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집콕 생활도 길어지고 있다. 덩달아 배달음식과 택배가 넘쳐나고 쓰레기도 늘고 있다. 증가한 쓰레기 양만큼 재활용 쓰레기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재활용 쓰레기를 다시 쓸 수 있도록 분리선별하는 곳. 가정에서 간단하게 분리수거한 재활용품들이 향하는 곳을 찾았다. 그곳에서 분주하게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그들을 만나봤다.
기계보다 빠르게 분류하지만 쌓이고 또 쌓여 ‘구슬땀’
여름 초입이던 어느 날, 김해시 진영읍 소재 재활용 선별장 입구에는 대형 트럭들이 줄줄이 서 있다. 곧이어 트럭에서 쏟아지는 쓰레기는 종이, 플라스틱, 비닐 등 다양한 종류가 섞여 있다.
“김해시에서 하루 배출되는 재활용 쓰레기가 70톤 정도 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55톤 정도였는데, 플라스틱과 택배상자가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하루 평균 64톤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용할 수 있는데, 한계치를 넘긴 지 오래됐죠”라는 재활용 선별장 김진춘(69) 대표를 따라 작업장 안으로 들어갔다. 약 3200㎡ 면적의 재활용 선별장에는 컨베이어 벨트, 압축기, 자력선별기 등의 시설이 있었다.
트럭에서 쏟아져 나온 재활용 쓰레기 중 세세한 작업이 필요한 것들은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려져 2층 작업장으로 올라간다. 빠르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쓰레기들. 그 중에 재활용품만 빠르게 분류하는 이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골라도 골라도 계속해서 올라오는 쓰레기들. 밀려드는 작업량을 해내기엔 하루가 바쁘다.
지난 2013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백순길(67) 반장은 “시간은 한정되어 있죠. 더 많은 양을 처리하다 보니 무척 고됩니다. 오늘 안에 끝내지 않으면 다음 날 또 쌓이니 최대한 속도를 맞춰 당일에 마무리하려고 애를 씁니다”라고 말했다. 속도도 속도지만 선별작업을 힘들게 하는 건 잘 처리되지 않은 채 버려지는 쓰레기다. 깨끗하게 비우고 헹궈서 배출해야 하지만 내용물이 그대로 들어있는 재활용품들이 많다. “이곳에 오는 30% 정도가 쓰레기예요. 치킨 먹은 종이상자 안에 양념이 그대로 다 묻어 있고, 어떤 거는 동물 변까지 들어가 있어요. 위험한 물건들도 있습니다. 깨진 유리병과 철사에 손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고, 정말 말로 다 못 합니다”라며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배출하면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을 거라며 아쉬워했다.
환경을 위한 일… 힘든 만큼 보람도 커
백 반장과 함께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이들은 모두 25명.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엄윤호(45) 씨는 “힘들어도 자부심이 큽니다. 우리가 이렇게 선별하지 않으면 김해시는 얼마 안 가서 쓰레기 밭이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마음이 아닌 ‘나 하나부터’라는 마음으로 분리수거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백 반장은 이 일을 시작한 이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재활용 분리수거 방법을 설명하고 다닌다며, 우리 세대가 분리수거를 잘해야 후손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재활용 분리배출, 조금 더 세심한 노력 필요”
김해시의 재활용품 활용률은 72%로 전국 평균 재활용률 60% 비해 높은 편이다. 김해시는 시민들의 자원순환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재활용 선별장 내 홍보관을 만들어 어린아이들에게 재활용 분리방법을 세세하게 교육·홍보하고 있으며 생활환경해설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공동주택 재활용품 전용 그물망 보급, 찾아가는 재활용품 분리배출 교육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경남도는 다가오는 2025년까지 예산 1077억 원을 들여 플라스틱 발생량을 2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75%로 높이는 등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를 각 분야에 걸쳐 대대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글 배해귀 사진 김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