가객들이 오히려 좋아한다청정 배내골을 많이 찾아 달라고 말했다.

  

문의  배내골주민자치위원회  055) 364-7778 배내골방방(배내골.kr)

 

 

 

배내골 먹거리  한여름 보양식 '백숙'

 

배내골 대표음식은 단연 백숙이다. 백숙은 도심보다는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한 맛 더 난다. “밀양댐이 생기기 전에는 염소불고기가 유명했지. 놓아먹인 염소를 잡아 재료로 썼으니까 믿고 찾는 사람이 많았어. 이제는 염소 대신 닭·오리 백숙이 대표음식이야.”

배내사거리 배내식당 정윤자(69) 사장이 능이버섯, 옻나무, 생강, 대추 등 귀한 부재료를 잔뜩 넣은 오리백숙을 선보인다. 진한 국물 색처럼 영양이 가득이다. 서너 시간 트레킹 후 먹는 오리백숙 맛은 말해 뭐하겠나? 더하고 뺄 것도 없이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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