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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안전 재능기부 산업안전지킴이 이종철 씨

산업안전 관련 경력 재능기부로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큰 보람

  

눈만 뜨면 산업재해가 일어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김용균법이 제정됐어도 꽃다운 청춘이 산업재해로 스러지곤 한다

안전 매뉴얼만 제대로 지켜졌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함께 인지하고 실천했다면항상 안전에 유의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어 있었다면, 관리·감독이 철저했다면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다. 산업재해를 줄이고경각심을 높이고자 경남도가 예방 차원에서 운영하는 산업안전지킴이활동을 취재했다.

박정희  사진 김정민

 

 

그때 그날의 끔찍한 사고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경남도는 산업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전기·가스·에너지 등 산업안전 분야에서 종사했던 사람들 중에서 산업안전지킴이를 선발해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사업 수행기관인 경남인생이모작센터는 지난 711명을 뽑아 산업안전보건법령, 현장방문 활동 요령, 작업장 안전관리 유형별 사례 등을 교육했다. 이들은 도내 20인 미만 산업안전보건 자율관리대상 사업장에서 8~125개월간 산업안전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91일 이번에 산업안전지킴이로 선발돼 활동하고 있는 이종철(63) 씨와 함안군 산인농공단지에 있는 GES(대표 안병종)를 찾았다. GES는 선박엔진에 들어가는 전기패널 등을 제조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씨는 대학에서 용접공학을 전공하고, 1980년부터 2000년까지는 삼성중공업에서, 201212월까지는 두산엔진()에서 일하고 명예퇴직했다.

그가 산업안전지킴이 활동에 나선 것은 자신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어 옛날 자신이 몸소 목격한 안전사고와 유사한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시운전하는 선박엔진에서 큰불이 난 적이 있습니다. 시운전 요원과 입회해있던 해외 감독관들도 있었는데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끔찍했던 충격적인 장면이 생생합니다. 인명사고도 컸습니다.”

 

 

GES 등에서 산업재해 예방 활동

그는 GES를 포함해 여러 군데를 다니며 산업재해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제조업체별로 제조 공정을 파악하고 위험요소가 있는 곳에서는 작업자와 협의해 예상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면서, 과거의 안전사고 사례를 들려주며 공유한다.

GES 회사 정문을 들어서 보니 회사는 매우 깔끔했다. 산업재해가 일어날 만한 사항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사실 GES는 상당히 산업재해예방이 잘 되어 있습니다. 이곳을 소개하는 이유는 여기처럼 정리정돈을 철저히 하면 산업재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GES 안병종 대표를 만나보니 현장이 깨끗한 이유가 있었다. 안 대표는 전기패널 생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현장주의자였다

GES의 주요 고객사는 두산엔진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다양하다. 고객사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할 정도로 안전수칙에 철저하다. 덕분에 사세도 확장되고 있다. 110평 규모의 회사는 인근의 300여 평 규모로 이전할 계획이다. (<경남공감> 10월호가 발행될 즈음엔 이전을 완료한 시점일 거라고 했다) 5일제를 지키며 직원의 복지를 챙기고, 회사의 재무 상태를 직원과 공유하는 투명경영을 하며, 현장의 안전을 철두철미하게 지켜온 것이 사세 확장의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근무 4년 차 직원 황태원(43) 씨도 다른 회사에서도 근무해본 적이 있는데 여기만큼 정리정돈과 청결에 철두철미한 곳도 없습니다. 사장님이 작업공구를 공구함에 넣지 않고 작업대에 놓게 한 것도 작업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실제 공구함에 넣어놓으면 뒤죽박죽 섞인 공구를 찾느라 제법 시간이 걸리거든요. 덕분에 작업효율도 높고 사고 없는 안전한 작업환경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거든다.

 


‘35S’만 지켜도 산업재해는 없을 것

이종철 씨는 GES처럼 모든 사업장이 ‘35S’만 지켜도 산업현장에서 재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3정은 정품, 정량, 정위치다. 정해진 제품을, 정해진 분량, 정해진 위치에 놓는다는 의미다. 5SSifting(정리), Sorting(정돈), Sweeping(청소), Standardizing(표준화), Sustaining(유지)을 뜻한다. GES의 안전수칙과 흡사하다.

가운데 복도를 한 번 보세요. 공간이 충분하고 주변이 말끔하지요. 크레인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놓은 것입니다. 다른 사업장에 가면 여기저기 물건이 쌓여있고 이런 공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아요. 그건 곧 작업자가 이동 중에 걸려 넘어질 확률이 높아지지요. 정리정돈, 공간 확보가 그래서 중요합 니다.”

이 씨는 자신의 산업안전지킴이 활동으로 산업재해 예방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며, 많은 사람들이 GES 같은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GES는 작은 기업입니다만 아파트 3~4층 규모의 선박엔진에 들어가는 중요한 전기 패널을 만듭니다. 기술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앞으로도 산업안전지킴이 활동을 열심히 해서 경남의 산업재해율을 낮추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김용균법 =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다. 20181227일 국회를 통과해 2020116일부터 시행됐다. 법안은 2018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 씨가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지는 비극이 일어난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지면서 김용균법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주요 내용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 제한 도급인 산재 예방 조치 의무 확대 안전조치 위반 사업주 처벌 강화 법의 보호 대상 확대 등이다.

 

산업안전지킴이 = 산업안전지킴이의 정확한 명칭은 경남 중소기업 산업안전지원단 산업안전지킴이. 산업현장 내 잠재돼 있는 재해(기계에 신체의 일부가 끼이는 협착, 전도, 추락) 위험 요인을 사전 발굴해 산업재해 발생을 제거하고 안전점검으로 자율참여를 유도해 산재 예방 의식을 높이는 활동이다. 경남도가 경남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통해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전기·가스·에너지·보건·환경·화학 등 산업안전 전문분야에서 10년 이상 재직 경험이 있는 신중년 퇴직 전문인력으로 구성된다. 도내 20인 미만 산업안전보건 자율관리대상 사업장이 대상이다. 10여 명이 5개월간 500개사를 방문해 유해·위험기계 등의 방호조치 지도 산업안전 점검표(체크리스트) 작성 등 작업환경 안전사항 교육 추락·전기·중량물 취급 등 안전조치 사항 점검 각종 지원제도 안내 안전 관련 자료 배포(USB·안전표지) 등 안전점검 활동을 한다. 지난해까지 안전지킴이 39명이 안전점검을 1397회 했고, 이번 해에는 안전지킴이 11명이 500회의 안전점검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는 최근 안전보건관리 전문가도 채용해 안전문화를 전파·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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