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부는 계절이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먹거리로 만두를 빼놓을 수 없다. 찜기에서 하얀 김을 연신 뿜어대는 만둣가게 앞을 그냥 지나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는 맛이 무섭다’라고 했던가. 만두는 특별하지 않은 특별함으로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안개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마다의 추억 소환은 덤이다. 정성 가득한 손만두 먹으며 지난 한 해 헛헛했던 몸과 마음을 터질듯하게 채워보자.
글 김미영 사진·동영상 김정민
소나무 숲 옆 만둣가게
약속한 시각보다 일찍 도착한 탓에 만둣가게 주변을 잠시 둘러본다. 평범한 가게 옆으로 밀양강이 흐르고 길게 펼쳐진 솔밭 숲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안내판을 보니 영화 <밀양>의 촬영지로 유명한 ‘기회송림공원’이다. 캠프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만둣가게와 소나무 숲의 조합이 꽤 성공적이다. ‘솔밭 만두’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가게로 돌아오니 쉴 새 없이 손님이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한다.
정성 가득 손만두의 마법 ‘만두 꽃’
30평(100㎡) 남짓한 ‘솔밭만두’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명이 분주하게 만두를 빚고 쪄내고 있다. 깔끔한 내부와 개방된 주방은 맛집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준다.
범상치 않은 기운의 박승옥(65) 대표가 맞이하며 창가 테이블로 안내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솔밭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대표 메뉴 ‘스페셜 모둠 만두’와 겨울철 신메뉴 ‘영덕 게살수프’를 주문하고 만두 빚는 곳으로 향 한다.
빠른 손놀림과 숙련된 솜씨로 일일이 빚어내는 만두의 모양새가 종류별로 오차 없이 정갈하다. 보일 듯 말 듯 얇은 만두피 속에 무엇을 감싸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찜기에 만두를 담고 있는 박 대표가 쪄서 나오면 알게 될 테니 기다려보라고 한다.
하얀 김이 나는 찜통에 올려진 만두가 익어가면서 어떤 마법을 부릴지 기대하며 기다리길 10여 분. 찜통 뚜껑을 열자 피어오르는 열기 사이로 드러난 만두의 자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나온다. 다채로운 빛깔이며 모양이 마치 만두 꽃이 활짝 핀 듯하다. 사진작가는 그 찰나를 앵글에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르느라 여념이 없다.
만두를 하나씩 맛보며 수수께끼 풀 듯 이름을 맞춰보는 재미가 있다. 쫄깃하고 탱글탱글 씹히는 새우의 식감이 먹는 재미를 더해주는 ‘통새우만두’, 잘 익은 김치로 속을 꽉 채워 서걱서걱 씹히는 익숙한 식감과 칼칼한 맛의 ‘김치만두’, 매운 고추를 숙성시켜 독한 매운맛이 아닌 단맛과 잘 조화된 ‘고추 만두’, 오븐에 구운 듯 갈비 향이 느껴지는 ‘갈비 만두’ 등 한입 베어 물때마다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전체적으로 만두피가 얇고 쫄깃쫄깃하다. 찹쌀, 밀가루, 감자전분의 황금비율과 0.5~0.8mm의 얇기가 그 비결이다. 여기에 높은 열로 가열해 숙성한 남해 흑마늘 기름을 가미하면 만두피가 담백하고 식은 후에도 탄력을 유지한다. 만두피가 만두 맛의 20% 정도는 좌우한다며 두꺼우면 식감이 퍽퍽해 맛을 해친다고 한다.
만두소는 돼지고기, 배추, 무, 양파, 대파, 부추, 마늘, 생강을 기본 재료로 고기보다 야채의 비율을 60%로 높게 하고 표고버섯 육수를 더해 버섯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테이블마다 놓인 특제 간장소스도 숙성된 고추 간장, 식초, 설탕, 마늘 진액을 활용해 시중에 파는 간장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다. 짜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심심하면서도 깔끔한 맛이다. 듬뿍 찍어도 짜지 않아 만두 맛을 살려준다.
다른 손님들은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다. 밀양시민 하은재(45) 씨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지나는 길에 늘 차가 많아서 들어오지 못하다가 오늘 기회가 닿았어요. 통새우만두가 가장 맛있고 식감이 좋았어요.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니까 신뢰감도 들고 포장해서 갈려고 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 ‘대전 밑으로는 최고의 만둣집’이 목표
10여 명의 직원과 함께 평일 하루 3200여 개, 주말은 1만여 개의 만두를 빚어내는 박 대표는 만두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대전 밑으로는 최고의 만둣집’이라는 수식어를 듣는 것이 목표라며 신메뉴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지금도 부족하다며 치즈, 닭고기, 오징어, 해초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연구 중이다. 가게에 오는 손님에게 ‘솔밭 만두는 항상 새롭다’라는 기대감을 주고 싶다고 한다. 만두 찜기 앞에서 급속도로 사라지는 직업이 많은데 만둣가게는 정년이 없다며 호탕하게 웃는 박 대표의 모습을 담는다.
밀양 솔밭만두
위치 밀양시 산외면 밀양대로 2362
메뉴 스페셜 6가지 맛 26개 1만 8000원
5가지 맛 22개 1만 5000원
3가지 맛 15개 1만 2000원
통새우만두 6000원 김치만두 5000원
영업 10:00~20:00 / 브레이크타임 16:00~17:00
※ 정기휴무(매월 1, 3번째 수요일)
문의 055) 355-5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