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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맛!

[음~ 이맛!]삼대의 고집, 함양 안의 갈비 요리

음식은 첫 맛과 끝 맛이 같아야 한다!


흔히 요리는 맛도 맛이지만 그 안에 담긴 추억과 이야기를 먹는다고 한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 등 특별한 날 생각나는 음식을 물었을 때 갈비탕이나 갈비찜을 답한다면 그는 누가 뭐래도 한국인이다.

식탁에 자주 오를 수 없는 요리라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것은 아닐까.

한우 갈비 요리가 유명하다는 함양군 안의면으로 음~이 맛! 의 이야기를 찾아 떠나보자.

김미영  사진·동영상 김정민

 

우시장에서 시작한 삼대의 고집

옛날 금호식당은 165남짓의 소박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의 식당이다. 1960년대 김말순 할머니가 시작해 공윤달(75) 여사와 고부간에 운영해오다 현재 배상수(51) 대표가 음식은 첫 맛과 끝 맛이 같아야 한다라는 철학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삼대째 이어가고 있다. 안의면이 한우 요리로 유명해진 연유를 묻자 과거 오일장이 크게 서고 제법 큰 우시장이 있었다. 할머니는 한우가 남아도는데 갈비 요리를 해보라는 지인의 권유로 시작했고, 주위에 알려주면서 한집 두집 늘어났다라고 배 대표가 말한다. 사람과 소가 뿜어대는 새하얀 입김으로 가득하던 새벽 우시장 풍경은 세월 속으로 사라졌지만, 시장 사람의 빈속을 달래주던 할머니의 요리는 대를 거듭해 추억을 소환해낸다.

 

할머니의 사랑이 안의 갈비 맛의 원동력

옛날 금호식당은 자칫 대가 끊길 뻔한 적이 있다. 어머니가 홀로 운영하기 힘들어 가게를 접으려던 무렵이었다. 배 대표는 어느 부부 손님이 맛없다말하는 걸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할머니 음식과 집안 전체가 부정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아 이대로 가게를 접지는 말아야겠다고 결심했고, 어머니를 설득해서 다시 시작했다. 배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언제나 손자 몫으로 최상품의 갈비를 챙겨주셨던 할머니의 사랑이 가게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는데 최상품의 재료에 할머니의 사랑이 보태졌으니 그 맛을 어찌 잊으랴. 그 맛을 대물림한 배 대표의 첫째와 둘째가 요리에 관심이 있어 학원도 다니며 가게 일을 돕고 있다고 하니 사대째로 무난하게 맛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갈비 요리의 비법은 재료 고유의 맛

안의 갈비 요리는 조리 과정이 좀 다르다. 흔히 알고 있는 양념에 재워 둔 갈비찜이 아니라 주문과 동시에 미리 익혀 둔 갈비에 양파, 당근, 버섯, 파 등을 빨갛게 버무려 넉넉히 내온다. 매운맛과 순한 맛 중 맵기를 조절하여 주문할 수 있다. 양념의 비법은 따로 없고 단맛이 강하지 않은 흑설탕을 쓴단다. 고기와 채소에서 충분히 단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당을 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양념이 끓고 야채가 익을 때쯤 갈비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보니 쉽게 뼈와 분리된다. 고기 맛이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 연하다. 왜 갈비를 양념에 재우지 않는지를 알 것 같다. 이제까지 먹어온 갈비찜은 갈비에 양념 맛이 강하게 배어 고기 본연의 맛을 알 수 없었다. 이 갈비찜은 주문 직전 버무려 나오기 때문에 주재료인 고기 맛이 살아있고 부재료의 식감도 좋다. 갈비탕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함이나 특별함은 없다. 갈빗대는 크지도 작지도 않고 고기도 적당히 붙어있다. 고명은 대파와 마늘이 전부다. 국물은 투명하게 맑고 맛은 슴슴한 편이다.
배 대표는 육수의 비법도 따로 없고, 고기 냄새를 잡기 위해 딱 한 가지 비법을 사용할 뿐이란다

예전에는 10km 거리의 지하수를 길어서 사용했는데 지금은 오염되어 정수기 물을 쓴다수돗물은 아무리 끓여내도 소독내가 나서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배 대표는 육수에 한약재를 넣거나 다른 재료를 넣는 가게도 있다. 할머니 때부터 갈비 외에는 어떤 것도 넣지 않는다. 그건 갈비탕이 아니라고 배웠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보니 국물맛이 슴슴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갈비탕 본연의 정직한 맛이다.

 

갈비 손질부터 정직하게 시작하는 하루

권순일(63)·권운재(29) 부자는 산청에서 25분 정도 걸리는데 적당한 거리라 갈비 요리가 먹고 싶으면 고민 없이 들른다. 한우를 쓰는 집으로 확실하고, 잡내도 안 나고 고기가 부드럽고 연하다며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일어선다. 오후 3~4시 정도면 준비한 재료가 소진되어 사실상 영업을 종료한다.

하지만 다음 날 준비를 위해 분주하다. 암소의 통 갈비짝을 1번에서 13번 대까지 잘라 토막 내는 작업과 육수를 고아내는 작업을 밤에 진행한다. 4시간가량 기름을 걷어내며 삶아낸 갈비는 새벽에 토막마다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쳐 맑은 국물로 손님상에 오른다. 함양 갈비 요리는 올해 경남도에서 선정한 서부권역 7개 시군 대표 음식 14선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학계, 외식 관련기관, 요리 연구가, 관광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음식의 빅데이터 자료와 시·군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 선정됐다. 이곳 갈비탕의 맛과 추억을 간직한 어느 수필가의 액자 속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할머니는 작은 체구에 흰색 저고리 차림이셨고 비녀 꽂은 쪽 찐 머리에 단아한 분이셨다. 따뜻한 진국을 한 숟가락 먹어보니 그 시절인데도 기름기 하나 없는 구수한 진국 맛이 입안에서 설설 흡족하게 녹아들었다

- 진홍청 수필가 / ()안의중·안의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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